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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잡지 '앗!' 창간한 신재연씨] 평택 청년, 전주의 매력 '무한발견'

친구 10여명과 하고픈 얘기 다뤄 / 기획·디자인·편집·출판 총괄 / 독자 사랑 속 꾸준히 발행하고파

▲ 전주 남부시장 2층 청년몰에 있는 독립출판 전문서점'우주계란'.

우리는 지방에 산다. 전주에 살고, 전북에 산다. 나 역시 30여년을 이곳에서 살아왔다. 오랜 시간 이곳에서 나고 자란 우리에겐 서울 광화문보다 전주 풍남문이 가깝고, 남산 보다는 완산칠봉이 더 정겹다.

 

그러나 지방에 사는 많은 이들은 자신들이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이곳을 잘 모른다. 내가 발 딛고 살아가는 전주의 이야기보다는 서울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심이 더 많으며, 그곳을 향해 달려가고 싶어하고, 또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전주에 살면서도 한옥마을의 역사에 대해 모르며, 군산에 살면서도 군산의 매력에 대해 잘 모른다. 지방은 '시시한' 곳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시시한 이곳이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발견'이 된다. 평택에서 살다가 지난 해부터 이곳 전주에 자리잡은 신재연 씨는 오래도록 이곳에 살아온 우리가 보지 못한 전주의 매력을 '무한발견'한 장본인이다. 그는 자신이 이끄는 독립출판 전문서점 '우주계란'에서 전주의 매력에 흠뻑 빠진 청년 10명과 함께 이름부터 독특한 '앗!'이라는 독립잡지를 창간했다.

 

"우리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우리 스스로를 기록하자는 의미에서 잡지를 창간하게 됐어요. 전주의 모든 것을 우리의 이야기와 함께 담아내보자는 취지에서죠. '앗!'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무언가를 찾아냈을 때 말하게 되는 감탄사에요. 우리가 알지 못한 전주의 매력을 '앗!'하는 소리와 함께 찾아내고 발견해보자는 뜻에서 짓게 된 이름이죠. 이제 걸음마일 뿐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재연 씨가 뜻이 맞는 청년들과 함께 창간한 독립잡지 '앗!'은 전주의 '이야기'를 다룬 잡지다. 30여쪽으로 구성된 이 잡지에는 재연 씨의 주요 활동무대인 남부시장 청년몰을 중심으로 전주한옥마을, 향교, 골목 등 다양한 풍경들을 필진 10여명의 시점에서 바라본 사진과 글로 담아내고 있다.

 

그동안 전주라는 지역의 문화와 화두를 다룬 매체들은 많았지만 '앗!'은 조금 특별하다. 재연 씨가 추구하는 독립출판의 형태로 제작되었을 뿐만 아니라 철저히 '공급자' 중심의 개성만점의 잡지이기 때문이다.

 

"'앗!'을 소개하자면, 이 잡지는 독립출판으로 제작되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지난 9월 말에 창간호를 만들었구요. 잡지 기획부터 제작, 디자인, 편집, 출판까지 모두 저희 멤버들이 십시일반 힘을 모았어요. 인쇄 부수도 많지 않은 소량출판, 독립출판물이죠."

 

독자에게 판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보다는 필진들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담아내자는 콘셉트가 독특하다.

 

"'앗!'에 맞춰서 매월 기획회의를 하고, 그에 따른 아이템을 조합해 만들어 냅니다. 10여명의 필진들이 각자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내죠. 패션잡지나 자동차잡지처럼 어떤 분야의 독자를 염두에 두고 만드는 방식이 아닌,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자는 게 이 잡지의 특징이에요."

 

그러나 책을 만든 이상 많은 이들에게 판매하고, 널리 읽히게 해야 하는 만큼 제작상의 자율성(?)과 함께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고.

 

"이제 막 첫 호를 냈지만 아무도 잡지를 만들어 본 적이 없다보니 제작이 쉽진 않았어요. 시행착오도 많았죠. 내용 구성을 어떻게 할지부터 어떤 종이에 어떻게 디자인하고 인쇄해야 할지 등등. 시작은 했는데 실제 책자로 만들어내긴 쉽지 않았죠. 또, 주변의 기대감도 있었어요. 어떤 사람들은 '왜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이야기를 하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하고요. 기대가 크니까 하는 이야기겠지만 독자를 설정하고 그들에게 맞추는 방식을 버리기가 쉽진 않았어요."

 

맨 땅에 헤딩하듯 열정 하나로 시작된 '앗!'의 창간호는 지난 9월 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창간호 인쇄 부수는 총 300부. 정가는 4000원이다.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유명한 필진이 참여한 것도, 잡지를 대대적으로 홍보할 방법도 없어 사람들에게 선보이기가 쉽지 않았다. 재연 씨가 운영하는 독립출판전문서점 '우주계란'에서 판매하거나 10여명의 필진이 각자 운영하는 가게나 SNS채널 등을 통해 조금씩 판매되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조금씩 알려진 '앗!'은 하나둘씩 관심있는 이들의 구매를 끌어모아 현재까지 약 150여부가 판매됐다.

 

"처음치곤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중요한건 앞으로겠죠. 10월말에 두 번째 '앗!'이 나올 예정인데, 더 많은 분들에게 알려지고 판매돼 이 책이 꾸준히 발행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오는 10월 말 2호를 발행하게 될 '앗!'은 아직까지 비정기 발행 잡지다. 올 연말까지는 '앗!'의 발행이 문화콘텐츠 관련 지원사업에 선정돼 인쇄비 등을 지원받지만, 내년부터는 스스로 책을 팔아 생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전주의 이야기를 각자의 시선에 담아내자며 시작한 야심찬 프로젝트지만 내년 이후부터는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판매량을 늘리지 못하면 말 그대로 '실험 프로젝트'에 그칠 수도 있다. 지금은 괜찮지만 앞으로의 상황을 생각하면 재연 씨도 조금은 걱정이다.

 

"이 잡지를 꾸준히 발행하는 게 제 목표에요. 내년이 되면 어떤 상황이 될지 걱정이지만 일단은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만들어 보려구요. 2호부터는 욕심도 낼 거예요. 지난 창간호는 대부분의 내용이 이 잡지를 만드는 우리가 누구인지를 설명하는데 그쳐서 아쉬움도 많았거든요. 2호부터는 하고 싶은 이야기 제대로 해봐야죠. 독립출판으로 우리만의 목소리를 내다보면 잘될 거라 생각해요."

 

'앗!'은 누군가 읽어주길 바라기 보다는 읽게 되는 누군가가 이야기에 공감하는 게 창간 의도다. 물리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그래서 '독립적'인 출판물임에 틀림없다. 지금은 작은 실험에서 시작하지만 그들의 목소리가 사람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다면, 그래서 사람들이 우리 지역에서 벌어지는 우리의 이야기를 '앗!'하고 발견할 수 있다면 이 독특한 매체의 작은 성공을 기대해볼 수 있을테다.

 

● 전주 유일 독립출판 전문서점 '우주계란'

- "독특한 취향·개성 넘치는 청년들 교류의 장"

▲ 우주계란 서점 내부에 구비되어 있는 각종 책.

독립잡지 '앗!'의 창간 소식을 듣고 찾아간 전주 남부시장 2층 청년몰. 인쇄소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곳에서 어떻게 잡지가 만들어지나 싶었다. 그러나 단 한곳, 그것이 가능한 장소가 있었다. 독립출판 전문서점 '우주계란'이 바로 그곳이다.

 

'우주계란'은 '앗!'을 창간한 재연 씨가 운영하는 독립출판 전문서점이다. 이곳에서는 말 그대로 대량 생산과 대중 기호에 맞춰 출간하는 상업출판물이 아닌, 독특한 취향과 성향을 지닌 소량 출판물을 판매한다. 시중에서 구하기 힘들거나 일반 서점에선 만날 수 없는 독특한 책들이 구비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문작가들의 인터뷰와 작품을 다뤄낸 사진집부터 인터넷에서 유명한 1인 출판물 '월간 잉여'에 이르기까지 장르와 분야도 다양하다. 이곳 '우주계란'의 독특한 이름은 운영자인 재연 씨의 고등학교 시절 별명에서 따왔다. 일본 작가의 동명 제목 소설에 등장하는 '우주계란'은 '계란 하나에도 우주의 신비로움이 담겨져 있다'는 뜻. 4~5평 남짓한 매장 안으로 들어와보면 사실 이곳은 서점이라기 보다는 독특한 책들을 가득 채워놓은 재미있는 방 같은 느낌이 든다. 많은 책이 있는 곳은 아니지만 개성넘치는 책들이 곳곳의 공간을 메우고 있는 탓이다.

 

이곳의 책들은 운영자 재연 씨의 개인적 취향을 중심으로 꾸려지고 있다. 스스로가 관심있는 책들을 먼저 구해다놓고, 다른 책들은 독립출판 전문서점들끼리 구축된 네트워크를 통해 구하거나 웹사이트를 통해 구하기도 한다. 일부는 '우주계란' 페이스북을 통해 먼저 판매를 제안하기도 한다고.

 

일반 서점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독특한 이 곳. 재연 씨는 이곳이 자신만의 취향을 가진 개성넘치는 이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저는 '우주계란'이 하나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시발점이 되었으면 해요. 자신의 취향을 가진 이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고 교류할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하나쯤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그의 뜻을 반영해 앞으로 '우주계란'에서는 다양한 작가들과 함께하는 워크숍이나 독서모임 등 다양한 커뮤니티 이벤트도 개최할 예정이다. 세상은 넓고 생각은 다양하다. 개성넘치는 책들을 만나보고 싶다면 이곳 '우주계란'에 들러보면 좋겠다.

 

성재민 문화전문시민(선샤인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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