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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생활문화의 보물창고, 전통시장

▲ 채성태 문화공간 싹 대표
나는 지역 전통시장을 지역의 생활문화가 담겨 있는 ‘보물창고’라 여긴다. 그래서 전통시장을 찾아 지역의 보물들을 구경이라도 해보자는 심사에 지역문화의 거래 현장을 기웃거리며 즐길 때가 많다.

 

무주반딧불시장 '우리대장간'

 

무주에 있는 무주반딧불시장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무주반딧불시장 중심을 가로질러 끝자락 모퉁이에는 ‘우리대장간’이라는 작은 대장간이 있다. 오늘날 보기 드문 대장간이 존재한다는 것에 놀랍고 반갑기도 했지만, 아직도 대장간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기에 무주를 방문하는 날엔 꼭 한 번씩 들르게 되었다. ‘우리대장간’은 전통방식을 고수하며, 쇠를 다루는 소리로 주변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당겼다. 한 평쯤 되는 작은 공간 안에는 쇠를 달구는 화덕이 있고, 쇠를 두드리고 다루는 모루와 풀무를 비롯한 여러 연장들이 주인장의 손이 닿기 편한 위치에 가지런히 배치돼 있다.

 

대장간을 찾는 사람 대부분 농사를 짓는 노인들이다. 무주에 사는 사람들도 있고, 타 지역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농사에 필요한 연장을 새로 장만하기도 하고, 오래 사용해 무뎌진 도구를 고쳐가기도 한다. 모두 볼일을 보고 돌아가는 길에 자신의 맘에 흡족한 듯, 쇠를 다루는 주인장의 꼼꼼한 솜씨로 맞춤으로 잘된다며 칭찬 일색이었다. 내가 대장간을 찾는 날마다 대장간 주인아저씨는 항시 작업에 열중하고 있어 말을 걸 수가 없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난 어느 날, 드디어 차분히 대화할 기회가 생겼다. 대장간 주인아저씨는 그 일에 대한 사명감이 대단했다.

 

“옛날에는 대장간이 잘되고 인정도 받던 직업이었지. 내가 열아홉에 시작해 벌써 48년이 되었네! ‘우리대장간’이 전북에서 아니, 대한민국에서도 가장 작을 거야. 그래도 여기서 돈 벌어 자식들 다 키우고 했으니 나에게는 소중하고 고마운 대장간이지.”

 

“대장간을 찾는 사람들이 예전처럼 많지는 않아도,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장날이면 꼭 찾아와! 그래서 대장간이 아직 있는 것이고, 내가 이 자리를 지켜야 하는 이유지. 내 사명이라고 생각해!, 항상 그분들에게 고맙지.”

 

“이 일도 10년쯤 아니, 15년쯤 되면 사라질 것이 분명해. 대장간을 찾는 사람들도 없을 것이고, 이 일을 할 사람들도 없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지!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런 일에 관심을 두지 않아. 힘들고 돈이 되지 않아서지. 젊은 사람들은 머리만 조금 쓰면 이 일로도 벌어먹고도 살 수 있지만, 누가 이런 일을 배우려고 드나!”

 

“어찌 보면 이것도 우리의 소중한 전통문화라서 난 자부심이 있어. 그런데 이런 전통문화가 사라지게 돼 안타까워. 나라에서 이런 문화를 지킬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하는데 말이여. 이런 문화가 사라지지 않게 젊은 사람들이 신경 좀 써 봐.”

 

“요즘은 대장간이 흔하지 않아서 이런저런 행사하는 곳에서 전화가 많이 와! 돈 줄 테니 대장간 행사 좀 하게 오라고. 그런데 그런 곳에서 하는 것이 무슨 대장간이겠어. 흉내만 내는 것이지. 그래서 안 간다고 했어. 대장간은 이렇게 사람들 보고 의견도 들으며 만들어가는 것이지, 대대로 내려온 우리의 전통문화를 흉내만 내면서 잘못 소개하면 안 되지!”

 

전통문화, 행사 돈벌이 도구되면 안돼

 

말씀 속에 전통문화에 대한 사회 현실적인 문제가 담겨 있어 전통문화에 대해 다시금 고민할 기회가 되었다. 우리는 전통이라고 떠들어대며 지켜야 할 문화는 지키지 못하고, 전통이라는 모형만 갖춘 박제로 행사용 돈벌이 도구가 되어 그 속에 담긴 얼과 정신은 무시하며 전통이라고 우겨대는 것은 아닐까! 어디에서 발생한 것인지도 모르는 문화들과 뒤범벅되어 이것이 우리의 전통이라며 포장하고 자랑하는 모습들이 생각나 부끄러웠다.

 

대장간 주인아저씨는 자신의 이름이 ‘박재용’임을 알려주며, 자주 찾아와 놀다 가라고 하셨다. 그것이 곧 우리의 전통을 만나는 것이며, 지키는 것이고, 전통을 알아가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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