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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고창 무장초 - 동학농민혁명 기포지 무장지역 근대교육 이끌어

2009년 개교 100주년 기념 장학회 설립·책 발간 / 진의종 국무총리·진기풍 전북일보 사장 등 배출

▲ 1928년 무장초등학교 17회 졸업생들이 기념촬영한 모습.

△학교가 걸어온 길

 

고창 무장초등학교(교장 강성주)는 동학농민혁명의 기포지로 알려진 무장지역의 근대교육을 이끌었다.

 

1909년 당시 양반계층이 설립한 사립무창학교가 그 출발점이다.

 

1910년에는 외세 침탈과 봉건제의 혁파를 위해 설립된 인근 동명학교와 합쳐져 사립무장학교로 교명을 바꿨다.

 

무장초 출신들은 외세배격의 기치를 내걸었던 동학농민군의 후예 답게 1919년 3·1운동을 기점으로 전국적으로 확산한 만세운동을 주도했다.

 

김영완·이용욱(2회) 지사가 그 대표적 인물이다.

 

이후 일제는 문화통치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유화정책을 펼쳤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민족을 분열·도태시키려는 야욕이 자리했다.

 

우리말과 글을 쓰지 못하도록 하고, 창씨개명하도록 강요한 것이다.

 

이 같은 일제의 민족정기 말살교육에도 불구하고 당시 학생들과 교사들은 암암리에 우리말을 쓰고, 우리노래를 따라 부르며 머지않아 다가올 독립에 대비했다.

 

특히 조선인 교사였던 이동준·이승연은"머지않아 해방이 될 거다", "우리말을 잊지 않아야 해"등 은근히 독립을 암시하는 발언을 통해 학생들에게 민족정기와 애국심을 심어줬다고 한다.

 

이처럼 무장초는 민족 고난의 역사 속에서도 희망을 끈을 놓지 않고 100년을 이어왔다. 특히 동문들의 끈끈한 정은 학교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으로 꼽힌다.

 

무장초는 2009년 개교 100주년을 맞아 각계각층에서 모인 수천여명의 동문들의 축복 속에 '100주년 기념탑'건립 및 '100년사'발간, 재단법인 장학회를 설립해 다시 한 번 화제를 모았다.

 

장학회는 2010년부터 동문이 십시일반해 모은 7억여원 상당의 기금으로 입학생 전원 및 성적우수 졸업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한편 올해 제102회 졸업식을 연 무장초를 거쳐간 졸업생은 현재까지 모두 1만827명이다.

 

△ 학교를 빛낸 인물

무장초는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대표하는 인물을 다수 배출했다.

 

김영동(9회) 제헌 국회의원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초석을 다진 초대 국회에 출사해 독립 이후 혼란스러웠던 사회안정과 지역발전에 크게 공헌했다.

 

1930년대 만주 일대에서 독립운동에 투신하기도 했던 그는 일본 경찰에 체포돼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그는 민족상잔의 아픔을 그대로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 정치인이란 이유로 강제납북돼 그 뜻을 접을 수 밖에 없었던 것.

 

무장초는 옛부터 집성촌을 이뤘던 여양 진씨 일문에서 많은 인물을 냈다.

 

현 정부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부친인 진기홍(17회) 전 광주체신청장은 우리나라 우정역사의 산증인이다.

 

그는 40여 년 동안 오직 '우정사업의 역사 바로알기'에 집중하며 통신사업의 역사를 정립하는데 큰 족적을 남겼다.

 

특히 2005년 제50회 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에서 자신이 65년 동안 모아온 근대 우정 관련 사료 177점을 기증하기도 했다.

 

어린시절'신동'으로 불렸던 진의종(23회) 전 국무총리는 당시 전국 최고의 수재들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경성제국대학교(현 서울대) 출신이다.

 

그는 1943년 고등문관시험에 합격, 일본 북해도청 농무과장 등을 지냈다.

 

이후 8·9·11·12대 국회의원, 민주정의당 대표위원, 제17대 국무총리 등을 역임했다.

 

진기홍 전 광주체신청장과 친형제지간인 진기풍(27회) 전 전북일보 사장은 지역의 대표 언론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는 1947년 전북일보의 전신인 '전라신보'에 입사한 후 편집국장, 주필을 거쳐 부사장과 사장을 지냈다.

 

1979년 서해방송 부사장을 끝으로 언론계를 떠난 그는 대한적십자 전북지사장, 백양상임고문, KBS시청자위원 등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일을 해왔다.

 

특히 서슬 퍼런 군사정권시절 '박정희 대통령께 드리는 호남 푸대접 공개 서한'을 발표, '호남푸대접론'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그는 당시 지역차별정책으로 전북이 낙후되면서 점차 인구 감소현상이 나타나자 1977년 전북도민의 자긍심을 일깨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하고 지역의 뜻있는 인사들이 창립한 '전북애향운동본부'에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또한 가람 이병기 시비와 전북출신 독립운동가 추념 탑, 법조 3성 동상, 무초 회양미술관 등을 건립, 후세에 사표로 전수했다.

 

이 같은 공로가 인정돼 2004년에는 제4회 전북의 어른상 봉정자로 추대되기도 했다.

 

더불어 김재훈(57회)·박철준(58회) 변호사는 올해 대한민국 대표 로펌으로 선정된 법무법인 광장에서 특허, 형사전문 변호사로서 명성을 드높이고 있다.

 

무장초 장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기업인 김영관(36회)과 진석주(38회) 전 총동창회장(전 교장)은 개교 100주년을 앞두고 동문들의 결집을 통한 후배사랑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 도약을 위한 노력

▲ 1970년대 무장초 보이스카웃 학생들 선서식(왼쪽), 고창 무장초100주년 기념비 제막식.

무장초는 2004년 무장읍성 복원 계획에 따라 건물을 신축, 현재 자리로 옮겼다.

 

한 때 전교생이 2000여명에 이르렀던 학교는 대다수의 농촌학교와 마찬가지로 현재 학생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지역주민과 교직원들은 위기 속에서 희망의 빛을 구했던 전통을 발판삼아 지난해 혁신 씨앗학교, 올해 생활지도 시범학교 지정 등 도약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특히 교육공동체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씨앗학교 운영을 통해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학교 문화 만들기, 특색있는 교육과정 운영에 매진하고 있다.

 

또한 인근 거점학교와의 교육과정 공유 등을 통해 공동발전을 꾀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교내 성폭력·학교폭력 예방 활동 및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강성주 교장은 "학생들이 바른 인성을 지닌 튼튼한 아이로 자라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전통이 빛나는 학교라는 긍지를 갖고 생활하는 아이들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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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국 psy2351@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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