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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의 보석 '백합조개'

이채성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서해지사 자원조성실장

갯벌에서 지게처럼 생긴 도구를 끌고 다니는 아낙의 모습이 붉게 물든 석양과 함께 어우러지는 장면을 보게 되는데, 이는 갯벌에서 백합을 캐는 풍경이다. 지게같은 끄레(끌게)로 갯벌을 긁으면 '딸각'하는 소리와 함께 '갯벌의 보석' 백합이 모습을 드러낸다. 백합은 갯벌의 보석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같은 갯벌이라도 포구로부터 멀리 떨어진, 수심이 다소 깊은 곳에 서식한다. 바지락같은 대부분의 패류들이 얕은 갯벌에 사는 것과 대조된다.

 

백합은 영어권에서 'clam'이라 하고, 자신의 상황에 만족한 태평한 상태를 'happy as a clam'이란 관용어로 나타낸다. 원래 옛날에는 'happy as a clam dug at high tide'의 형태로 썼다. 즉 '만조때 파낸 백합처럼 행복한'의 뜻이었다. 백합은 갯벌에 묻혀 있지만 불순물을 계속 내뱉는 습성을 지닌다. 따라서 입을 꼭 다물고 있는 싱싱한 백합을 까보면 백합 자체에서 만들어진 뽀얀 조개물이 들어있다. 이는 태음정(太陰精)이라 해 청혈(淸血), 혈압 등 혈관계 질병에 특효약으로 쓰인다. 백합의 속살은 배꽃처럼 아름답기도 하지만 향기가 나면서 매우 부드럽고 날로 먹어도 그 맛이 일품이다. 은박지에 싸서 구워 먹어도 좋은데, 물에 넣어 삶은 우유빛 국물은 그 맛이 너무 좋아 황진이도 울고 갈 정도였다고 한다. 영양성분도 풍부해 단백질은 육질 100g당 11.7g으로 높은 반면, 지방성분은 1.0g으로 적고, 생체대사에 필수적인 미네랄 중 칼슘은 161mg, 철분은 11.9mg으로 매우 풍부하다.

 

조개류가 가지고 있는 효능 중 가장 주목 받는 것이 숙취해소인데, 특히 백합에는 그러한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특유의 개운한 감칠맛은 타우린, 베타인, 핵산류와 호박산이 어우러져 나타내며, 알코올 분해능력이 있어 간장을 보호 할뿐 아니라, 피로회복에 상당한 효과가 있는 글리코겐 성분 또한 다량 함유되어 있어 술 마신 다음날 한결 개운한 기분이 들게 한다. 또한 콜레스테롤 저감효과가 있는 타우린 성분도 많아 만성 피로 회복과 봄철 춘곤증을 물리치는 데도 좋은 식품이다.

 

백합이 가장 많이 서식하는 곳은 서해안의 군산 연안으로 1960년대 후반까지는 백합이 얼마나 많았는지 썰물 때 잡을 수 있는 양이 건강한 어른 한사람이 짊어지고 나올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백합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아주 귀하게 여기는데 특히 일본에서는 백합이 여성을 상징한다고 하여 결혼식이나 축제 등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중요하게 여기고 즐겨 먹었다. 1969년부터 백합이 일본으로 수출되면서부터 귀족 패류로 불리었는데, 그 당시 우리나라 수산물 수출 중에서 단일 품목으로는 단연 1위를 차지했다. 서해연안 전역으로 양식장이 확대되면서 한 때는 황금알을 낳는 조개로 영화를 누린 적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대량폐사현상이 나타나면서부터 그 영화는 신기루처럼 날아가 버렸다.

 

최근에 백합 자원을 되살리기 위한 연구가 다각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하루 속히 인공 종묘생산과 대량 종묘방류에 의한 자원량 회복으로 옛 명성을 되찾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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