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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은혜

▲ 진창선 문학평론가
‘어머니는 눈물로 진주를 만드신다’ 정한모의 시 ‘어머니(6)’에서 뽑은 한 구절이다. 풀이하면 어머니가 흘린 눈물은 자식들 마음에 새겨져 삶의 굽이마다 진주처럼 빛난다는 것을 노래했다. ‘은혜처럼 빨리 늙는 것도 없다’는 영국의 속담도 만인의 좌우명이 됨직하다. 미국 대통령 링컨은 ‘어머니’란 말만 들어도 눈물을 흘렸다니 세상에 ‘어머니’란 말보다 크고 넓고 깊은 뜻을 아우르는 말이 또 있을까. 남녀 사이는 상대적 사랑이라 이르고, 어머니 사랑은 절대적 또는 무조건적 사랑이라 이른다. 무릇 어머니야말로 희생과 봉사와 아낌없이 베푼 인정 등이 조화를 이루어 소리 없이 흐른 깊은 강심과 같을레라. 명예로운 계관시인이었던 조병화 선생은 미리 남긴 묘비명이 매우 인상깊다.

 

『어머니 심부름 왔다가 심부름 마치고 어머니 곁으로 돌아갑니다』

 

일반적으로 효(孝)를 논할 경우 여타 종교에서는 마냥 교리에 따라 다스리다 보니 천상 간접적일 수밖에 없다. 허나 공자는 내 몸을 부모로부터 받자온 것을 우주 질서의 근본임을 내세워 효도란 인륜의 규범이라 직접적임을 설했다. 대개 아동 교육을 논할 때는 맹모삼천(孟母三遷)을 덕담으로 하지만 재주를 함부로 자랑한 가벼움을 깨우친 예라면 독창적 서풍을 창조한 한석봉 어머니의 먹방에서의 솜씨 겨루기를 통해 크게 깨닫게 한 참교육에 미칠까. 한편 순종을 미덕으로 닦고 살았던 우리 어머니들, 허나 그 고달픈 세월에도 인내의 철학을 바탕삼아 아들딸 잘 길러 내고 가르치며 살아 왔다. 프랑스 속담에도 요람 속에서 배운 것은 무덤까지 간다 했으니 어머니의 자애(慈愛)같이 거룩할까. 미국이 필리핀을 점령했을 때 일화다. 마닐라 해안을 향해 함포 사격을 하려는 찰나 한 해병의 옷이 바람에 날려 바닷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 해병은 상관의 제지를 뿌리치고 물속으로 뛰어들어 옷을 건졌습니다. 결국 그 해병은 명령 불복종 죄로 군법에 회부되었습니다. 재판관 듀이 장군은 왜 물에 뛰어들었냐고 물었습니다. 병사는 젖은 옷 속에서 어머니의 사진 한 장을 보이고는 이내 말이 없었습니다. 재판정은 갑자기 숙연해지고 재판관들 역시 이 감동적인 분위기에 눈을 감았답니다. 한민족의 영원한 지도자 백범(白凡) 선생은 이국 땅 망명정부 시절 어려운 세간 방에서 엄한 어머니의 뜨거운 채찍에 바짓가랑이를 걷어올렸다는 일화를 백범일지(白凡逸志)에 고대로 그리고 있다. 사회생물학자 최재진 교수가 밝힌 대로 모든 생물은 모계 혈통이므로 유전학적 호주(戶主) 역시 여자임을 강조한 것도 삶의 중심에는 어머니의 아낌없는 사랑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교육학자 헤르바르트도 한 사람의 양모(良母)는 백인의 교사에 필적한다고 어머니의 사랑과 가르침을 등불로 삼았다. 한편 어머니는 최초의 스승이란 명제 역시 일상적 체험으로부터 얻은 진리다. 마침내 인간화 시대를 맞았다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오늘의 핵가족 시대로 전통적 풍속까지 흔들리니 사회적 고민이 크다. 허나 동방의 해 뜨는 예의의 나라로 일컬었고 현대는 유일하게 ‘극복의 유전자 보유국’이라 밝혀져 자랑스럽다. 한편 한국을 ‘달의 문화’로 지칭해 왔으니 곧 달의 운행은 여성 생리의 주기와도 밀접해 그 신비로움은 물론 자연 한국의 문화도 여성적이요 더 나아가서는 찬란한 어머니의 문화로 명명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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