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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소리에 멍드는 사랑스런 자녀들

▲ 김형중 문학박사·교육 칼럼니스트
서울의 명문 Y대학 사회발전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한국 어린이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는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낮았다. 슬픈 일이다. 물질이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는데도 그들은 왜 불행하다고 생각할까? 이는 일방통행식인 가정 분위기와 반 강압으로 느껴지는 학교 교육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한다. 자녀들의 '자존감'은 영아기 때부터 주변 환경에 의해 형성되어 가는데, 영향을 가장 많이 주는 사람은 부모라고 한다. 우리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가장 많이 듣고 자란 말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공부하라"는 엄마의 '잔소리'였다고 대답한다고 한다. 반면 미국 하버드대 학생들은 어려울 때 "다 괜찮을 거야(Everything is going to be ok.)"라는 격려였다고 한다. 아이가 어려울 때 부모가 해주는 격려의 말 한마디는 아이의 자존감을 살려 주었고, 다시 도전 할 기회와 힘을 길러준다고 한다.

 

가르침의 본질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 계절의 여왕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은 모든 사람들의 보금자리며, 교육마당의 요람이다. 그러나 부모님 말씀을 자녀들은 서슴지 않고 '잔소리'라고 한단다. 부모의 넘치는 사랑 때문이다. 공부해라, 방 정리해라, 일찍 들어와라, 게임하지 마라 등은 아이들에게 '말씀'이 아니라 '잔소리'다. 많은 부모들이 이에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잔소리'의 사전적 의미는 '세설(細說) 또는 꾸중으로 하는 여러 말'이다. 부모의 사랑이 담긴 감정의 전달을 '꾸중'이라고 받아들이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 아닌가 말이다.

 

그렇다 해도 부모가 먼저 변화하면 어떨까. 학교에서 돌아오는 자녀에게 '오늘 힘들었지? 어서 씻고 쉬어라'며 어깨를 두드려주고, 어지러워진 방을 보면 '오늘은 엄마가 정리할게 내일부턴 같이하자. 응?' 하고 말하는 것이다. 귀가가 자주 늦어지면 '오늘은 일찍 들어와 엄마랑 함께 TV 같이 보지 않을래?' 라고 말하는 식이다. 공부하라고 다그치는 듯한, 지금까지 굳어진 언행을 벗으려면 조금은 어색하긴 하겠다. 그러나 힘들게 바뀐 내 모습으로 자녀가 긍정적인 사고를 갖게 된다면 못할 것도 없지 않을까? '이거 다 널 위해서란다.'를 '엄마의 욕심을 아들은 이해 할 수 있을 거야.' 라고 정감 있는 솔직한 어투로 말한다면 자녀의 굳게 닫혔던 마음의 문도 열릴 것이다. 더 이상 부모를 '잔소리꾼'으로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소통을 가로막는 기본 문제들을 풀 실마리를 찾아낼 때 부모자식간의 높은 장벽은 저절로 허물어질 것이다.

 

자녀는 덜 익은 풋과일이다. 풋과일은 적당한 영양분과 일조량이 필요하다. 자녀들의 감정과 행동을 이해하고 또 인정해가면서 차분한 자세로 신뢰를 쌓아 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부모로부터 행동을 강요받는 성장과정에서 아이들은 엇나가고, 웃자랄 수 있다. 겉은 의젓하고, 바람직한 행동을 하고 있지만 점차 시간이 흐르며 통제 불가능한 성격의 소유자가 될 수도 있다. 부모의 잔소리가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기회, 자존감과 사고력을 앗아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잔소리는 부모들의 근시안적인 교육방법으로 '소리 없는 폭력이나 학대'라고 할 수 있다. 부모가 슬기로워야 자녀들이 슬기롭게 자란다. 아이들도 30대가 넘으면 부모의 잔소리가 약이었음을 알아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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