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 영
아~ 봄이다, 사랑이 싹트는 봄! 봄비가 많이 내려서 인지 물이 제법 그득하고 세차게 흘렀다. 따스한 햇볕과 맑은 물소리, 봄의 향기가 전주 천에 가득했다. 지난겨울은 혹독하게 추웠다. 얼음장 아래로 흐르던 물도 겨울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징검다리위에 따스한 햇살이 가지런히 내려앉고, 비탈진 언덕에도 새싹이 움트며 새 생명의 기운이 찾아들고 있었다. 물에 잠겨있는 물풀들도 생기가 넘쳤다. 물이 조금 깊은 곳에서는 이끼가 너울너울 춤을 추고, 맑은 물속에선 자갈들이 고개를 쑥쑥 내밀었다.
봄 햇살의 또 다른 축복이 여기에 있다. 햇볕이 뺨을 간질거린다. 자꾸만 친해지자고 한다. 상큼한 봄의 햇살이 온몸을 감싸준다. 잠자던 대지가 꿈틀거리고, 바람조차 무겁게 느껴졌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시원한 생수 한잔을 마신 것 같다.
햇볕을 받으면 피부에서 콜레스테롤이 비타민D로 변환되기 때문에 비타민D를 돈 들이지 않고 먹는 셈이기 때문이다. 어느 계절이나 나는 피부가 망가질까 봐 햇볕은 많이도 두려워했었다. 햇볕은 나처럼 나이 들어가는 사람에게는 더욱 좋고, 각종 암 예방에도 효과가 탁월하다고 한다.이제부터는 맑은 물소리를 들으며 자주 전주 천 산책길을 걸어야겠다.
물이 조용히 흐르다가 다리의 교각에 부딪혀 양쪽으로 갈라져 생동감 있게 흐른다. 갈라진 물길은 좁다랗게 흐르며 소살 거린다. 만나면 침묵하고, 흩어지면 소살 거리는 걸 보았다. 마치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다가 무엇인가 마음이 통할 때, 소통이 이루어질 때, 그 순간과 같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전주천의 상류에서 남천 교 아래를 지나, 전주천과 삼천 천이 만나 여울을 만들어 서로 껴안으며 겸허하게 만경강으로 흘러갈 것이다. 흐르는 물은 거스르지 않는다. 오직 물길을 따라 흐르다가 장애물을 만나면 돌아갈 뿐이다. 전주 천에 발을 디디면서, 봄의 속삭임으로부터 위안을 받는다.
물은 그릇에 따라 그 모양새가 달라진다. 원통에서는 둥글게, 삼각 그릇에는 삼각으로 적응하고 그대로 받아들인다. 사람도 상황에 따라 물처럼 살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물은 살아서 움직이는 생명이다. 물은 자연의 한 부분으로 인간과 자연은 뗄 수없는 관계이다. 매말르던 나뭇가지에도 물이 오르고 있다.
어디선가 여인의 빨랫방망이 소리가 들리는듯하다. 오래전, 전주천의 맑은 물이 서민의 빨래터일 때도 있었다. 하얗게 빨아 널은 이불홑청이 봄바람에 펄럭이는 것을 보면 마음조차 청결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하얀 빨래가 눈에 보이는 듯하다.
거울처럼 투명하게 흐르는 물을 들여다보며 빨래를 하듯, 내 마음도 깨끗이 빨아 찌꺼기는 저 물길 속에 흘려보내고, 깨끗해진 마음 보자기는 청명한 봄 햇살에 펼치고 싶다. 숭고한 사랑이 만물을 정화하듯이, 이 봄이 참 맑고 향기롭다. 참으로 오랜만에 햇빛과 바람과 물소리와 더불어 전주 천에서 봄과 더불어 어우러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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