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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아파트 작은도서관]아이들 꿈 키우는 공간…입주민 적극적인 관심 필요

일부 아파트, 시설 갖추고도 인력·예산 이유 창고로 사용

▲ 전주 송천동 주공1단지에 위치한 송천뜨란채도서관은 지난 2001년 문을 연 이후 아파트 주민들과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55조 제5항에 따르면 2006년 이후 준공된 3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 단지에는 33㎡(10평) 이상의 작은도서관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열람석은 6석, 도서자료는 1000권을 넘어야 하며, 설치는 건설사가, 운영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맡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입주자대표회의는 인력과 예산상의 이유 등으로 작은도서관을 운영하지 않고 방치하거나 창고 등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주민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아파트 작은도서관을 통해 아파트 공동체의 참 의미를 되새겨본다.

 

△송천뜨란채도서관, 사랑방 자리매김

 

"우리 아파트는 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 어린이가 많아 도서관이 꼭 필요합니다. 비록 작은도서관이지만 어린이들이 꿈을 키울 수는 공간으로 손색이 없지요."

 

송천뜨란채도서관 사서 이현주씨의 설명이다. 전주시 송천동 주공1단지에 위치한 송천뜨란채도서관은 지난 2001년 문을 연 이후 아파트 주민들과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07년 삼성과 책읽는 사회, 한겨레가 함께 하는 '희망의 작은 도서관' 만들기 사업에 선정돼 리모델링을 거친 뒤 아이들이 맘껏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쾌적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80여평의 규모에 1만9000여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으며, 사서가 상근 직원으로 근무한다.

 

평일은 오전 10시30분에서 오후 7시까지, 토요일은 격주로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까지 개방한다. 1일 이용자가 100여명이 넘는다. 단순히 책을 읽고 대출하는 역할만이 아니라 독서토론, 영화상영, 아동독서지도, 동화구연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방학에는 주민들이 재능기부 형태로 북아트, 창의 로봇수업, 종이접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 지역내 작은도서관의 모델이 되고 있다.

 

주민 김현이씨(40)는 "둘째가 5살인데 유치원에 다니길 싫어해서 거의 매일 저와 함께 도서관에 온다"면서 "도서관 구석진 곳에 들어가 책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아파트 단지 내에 도서관이 있으니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어 정말 좋다"고 말했다.

 

3년째 자원봉사자로 돕고 있는 박정미씨(43)는 "집 가까이에 있어 놀러온다는 기분으로 드나드는데 좋은 책이 많으니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많이 이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책을 읽고 있던 신동초등 2학년 정아영양은 "언제든지 내 맘대로 올 수 있어 참 좋다"며 "학교 끝나고 학원에 가지 않는 날은 언제나 이곳에서 지낸다"고 말했다. 아파트 작은도서관이 단순히 책을 빌리고 읽는 곳이 아니라 친구들을 만나는 곳, 퇴근하는 엄마를 기다리는 곳, 책을 읽고 노는 곳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미소뜰도서관, 문화행사 다양

저녁을 먹고 이웃집으로 마실 나가듯 아이의 손을 잡고 아파트 작은도서관으로 향하는 곳이 있다. 전주시 평화동 동도미소드림아파트의 미소뜰도서관이다. 2008년 1가구당 1권씩 책을 기증받아 관리실 책장에 비치하다가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도서관 개설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현재 7000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으며, 평일은 오후 4시에서 밤 10시까지 문을 연다. 상근 사서가 없이 20여명의 자원봉사들이 이끌어가고 있다.

 

"처음 1년 정도는 책을 좋아하는 입주민 4~5명이 독서토론 모임을 가지면서 도서관에 대한 관심을 유도했지요. 주민이 함께 해야만 성공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도서관 이름도 입주민 공모를 통해 '미소뜰' 이라고 정했습니다."

 

강성희 관리소장은 "개관 초기 책을 좋아해 도서관을 드나들던 학생들이 어느새 좋은 대학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도서관이 일조를 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미소뜰도서관 역시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영화상영프로그램인 '도서관에서 영화를 만나다', 책나눔행사인 '함께 읽자 친구야', 동영상 제작 프로그램인 '영사기를 돌려라' 등 주민들이 편안하게 문화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특히 아파트 벤치나 쉼터에 새집모양으로 만든 짬짜미독서대를 설치해 주민들이 손쉽게 책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아이디어도 신선하다.

 

△신일강변도서관, 어린이천국

 

신일강변아파트도서관은 지난 1999년 개관해 역사가 깊다. 초창기에는 주간에도 문을 열었지만 지금은 밤 8~9시에만 개방한다. 5000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으며 부녀회 중심의 자원봉사자 12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10여년 동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박경희 총무(58)는 "신간서적이 들어오면 아파트 통로 게시판을 이용하여 홍보하면서 주민 책읽기운동을 전개하지만 성인보다는 어린이 이용자가 주를 이룬다"고 말한다. 이선주 도서관장은 "이전에는 아파트도서관 운영이 주민들에게 큰 자부심이었으나 요즘 들어 관심이 적어진 것 같다며 도서대출시스템 전산화 등 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더욱 힘을 쏟아야겠다"고 말한다. 자주 도서관에 들른다는 효림초등 4학년 이한세군은 도서관이 가깝고,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하면 구입해준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도서관 운영 활성 관심을

 

전주시립도서관에서 작은도서관 업무를 맡고 있는 이승재씨는 "현재 전주시에는 등록된 70개의 작은도서관 가운데 아파트 작은도서관은 19곳"이라면서 "입주민들의 관심 여부에 따라 도서관 운영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승재씨는 "주민들이 작은도서관 운영에 자발적이고 열정적인 노력을 하는 경우 멋진 도서관을 만들어간다"면서 "입주자 대표자회의나 부녀회에서 매달 공식적으로 도서구입비를 지원하고, 주민 참여를 위해 다양한 행사들을 기획하는 등 분위기 조성을 위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틈만 나면 TV나 컴퓨터 게임에 빠져드는 어린이들을 자연스럽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불러들이는데 아파트 작은도서관은 최적의 공간이다.

 

자치단체는 공동주택 사용검사 및 승인때 작은도서관 설치를 확인할 뿐 실제 운영되지 않는 경우 이를 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 따라서 도서관 운영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입주자대표회의나 부녀회의 관심과 열정을 필요하다.

 

특히 작은도서관 운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자원봉사자 확보라는 점에서 정부나 자치단체가 일자리 창출정책의 일환으로 작은도서관에 전담인력을 파견하는 방안을 모색해도 좋을 것이다. 또한 입주자대표회의는 운영하는 예산 대부분이 주민들에 의해 조성되는 만큼 마땅히 도서관에 정기적으로 예산을 지원해 도서관 운영이 활성화되도록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이금주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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