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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사발 우수성, 완주에서 느껴보자

▲ 임정엽 완주군수
최근 '불의 여신 정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 조선 최고의 사기장으로 우뚝 선 정이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그린 드라마는 조선시대 사기의 다양한 모습을 감상하는 또 다른 재미를 던져준다. 이 드라마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정이와는 달리, 초야에 묻혀 살면서 진정한 사기장이란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스승 문사승의 가르침이다. 문사승은 분원에서 사람을 모집한다는 방문(榜文)을 지닌 정이를 보며 "분원의 아름다운 사기보다 백성들이 쓰는 막사발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이르지 않았느냐. 최고의 사기장이 된들 무엇이 달라지냐"며 꾸짖는다.

 

이처럼 조선시대 활동했던 수많은 도공들에게 최고의 경지는 드라마의 정이처럼 분원에서 편히 백자 등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숙련된 솜씨로 순식간에 빚어내는 '막사발'에 있었다고 한다. 막걸리의 '막'처럼 막 만들었다고 해서, 그리고 막 쓰인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막사발'은 청자나 백자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 자연스러움과 유용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막사발의 우수성은 바다 건너 일본인들이 오래 전부터 인정했다. 어떤 일본 도공은 "이런 그릇을 일생 하나라도 만들면 여한이 없다"고 부러워했으며, 어떤 이는 신성한 그릇이라는 의미로 '신기(神器)'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막사발은 한국 미학의 특징을 잘 구현한 것 중의 하나다. 한국 미학은 가능한 대로 인위적인 손길을 줄이는 것인데, 이에 가장 충실한 것이 바로 막사발이다. 최준식 이화여대 교수는 "(막사발은)그릇 모양만 인위적으로 만들고 그 다음부터는 자연에 맡겨놓는다. 자연과 인공의 솜씨를 절묘하게 배합한 작품이 바로 이 막사발인 듯 하다"고 평했다. 이렇듯 최고의 경지에 오른 도공의 솜씨, 자연과 인공의 절묘한 조화, 수년이 지나가도 변하지 않는 자연스러움과 유용함이 녹아흐르는 막사발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오는 15일부터 19일까지 '완주 세계막사발 장작가마 심포지엄 2013'이 그것.

 

완주군이 주최하고 세계막사발축제조직위원회가 주관하는 이번 심포지엄은 옛 삼례 역사(驛舍)를 리모델링해 만든 막사발 미술관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특히 중국, 터키, 오스트레일리아, 콜럼비아 등 30여명의 세계 각국 작가와 40여명의 지역주민이 심포지엄 기간 동안 작품을 제작하고 이를 관람객과 공유한다. 또 이 기간에 선보일 막사발 장작가마터는 터기 하제테페 학생과 국내 작가들이 제작하는데, 행사 전까지 외벽 도판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또한 심포지엄 기간에 가마쟁임과 가마불을 시작해 오는 23일부터 작가, 지역주민, 어린이 등 3개 구역으로 나눠 작품을 전시한다. 가히 막사발의 처음부터 끝을 체험할 수 있는 장(場)인 셈이다.

 

"막사발이란 조선 도공이 오랜 숙련 끝에 마지막, 막바지에 도달한 역삼각형의 역동적인 에너지원으로 우주의 생명체와 비견됩니다. 잘 만들어진 그릇은 무게 중심 안에 그 기운이 서려 있습니다." 심포지엄을 기획 총괄하고 있는 도예가이자, 터키 하제테페대 김용문 교수의 '막사발 예찬론'이다. 막사발 심포지엄을 통해 많은 도민이 김 교수의 예찬처럼 막사발의 우수성을 가슴으로 느껴보는 기회를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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