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개교 100주년 기념비 세워 학교역사 기려 / 서정주 시인·박용기 국회의원·송만덕 감독 등 배출
△ 학교가 걸어온 길
부안 줄포초등학교(교장 최성운)는 1909년 김기중, 김경중 형제 등 지방유지들이 설립한 사립영신학교를 모태로 한다.
학교는 1911년 사립줄포보통학교로 교명이 바뀌었고, 1915년에는 줄포공립보통학교로 인가를 받았다.
1924년부터는 6년제로 운영됐으며, 1934년에는 부설 진서간이학교가 개교했다. 1938년 교육령개정에 따라 줄포동공립심상소학교, 1941년 줄포동공립국민학교로 개명했다.
초대교장으로는 인촌 김성수의 친부인 김경중이 부임했다. 호남의 만석꾼 부자였던 김경중 일가는 부안지역 첫 근대식 초등교육기관의 설립을 통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몸소 실천했다.
한 때 포구가 들어서, 만물이 모이고 흩어지는 집산지 역할을 톡톡히 했던 줄포지역은 경제적으로 큰 번영을 누리면서 학생수가 크게 늘었다.
많을 때는 전교생이 2000여명에 이르기도 했다.
그 여파로 수당초등학교, 난신초등학교, 대동분교 등이 분리돼 설립됐다. 하지만 1960년대 중심지가 곰소항으로 이동하면서 지역경제 침체로 1990년대 들어 수당초, 대동분교, 난신초가 차례로 통폐합됐다.
줄포초는 2009년 개교 100주년 행사를 열고, 본관 앞에 기념비를 세워 학교의 역사를 기렸다.
이 때부터 동문들은 매년 8월 15일 '동문의 날'행사를 통해 우의를 다지고 있다. 또한 이들의 후배사랑은 각별하기로 유명하다.
총동창회(회장 문찬기)는 매년 가정형편이 어려운 재학생 10명에게 10~3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고, 지난해 전주 홍지서림 양계영 대표는 부친인 양동호(36회) 씨의 남다른 모교사랑을 기리기 위해 도서 312권(300만원 상당)을 기증하기도 했다.
청와대 관리관을 지낸 박천형(42회)도 매년 200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하고 있다.
한편 올해 97회 졸업식을 연 줄포초가 배출한 졸업생은 현재까지 모두 1만460명이다.
△ 학교를 빛낸 인물
줄포초는 한국 현대사를 대표하는 인물을 다수 배출했다.
한국문학계의 거장 미당 서정주(13회)는 한 때 영화를 구가하다 쇠락의 길을 걸었던 줄포와 궤를 같이하는 일생을 보냈다.
그는 10세 무렵 고창 질마재에서 줄포로 옮겨와, 줄포공립보통학교에 입학했다. 그는 인근 변산반도, 줄포만 갯벌, 내소사 등지에서 시적 영감을 길렀다.
193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 '벽'이 당선되면서, 문인의 길로 들어선 그는 같은 해 오장환, 김달진, 김동리 등 동료 문인들과 '시인부락'의 발행인 겸 편집인으로 참여했다.
미당은 원죄의 몸부림인 첫 시집 '화사'를 시작으로 마지막 노마드적 상상력의 세계를 노래한 '떠돌이의 시'에 이르기까지, 부단한 변화를 통한 자기 세계의 심화와 확장을 이룩한 한국 현대 시문학계의 거성이다.
전라도 사투리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그의 시 언어는 민족어의 유려함과 표현력을 한껏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창씨개명을 하고, 태평양 전쟁을 찬양하거나 조선인의 전쟁 참여를 독려하는 시와 글을 발표하면서 대표적 친일문학인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대한민국 헌정사에 빛나는 신규식(7회) 3·4대 국회의원과 박용기(20회) 10대 국회의원은 지역발전에 공로가 컸다.
신규식은 1954년 3대 국회의원 선거 때 전북 부안에서 무소속으로 출마, 당선한 뒤 자유당에 입당해 4대 때도 당선했다.
군농회, 도정업 등을 하다 무소속으로 3대 전북도의회에 입성한 박용기는 10대 국회(고창·부안, 무소속)에 당선돼 중앙 정계에 진출했다.
줄포초 출신은 체육계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송만덕(44회) 전 배구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1980년대부터 2000년초반까지 한양대 감독과 현대캐피탈 감독 등을 역임하며 남자배구의 최고 사령탑으로 활약했다.
하종화, 윤종일 쌍두마차를 앞세워 1991년 대학팀으로서 사상 처음으로 성인배구를 제패했으며 유니버시아드 대표팀 감독, 애틀랜타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지냈고 대한배구협회 강화위원장, 대학배구연맹 전무이사 등을 역임했다.
'빠떼루 아저씨'로 유명한 김영준(45회) 경기대 교수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레슬링 경기 해설에서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빠떼루 줘야함돠'를 외쳐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와 함께 국병렬(29회) 전 전북일보 편집위원, 신진하(31회) 전 진안·김제군수, 최창진(34회) 전 한양대 교수, 백진기(43회) 전 전북일보 국장, 김양균(51회) 전북공무원교육원장, 이정구(60회) 변호사, 문정신(81회) 목포지청 검사 등이 학교를 빛냈다.
이와 함께 한국바둑의 대부 조남철과 진념 전 경제부총리는 10세 무렵 다른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길 때까지 줄포초를 다녔다.
△ 도약을 위한 노력
줄포초는 '배우는 즐거움과 가르치는 행복이 싹 트는 교육'을 표방하고 있다.
융합적 사고력과 문제해결능력을 갖춘 인재 양성을 목표로 삼고, 연 4회 이상 프로젝트 기반 융합인재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과학과목을 기본으로 다른 교과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개발 적용하고 있다.
역점사업인 예술과 인성을 아우른 '행복·마음 싹 틔우기'교육 실천을 위한 기악합주 교실, 수요 동요교실, 한지 공예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한지공예 실습을 위해 인근 폐교를 활용한 한지만들기 체험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글쓰기·독서교육에도 힘써 지난해 각종 글짓기 대회에서 124명의 재학생이 크고 작은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한 글쓰기 교실과 도서 100권 읽기 등이 이 같은 성과를 일궈낸 일등공신이다.
최성운 교장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 등 교육공동체가 함께 발전하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겠다"며 "학생에게는 꿈과 자신감을 심어주고, 교사는 가르치는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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