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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값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

변종만 K-water 전북지역본부 전북관리처장

물은 만물이 생명을 유지하고 지구를 숨쉬게 하는 근원이다. 그러나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수자원장기종합계획(2011∼2020)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20년에 최대 4억 6000만㎥(과거 최대가뭄시)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섬진강댐의 총 저수용량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그럼에도 불구라고 우리나라의 물소비량은 상당하다. 영국의 물 전문 조사기관인 GWI(Global Water Intelligence) 자료를 바탕으로 환경부가 작성한 2010 상수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1인당 물 소비량은 일평균 333리터로 독일인(151리터)의 2배, 덴마크인(114리터)의 3배에 이른다.

 

공급확대측면과 수요관리측면에서 물 부족사태의 근본적 처방을 생각해 보자. 먼저 공급확대는 물을 저장할 수 있는 물그릇(댐)과 그 물을 정수해 공급할 수 있는 수도시설을 건설하는 것이다. 하지만 댐이나 상수도시설 같은 장치산업은 10년 이상의 장시간이 소요되고, 초기 투자비용이 엄청날 뿐 아니라 투자비용의 상승폭도 가파르다. 최초의 다목적댐인 섬진강댐의 경우 물 1㎥당 건설단가는 17원이었다. 그러나 2010년말 준공된 군위댐의 건설단가는 6961원으로 섬진강 댐의 건설단가보다 약 410배 증가했다. 다목적댐의 친수편익을 감안할 경우 앞으로 댐건설비용은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바 공급확대정책은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없다.

 

다음은 장래 물 부족에 대비, 수요관리정책을 추진하고 물 절약 습관을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물값은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며 전력요금과 통신용금 등 다른 공공요금과 비교했을 때 각각 26%, 9% 수준에 그친다. 물 수요 억제를 기대하기 힘든 수준이다. 시장경제의 왈라스적 가격조정에 따르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을 경우 가격상승은 불가피하다. 초과수요일 때는 가격이 상승함으로써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즉, 소비자들로 하여금 자발적인 물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서 한정된 자원인 물의 가치를 물값에 반영함으로써 물 부족을 해결하는 것이다.

 

지난 2010년 어느 경제연구소가 실시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물값을 4% 인상했을 때 물 사용량을 평균 4.72% 줄이겠다고 했다. 이는 1인당 물 사용량이 상수도 요금과 반비례 관계임을 확인시켜주는 사실이다. 따라서 현재 지나치게 저평가된 물의 가치를 가격에 반영시키는 것이야말로 물의 과소비를 줄이고 장래 물 부족과 수질개선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광역상수도는 깨끗한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국민 물 복지를 향상시키고 국가 경제성장에 기여했다. 반면 시설의 노후화와 기후변화 가속화 등으로 물 관리 여건이 근본적으로 변화되어 물 관리 비용 또한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인 물값은 2012년 말 기준, 원가대비 약83% 수준에 머물러 있다.

 

광역상수도의 공익성·공공성을 제고하고, 지속가능한 물이용을 위해 거시적·국가적인 관점에서의 요금관리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물값이 갖는 의미와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이다.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다. 또한 올해는 불균형한 수자원과 수자원 기술에 대한 국제적 차원의 분배와 협력 등 글로벌 물 문제에 대해 함께 소통하는'세계 물 협력의 해'다. 세계 물의 날을 맞아 물값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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