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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작동된 공천비리 시한폭탄

▲ 김성중 편집부국장
2012년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등장한 기초선거 무공천을 둘러싼 논쟁과 갈등이 지난 10일 막을 내렸다. ‘기초선거 무공천’을 매개로 새정치민주연합으로 뭉친 통합신당이 당원과 국민의 뜻을 물어 기초선거 공천을 실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도내 신당 진영의 기초선거 후보들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바뀔 것 같지 않던 무공천 방침을 믿고 기호 2번이 없는 6·4지방선거를 준비해왔다. 이들 후보들은 무소속 선거전을 준비하는 고통 속에서도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상황을 큰 위안으로 삼았다.

 

그러나 신당의 무공천 철회로 후보들은 다시 ‘공천=당선’의 구도로 내몰리게 됐다. 후보들이 또 지역구 국회의원의 손바닥 위에 올려진 것이다. 공천 칼자루를 쥔 국회의원 앞에 목을 내놓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무공천 방침 번복 이후 ‘국회의원들이 잠시 닫았던 공천 가게를 다시 열었다’는 조롱이 그래서 나온다.

 

되짚어보면 기초 무공천이 대선 후보들의 공통 공약이 된 배경에는 중앙 정치권이 기초선거를 쥐락펴락 하면서 참다운 지방자치가 정착되지 않고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이 지역 국회의원들의 몸종으로 전락한 현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또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에 대한 지방정치인들의 줄서기와 공천 헌금 등의 충성 관행도 정상적인 풀뿌리자치를 위해 꼭 없애야 할 과제라는 인식의 공감대가 있었다.

 

실제로 지방자치 20년간 공천비리로 법의 심판을 받은 이는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대선이 끝나면 여야가 기초선거 무공천을 법제화 해 지방자치의 중앙정치 예속화라는 질긴 사슬을 끊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공약 뒤집기에 이은 통합신당의 무공천 철회로 그 같은 기대는 물거품으로 끝났다. 물론 여야가 대등하게 선거를 치르게 됐다는 긍정 평가도 있지만 특정당 독식의 호남과 영남에서 국회의원의 공천 횡포를 막을 방법 또한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로 다가온다.

 

사실 통합신당 출범 전까지 도내 국회의원들은 기초선거 공천을 예상해 6·4지방선거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었다. 도내 대부분 지역에서 국회의원의 특정인 낙점설이 파다했고 관련 정황도 드러났다. 그러던 중 기초 무공천을 내걸고 통합신당이 출현하자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있었을 따름이었다. 신당이 뜨자 민주당에서 “공천 장사를 망쳤다”는 푸념이 쏟아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국회의원들의 공천권 집착은 신당의 무공천 여론조사 당일에도 확인된다. 이날 이춘석 도당위원장 및 극소수를 제외한 전북 국회의원들은 당원들에게 공천 찬성을 독려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신당 출범의 핵심 고리가 기초 무공천인데도 국민과의 약속 실천 보다 기득권이라는 잿밥을 더 탐낸 결과다. 그런 면에서 자신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기초단체장 후보자격심사를 중앙당이 총괄하게 됐으니 또 어떤 꾀를 부릴지 자못 궁금하다. 벌써 일부 국회의원들이 기초단체장 후보들에게 경선방식을 강요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입김에 따라 좌우되는 기초단체 공천의 폐해는 어떤가. 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기초단체장과 의원을 줄 세운 중앙정치의 전횡은 풀뿌리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할 수준에 이르렀다. 기초 단체장과 의원이 서야 할 줄은 공천권자가 아니라 지역주민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분들이 선거에 동원되고 지역구 의원에게 줄을 서야 다음 공천을 기대할 수 있는 현실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지방자치는 요원할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무공천 철회 대국민 회견에서 나온 이 같은 언급을 과연 도내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아는지 모르겠다.

 

멈추는 듯 했던 공천비리 시한폭탄이 다시 째깍째깍 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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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중 yak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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