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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은 지속가능한 투자

▲ 박진선 전주완산소방서장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확장된 민주성'이라는 '정부3.0'의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행정기관이 주도하는 정부 에서 국민과의 쌍방향 소통의 정부를 넘어, 국민이 원하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업도 이윤 추구를 넘어 국민에게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으로의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취약 계층, 지속가능한 일자리 제공, 지역사회 활성화, 사회 서비스 확충, 윤리적 시장 확산은 최근 화두에 놓인 사회적 기업이 제시하는 신조이다. 최근 사회적 기업이 각광받는 이유는 투자의 관심을 기업에서 사회로 전환한 데 있다. "나눔은 비용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이다"라는 룰라 다 실바 전 브라질 대통령의 말은 사회적기업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명언일 것이다. 기업인이 정치인은 아니다. 기업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프레임 안에 사회 약자를 끌어들여야 한다. 허쉬만의 연쇄효과처럼 철강은 기계로 발전하였고, 반도체는 IT강국의 신화가 되었다. 그러나 허쉬만의 연쇄효과를 이 시대에 새롭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지속적으로 발전 가능한 투자가 '나눔'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나눔이 뚜렷하게 그려지는 성장그래프는 아니지만, 나눔에 내재된 잠재적 투자 가치를 인재해야한다.

 

연말이면 가슴에 착용하는 사랑의 열매 배지(badge)는 연말에만 결실을 맺는 듯하다. 아직도 사회 전반의 인식은 나눔을 연례행사로 간주하고 있다. 대중은 이야기를 듣기를 좋아하고,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이때 대중의 도마에 오르는 이슈는 그들보다 파급력 있는 사람 혹은 단체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중은 이미 알려진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는다. 연일 보도되는 기업인의 배임과 횡령은 대중에게 파급을 미치지 않는다. 일그러진 사회 현상 중 하나일 뿐이다. 기업이 나눔을 실천하면 대중은 기업 이미지를 실제로 체득한다. 여기에서 대중은 열광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국민들의 응집된 반응만큼이나 기업은 특수를 누렸다. 그러나 이제는 그 시야를 넓힐 때이다. 대중들의 관심이 곧 부의 축적이라는 오해는 이 시대에서만큼은 나눔으로 이해해야 한다.

 

70~80년대 경제성장을 목표로 공장의 굴뚝에서는 연기가 치솟고, 이와 대비로 각 가정에서는 연탄이 피어올랐다. 연탄은 서민의 상징이었다. 기업은 '연탄 한 장'이 지니고 있는 의미를 간파해야 한다. 연탄은 남을 위해 기꺼이 제 몸에 불을 지펴 방구들을 덥혔다. 그리고 다 탄 연탄은 눈 내린 길에 누군가 마음 놓고 걸어갈 새 길을 만들었다. 이제 기업이 기꺼이 연탄이 될 때이다. 대중은 그러한 기업의 모습을 보고, 나눔의 스토리텔러가 될 것이다.

 

재난현장의 최일선에서 소방현장활동의 책임을 맡고 있는 필자는 기업에게 '연탄 한 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소방서에서는 상대적 빈곤계층인 기초생활수급세대에게 기초소방시설인 소화기 및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설치·보급하고 있다. 독거노인이나 장애우에게 화재로부터 안전파수꾼 노릇을 톡톡히 할 수 있는 이 나눔은 생명을 지키는 '연탄 한 장'이 될 것이다.

 

기초생활수급자 현황에 비해, 소방서 예산과 현재 나눔을 실천하는 기업의 힘만으로는 사업추진의 어려움이 많다. 좀더 많은 기업들이 그들의 프레임 속에 사회적 약자를 아울러야 함을 깊이 인식하고, 소중한 연탄 한 장의 따스함을 전하는 손길을 내밀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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