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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주례사

나보다 더 당신을 사랑하고 양가 부모님 자주 찾아뵙고 한 달에 책 한권 꼭 읽기를…

▲ 김상인 소청심사위원장
어깨위에 세월의 두께가 쌓여 가면서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종종 주례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새 인생을 시작하는 신혼부부 앞에서 모범이 될만한 삶을 살아왔다고 이야기할 자신이 없어 극구 고사를 하지만 불가피한 인연으로 아주 가끔 주례자리에 서게 됩니다. 제가 준비한 주례사라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두고 두고 새길만한 거창한 교훈은 아니고, 두 사람이 살아가면서 잊지 말고 실천해 갔으면 하는 몇가지 당부사항들입니다.

 

첫째, 신랑은 신부에게, 신부는 신랑에게 존댓말을 쓰고 상대방을 존중해 줄 것을 당부합니다. 지금까지 친구처럼 사귀면서 그렇지 않았다면 오늘부터 한마디씩 존댓말로 바꾸십시오. 상대방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기 위해서는 평소의 대화에도 품위가 담겨 있어야 합니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원래 한 몸이었던 인간의 지혜와 용력을 두려워 한 신들이 인간이 잠든 사이에 두쪽을 내고 뒤섞어서 사방으로 던져 버렸다고 합니다.

 

따라서, 결혼은 헤어진 나의 반쪽을 찾았음을 확인하는 의식입니다. 잃었던 짝을 찾았어도 상처가 아물어 하나가 되기에는 치료와 적응을 위한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을 소홀하게 대하다 보면 미운 마음도 생기고 자기가 손해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본전 생각도 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먼저 자신을 곰곰히 살펴 보십시오. 내 상처는 얼마나 크고 흉측하며, 자신은 얼마나 부족한 사람입니까? 당신과 함께 상처를 치유하고, 당신이 거들어 내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음을 자각하면 저절로 감사하는 마음이 들 것입니다. 나보다 더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 이것이 부부가 항상 지녀야 할 마음가짐입니다.

 

둘째, 두 분은 양가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이렇게 소중한 남편과 아내를 길러주신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효도라는 이름으로 부담스러워 하지 말고 부모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드리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으십시오.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지 말고 몸짓과 행동으로 실천하십시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제가 권하는 것은 자주 뵙고, 이야기를 나누라는 것입니다.

 

명절이나 생신 때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찾아 뵙고, 그럴 여건이 안되면 전화라도 자주 드리십시요. 저의 생모는 제가 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돌아가셨는데 살아계실 때, 좀 더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전화드리지 못한 게 지금도 마음에 걸립니다. 아울러, 양가 부모님께도 당부 드리겠습니다. 지금 이 식장을 나가는 순간부터 두 사람은 한 가정의 가장이고 어른들입니다. 더 이상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지 마시고 둘이서 살아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만 봐 주십시오. 부모님 뜻을 앞세우지 마시고 자식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십시오. 양가 부모님께서는 사랑만 주십시오. 혹여 더 주실 것이 있으시면 아무런 대가 바라지 말고 그냥 주십시오.

 

마지막으로, 한 달에 책 한권씩을 꼭 읽으십시오. 어떤 친구는 한 달에 한권씩만 읽으라고 했다고 꼭 한권씩만 읽겠다고 하던데 한달에 한권은 최소한의 기준이지 더 많이 읽을수록 더 좋다는 사족을 붙입니다.

 

두 분의 발전을 위해서도 그렇고, 앞으로 갖게 될 2세를 위해서도 이 약속을 꼭 실천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모는 텔레비전보고, 컴퓨터 게임하면서 자식들한테는 공부해라, 책 읽어라하는 것은 부모로서의 권위가 서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자식교육도 성공하지 못하는 사례를 많이 보았습니다. 무슨 책이라도 좋습니다. 고전이면 더욱 좋겠지만 자기계발서나 수필도 좋고, 소설이나 만화책도 좋습니다. 기왕이면 두 분이 번갈아가면서 한 권씩 준비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달부터 당장 실천하라는 뜻으로, 이번 달분은 오늘 주례를 맡은 제가 선물로 이렇게 한권을 준비해 왔습니다.

 

행복은 살아가면서 만나는 시련과 장애 그리고 고통을 극복한 후에 얻는 결실입니다. 인생의 풍랑을 만날 때 흔들리거나 포기하지 말고 상대방 손을 마주 잡고 함께 극복해 가시기 바랍니다. 오늘 이 혼사에 증인으로 동참하신 하객 여러분의 축복속에서 두 분의 세상인연이 끝나는 날까지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 꾸려 가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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