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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과 끝, 희망을 말하자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 천득염 전남대 건축학과 교수
얼마 전 새해 다짐을 한 것 같은데 벌써 한해를 마감할 때가 다가온다. 이럴 때쯤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지만 또 다른 해를 맞게 되니 무언가 숙연해진다.성경의 말씀처럼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했는데 왠지 우리 삶의 시작과 끝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크게는 나랏일에서부터 작게는 개인사까지 시작은 크고 희망을 말하지만 끝은 미약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올해엔 사람과 사람, 정파와 정파, 국가와 국가 사이가 더욱 그런 것 같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간극 벌어져

 

인간사에서는 사랑과 이해, 희망보다는 미움과 오해, 좌절이 더욱 더 많은 것 같다. 정말 하찮은 일에 분노하거나 낙담해 죽이거나 스스로 자기의 생을 거두는 경우를 자주 본다. 요즘 어려운 상황에도 여념 없이 생존해 가고 있는 필부필부들의 일상을 ‘안녕들하십니까?’라고 묻는 화두에서 큰 의미를 느낄 수 있다. 노력하면 무언가 성취돼야 함에도 도무지 이룸이 어렵고 희망이 보이지 않아 미래가 불안하다고 푸념한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간극이 더 벌어지고, 주는 자보다 바라는 자가 더 늘어만 나니 이를 어찌할 것인가. 입시공부가 힘들고 취업이 어려워 하소연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 돌아가는 것이 자기들의 눈에도 갑갑해 몇 자 글로 막연한 심경을 표현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선거가 끝난지 언제인데 지금도 그 얘기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철도문제는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달리는 형국이다. 힘 가진 집단과의 대화는 도무지 뚫리지 않아 막혀 있고 그렇다고 신선한 아젠다를 내세워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지 못하고 있음도 답답하다. 막힌 자와 뚫지 못하는 자 그들에게서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정치학자가 아닌 내가 봐도 한국을 둘러싼 각국의 쟁패도 심각하다. 다들 자기네 이익만을 추구하고 국제사회 질서와 공익은 사라진 것 같다. Korea라는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나라에서 일어나는 3대 세습이나 패륜적 상황은 상상이 않되고 부끄럽기도 한다. 건성박수가 심대한 문제라니 어찌 21세기 현대사회에서 일어난 일이 될까. 이건 약과다. 남의 땅을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세계최강경제대국 일본도 있다. 끊임없이 대륙에 대한 욕심을 내고 있다. 참혹한 살육의 만행을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적반하장인 셈이다. 세계최대국가인 중국도 북한 편들기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중국에 경제적 예속이 심하니 무어라 강하게 탓하지도 못한 것 같다. 이러다가 우리가 혹시 정치적으로 섬나라가 되는 것이 아닌가 염려된다. 일본과 친하게 지내는 미국에 의지할 수 없고 그렇다고 북한편만 들고 있는 중국에 추파를 던지기엔 더욱 그렇다.

 

송호근 교수는 현재 한국의 상황은 구한말 암울했던 시기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는 우리의 초라한 자화상을 냉철히 인정하자고 한다. 미래가 막막한 사회는 시민윤리와 공동체정신이 적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자기주장만이 넘치는 사회에서 누가 어렵고 못사는 사람들을 걱정하겠는가.

 

강요된 삶의 방식 벗어나야

 

그렇다면 우리에게 미래란 정말 없고 어렵다는 것일까. 수출은 늘고 외화는 쌓여 있다고 한다. 어렵지만 우리사회엔 오히려 희망을 말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세밑에 미담기사가 줄을 이은다. ‘88만원 세대’라는 신조어를 만든 우석훈은 ‘이제 무엇으로 희망을 말할 것인가’라고 묻는다. 일그러진 욕망으로 빚어진 시장만능시대를 지적하고 한국사회전체를 아우르는 희망찾기를 제안한다. 돈으로 줄 세우고 비용효율로만 재단해 사람을 제거한 탓에 혼란에 빠뜨렸다고 비판한다. 또한 눈에 보이는 현상에만 집착하고 근본을 외면한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래서 강요된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생각할 때에야 비로소 희망이 보인다 했다.

 

이제 한해를 마무리하며 무엇이 진정한 가치이고 희망인지 찾아나서야 할 때이다. 현재의 상황을 냉정히 성찰하며 새로운 꿈을 찾아야 한다. 희망을 말해야 희망이 생기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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