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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전주생명과학고 - '농업 한류' 주도하는 젊은 영농인 양성 요람

맞춤형 교육 취업률 높여 / 졸업생 중 억대 농군 상당 / 한때 경쟁률 4대1 넘기도

▲ 1955년 11월 전주동중학교와 전주농고 학생들이 아침조회를 받고 있다.

'K-Pop'만 한류(韓流)가 있는 게 아니다. 한국의 농업기술도 전 세계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러한 농업 한류의 중심은 농업 인재들이 주도한다. 전북의 농업교육 선봉장에 있었던 전주생명과학고(교장 김진곤)는 농·생명 산업의 특성화고다. 김진곤 교장은 "과거에는 아무 기술 없는 사람이 하는 일이 농사라고 했지만 이제는 공부하지 않고서 농사를 지을 수가 없다"면서 "졸업생 가운데 '억대' 농부들이 꽤 많다"고 했다.

 

△ 농업 전문가 꾸준히 육성

 

조선 말까지도 체계적인 농업교육기관이 없었다. 1906년 고종은 부강한 나라를 위해 농업의 근대화를 추진해 실업학교를 건립했다. 국내에선 8번 째로 공립전주농업학교가 1910년 개교했다. 36년 간 일본의 식민통치, 6·25 전쟁을 거치면서 공백기도 있었으나 전주공립중학교, 전주공립농림중학교, 전주농림고등학교 등으로 개편되면서 격변기를 겪었다. 졸업생 이만상 원광대 명예교수는 "1950년대 4.3 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뚫어야 겨우 입학이 가능했다"고 기억했다.

 

농업은 1960년대 중반까지 중요한 1차산업이었다. 덕분에 많은 인재들이 몰려들었다. 1964년 원예과와 식품가공과가, 1970년 농업의 기계화로 인해 농업기계과도 신설됐다. 농업 시장이 개방된 지 18년이 지난 현재 힘들게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는 농민도 여전히 많지만, 개방 충격을 의연히 버텨내고 있는 건 전주생명과학고 등에서 농업인재들을 배출해온 덕분이라는 평가도 많다.

 

△ 정계·재계·문화예술계 망라

생명과학고 동문은 정계·재계·문화예술·체육계까지 두루 망라한다. 박정근 전 도지사(2회)는 한국농업 개척의 선구자다. 도지사, 국회의원을 역임한 그는 (사)한국축산물수출산업회 회장을 맡으면서 수출 100억불 달성의 금자탑을 세웠다. 김용철 전 고려대 교수(22회)는 국내 육종학의 석학으로 농업 근대화는 물론 채소원예학·종묘생산학 등 연구하면서 신품종 개발로 공적을 남겼다. 김동성 전 몬산토코리아주식회사 사장(36회)은 세계 최초로 수도용 제초제를 개발했으며, 파킨슨병에도 불구하고 잡초의 형태·생리·생태를 집약시킨 국내 최초의 '잡초도감'을 완간한 주인공이다. 정계 쪽으로 이존일 전 도지사(29회)와 최성식 전 국회의원(38회) 심 민 전 임실 부군수(53회), 재계 쪽은 최주호 동양고속건설회장(22회), 백승운 (주)하림 부사장(22회)가 있다. 언론계에선 소용호 전 전북일보 편집국장(49회)이 두드러진다.

 

셔틀콕으로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박주봉(69회)을 비롯해 기라성 같은 국가대표선수가 전주농고를 거쳐 한국 배드민턴의 본류(本流)를 형성했다. 국가대표 감독을 지냈던 한성귀(54회) 권승택(62회) 등은 태극마크를 달고 세계를 재패한 뒤 지도자로 명성을 날렸고, 올림픽에서 금메달 등을 안긴 김동문·하태권(80회) 역시 전주생명과학고의 이름을 빛낸 배드민턴 선수들이다.

 

문화계 쪽에선 동양적 춤사위와 현대적 미학의 조화를 선보여온 안무가 국수호(전 중앙대 교수·53회)를 비롯해 자신의 사재를 털어 풍물반을 만들고 학생들을 지도해온 정인삼 한국민속촌 농악단장, 이 바통을 넘겨받아 풍물반을 지도 중인 허영욱 전주농악전수관 단장이 뒤따른다.

 

△ 산학연계 맞춤형 인력사업 등 두각

▲ 현재의 전주생명과학고 전경.

전주생명과학고는 크게 생명자원과, 환경산업과, 식품과학과로 운영된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골목을 점거하기 전까지 풍요를 누렸던 동네빵집의 영향으로 입학생이 몰리는 식품과학과는 물론 뜨는 산업으로 평가받는 골프업계 기능인을 배출하는 환경산업과, 조경기능사·화훼장식기술자 양성을 목표로 하는 생명자원과 등이다. 특히 골프경영관리과는 전국 농업계 골프학과 중 최고급 시설을 갖춰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고, 전국 최초로 애견훈련학교 교사를 임용해 수업을 진행하는 애완동물과는 안팎에서 관심이 높다.

 

김진곤 교장 취임 이후 생명과학고는 좁은 취업문을 넓히기 위해 특성화고 명장육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젊은 영농 후계자와는 별개로 맞춤형 교육을 통한 인력을 양성하는 과정이 눈에 띈다. 지난해부터 중소기업청이 주관한 산학연계 맞춤형 인력양성사업에 선정된 생명과학고는 30여 명을 대상으로 유망한 중소기업과 연계해 강도 높은 직업훈련을 거치고 있다. 농업 기계화로 필요해진 특수용접기술 등을 5년 간 배운 뒤 자격증을 따면 병역특례를 해주는 '일석이조' 과정. 김진곤 교장은 "교육과정을 마치면 학생들 통장에 종잣돈 1억이 모일 수 있도록 재무설계까지 연계시켰으나 학부모들의 관심 부족과 고된 과정으로 참가자들이 크게 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하면서도 "학생들의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아 적극적으로 미래를 개척하도록 일조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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