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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과태료·범칙금과 나라살림] 운전 중 안전띠 미착용 단속 이유는

국민 한 사람당 과태료나 범칙금을 1년에 10만원씩 물리면 무려 5조원 가까이 된다 나라 살림에 보탬이…

▲ 안전띠 강력 단속 중.
겨울비가 쏟아지는데 한 남자가 우산도 쓰지 않고 거리를 걷고 있었다. 차가운 날씨에 비까지 맞았더니 온몸이 으슬으슬 떨려서 잔뜩 웅크리고 걷는데 경찰관이 다가왔다.

 

“선생께서는 지금 우산도 없이 비를 몽땅 맞고 계십니다. 이러다가 잘못하면 지독한 감기에 걸려서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습니다. 가족들의 슬픔이 얼마나 크겠습니까. 대단히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판단되어 선생께는 범칙금 3만 원을 부과하겠습니다.”

 

이거 말이 되는가. 남이야 비를 맞든 감기에 걸리든 무슨 상관인가. 경찰관이 나서서 범칙금까지 부과하겠다는 건 또 뭔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도로상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운전하면서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범칙금을 물리는 게 대표적인 예다.

 

쓰레기를 남의 집 앞에 함부로 버리거나 주차위반을 했다가 적발되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 술이 취해서 노상방뇨를 하다가 걸렸다고? 재수없게 당했어도 범칙금을 내야 한다. 이유는 오직 하나다. 남에게 피해를 주었기 때문이다.

 

과태료든 범칙금이든 잘못의 크기에 따라 물어야 하는 금액도 조금씩 다르다. 이 두 가지에는 공통점이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에만 부과한다는 것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행위에 과태료나 범칙금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속도위반을 단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속한 운전자가 불행해질 것을 염려해서인가. 천만의 말씀이다. 다른 차와 추돌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다른 차를 운전하는 이에게 피해를 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음주운전은 다른 이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줄 가능성이 대단히 높기 때문에 잠정적 살인 행위로 간주해서 집중적으로 단속을 벌인다. 최소 300만원에서 최대 1,000만 원까지 벌금(전과 기록까지 남는 벌과금)을 물도록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운전 중에 안전띠를 매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범칙금 3만 원을 내야 한단다. 왜? 법으로 정해져 있으니까.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말 많으면 공산당이라고 했다. 긴 말은 필요없다. 그 상태로 운전하다가 사고가 나면 사망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추돌사고의 경우는 운전자가 차량 밖으로 튕겨나갈 수도 있기 때문에 2차 사고의 위험도 크다. 마치 우산도 없이 차가운 겨울비를 맞으면 감기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처럼….

 

안전띠를 매면 답답해서 운전에 오히려 지장을 받는 사람도? 물론 범칙금이다. 어떤 교통사고는 안전띠를 매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던데? 소용없다. 3만 원이다. 그런 것까지 국가에서 상관하는가? 당연하다. 어째서? 국민은 국가의 소중한 재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장비를 단단히 갖추지 않고 등산길에 오른 사람도 일일이 적발해서 범칙금을 부과해야겠다. 어떤 일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가 실패한 사람도 과태료를 물어야겠다. 전국 방방곡곡 도로상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날도 얼마 남지 않았겠다.

 

“선생께서 운전하고 계시는 차량의 타이어 상태를 보니 심하게 마모되었군요. 이런 상태로 운전하시면 갑자기 빵꾸가 나서 대형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범칙금 5만원 부과하겠습니다.”

 

“아주머니는 보아하니 초보인 것 같은데, 그렇게 두꺼운 장갑을 끼고 운전을 하면 핸들이 미끄러져서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관련 법규에 따라 범칙금은 3만원입니다.”

 

“아니, 아가씨. 이렇게 예쁜 인형을 차 안에 세 개씩이나 싣고 다니면 시선이 자꾸 분산될 거 아녜요? 방향제도 너무 진하잖아요? 운전 중에 이렇게 에로틱한 향기를 마시면 자꾸 딴 생각이 날 게 분명해요. 제 말이 맞죠? 예쁜 인형 동승금지 위반에 실내 향기 과다로 범칙금이 10만 원인데 아가씨는 예쁘니까 특별히 작은 걸로 끊어줄게요.”

 

국민 한 사람당 과태료나 범칙금을 1년에 10만 원씩만 물리면 무려 5조원 가까이 된다. 나라 살림에 보탬이 많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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