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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를 심는 삶의 선택

▲ 이기선 전주시 완산구청장
50~60년 전에 미군이 탄 트럭을 보면 '기브미 초콜릿'이라 외치며 먹을 것을 구걸했던 아이들은 성인이 된 후 전 세계에 메이드인 코리아의 자동차, 가전제품 등을 선보인 주역이 됐다. 앞선 세대들의 치열한 삶 덕분에 후세대는 경제적으로 보다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었고, 대한민국은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를 들썩이게 만든'강남스타일'같은 문화 콘텐츠를 수출하는 수준 높은 국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이제는 먹고 살기 급급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삶의 질을 따지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경제적인 풍요 속에 드러나는 자신감이 도를 넘어 요즈음은'내가 최고다'라는 생각이 만연한 것 같다. 내 생각이 옳고 남은 틀리다는 이분법적 마인드는 내 편이 아니면 곧 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가령 대통령의 어떤 정책 결정 하나에도 내가 추구하는 방향과 맞으면 옳고, 아니면 잘못됐다고 생각해 비난을 멈추지 않는다.

 

피논을 한 번 생각해보자. 마치 피가 주인공인 것 같다. 보이는 것은 온통 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확을 하고 나면 나락이 한 가득이다. 정작 알속은 그 밑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젠체하며 나 잘났다고 나서는 피보다는 겸손한 나락의 모습처럼 삶을 선택할 때도 겉만 보지 말고 그 속을 보아야 진실을 만날 수 있는 것 같다. 자녀에 대해서는 또 어떠한가? 내 자식이 최고이고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났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다. 하지만 노력해서 되는 것이 있고, 노력해도 안 되는 것들이 있다. 다른 아이들과의 경쟁을 통해서 내 아이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후 거기에 맞는 교육을 시키고, 그래도 영 젬병이라면 다른 분야를 권해 배울 수 있게 하는 것이 자녀나 부모 모두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 아닌가 싶다. 요즘같은 날씨에는 시원한 막걸리 한 잔에도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 막걸리와 양주 중에 선택하라고 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막걸리를 선택할 것이다. 막걸리는 가격이 저렴해 부담도 없고, 이웃들과 함께 편하게 즐길 수 있다. 비싼 양주는 무엇인가 재고 노리(?)면서 마시는 것 같아 마음이 썩 내키지 않지만 막걸리는 쉬이 걸림 없이 마실 수 있어 그저 좋다.

 

개인적으로 배려보다는'나눔'이라는 말을 더 좋아한다. 배려는 왠지 타인을 동정하는 느낌이 강하지만 나눔은 함께한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노송천 천사처럼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삶을 선택한 이들의 기부에 대해 간혹 시시비비를 따지며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옳지 않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살아가는 세상에서 베풀고 봉사하는 삶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고 세상을 더 아름답게 하는 것이다.

 

도전적인 이들이 있었기에 궁핍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이만큼 발전할 수 있었고, 이웃과 나누는 이들이 있었기에 그래도 살만한 세상에서 삶의 질을 논할 수 있는 것이리라. 그리고 마지막까지 신약 개발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말기 암 환자처럼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해도 오늘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겠다는 마음으로 희망을 버리지 않는 삶이 올바른 삶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이런 저런 형태의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지만 어떤 삶을 선택하건 겸손, 분수에 맞는 생활, 도전, 나눔과 같은 덕목들이 우리들의 행복한 삶과 이를 바탕으로 더 크게 도약할 우리 후세대를 위한 '사과나무 한 그루'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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