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EBS 교재의 연계로 인해 이 수능의 성격은 변질되었고, 수험생들은 잘못된 공부방법으로 유도되었다. 시험에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교재가 생기면서, 많은 수험생들은 독해력이나 사고력을 키우는 공부를 하기보다는 EBS 교재 암기에 열중하고 있다. 시험장에서 익숙한 문제를 접하기 위한 이 노력들은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능력 증진과는 상관이 적어 보인다.
EBS교재의 수능 연계는 수험생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일부만 사실이다.
비록 EBS 공부로 어느 정도의 성적 향상을 이룰 수 있지만, 연계율이 70%밖에 되지 않고, 고득점을 위해서는 사고력이나 독해력 등의 능력은 여전히 요구되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실력을 늘리면서 EBS 암기를 동시에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한편, EBS 교재는 난이도나 문제의 질, 구성 면에서 부족한 점들이 많기 때문에 이를 통해서만 실력 향상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
하지만 다른 출판사들은 사장되었거나 EBS 변형문제집들만 내놓기에 급급하다.
EBS의 수능연계화는 공교육을 훼손시키는 문제도 있다. 일선 고교들에서는 교과서가 아니라 EBS교재로 수업을 하거나, 심한 경우 교실에서 EBS 강의를 틀어놓는 경우도 있으며, 이 내용은 학교 내신 시험에도 출제된다. EBS는 교과서 대신 공교육에 쓰일 자격이 없으며, 그럴 만한 질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EBS 강사가 담당 과목 선생님을 대신하는 것은 더욱 말도 안 된다.
EBS 교재의 수능연계는 사교육 시장의 축소를 가져오기는 했다. 하지만 대학 입시가 상대평가인 이상 사교육 시장은 건재할 수밖에 없다. 학원가는 방대한 양의 EBS교재를 정리하고 출제 예상 지문을 적중시켜 주는 강의를 개발하였다. 대학들도 이런 수능은 변별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여 수시비율을 더 높였고 ,학원들은 수능보다 수강단가가 높은 논술을 강화함으로써 대비하였다.
결과적으로 2012년 기준 사교육비는 전년도 대비10% 가량 감소하였는데, 저출산으로 인해 학생들의 수가 줄어드는 상황까지 고려하면 별 효과가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정말 이런 대책이 사교육을 줄일 수 있다고 믿는지, 보여주기 식으로 생색내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EBS의 수능연계를 통해 사교육비 억제를 노린다면 미봉책에 그칠 뿐이다.
오히려 치열한 대학입시와 그로 인한 사교육의 성행이 진행되는 사회구조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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