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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선의 도로 향한 전주의 용틀임

▲ 황호문 전주시 시민교통본부장
‘사람이 다니라고 만든 길은 몸만 옮겨놓지 않는다. 몸이 가는 대로 마음이 간다. 몸과 마음이 함께 가면 그 길은 길이 아니라 도(道)이다.’ 고운기 님의 책 한 구절이다. 우리가 다니는 길은 누군가 첫 발을 내딛고 많은 사람들이 걸어가면 길이 생긴다. 숲이면 숲길이고, 꽃을 심으면 꽃길이 된다. 꿈과 희망을 노래하면 아름다운 도(道)의 길, 희망의 길이 된다는 것이다.

 

전주에 희망의 길을 만들고자 한다. 30년 넘는 공직생활 동안 필자는 차가 빠르게 지나는 길, 많은 시민들이 최대한 빠르게 통행할 수 있는 직선도로를 내는데 온 힘을 다해왔다. 그런데 전주시에 근무하기 시작하면서 ‘사람의 도로’를 만들기 위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사람의 도시 전주에서 사람이 희망을 노래하고, 꿈을 노래할 수 있는 ‘사람의 길’이 필요한 시대적 과제를 안게 되었다.

 

자동차에 빼앗겼던 사람의 도로를 사람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과제를 풀기 위한 해결책은 어디에 있을까? 발상의 전환이다. 때로는 위험 부담과 환호가 따르는 발상의 전환. 발상의 전환 없이는 발전을 기대할 수 없지 않을까?

 

남부시장 싸전다리에서 관통로 사거리까지의 거리를 대중교통 전용지구로 지정하여 그 도로는 대중교통만이 통행 가능하고, 개인 차량은 외곽으로 분산시키는 대안이다. 대중교통 이용 차선 밖에는 사람과 자전거가 오가며 주변과 연계된 전주의 관광 활성화,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사업이 시행되기 전에 전주의 시내버스 노선개편과 시내버스 지간선제 시행 등의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누구나 버스 타기 편리하고, 시내버스 하나면 자가용이 필요 없을 정도로 시민의 발은 편리해져야 한다. 인간존중으로 조성된 팔달로는 자전거, 사람, 공연, 휴식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태어난다면 전주의 명소가 될 것이다.

 

스페인 광장과 바르셀로나 거리를 방문했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머리에 남아있다. 그 광장과 그 거리에는 늘 사람으로 가득했고 사람구경도 즐길거리가 될 정도였다. 가우디의 아름다운 건축물과 어우러진 광장은 안전한 도시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밤에는 사람이 부딪칠 정도로 쏟아져 나왔고, 노천카페의 여유로움, 낮에는 층층계단에 앉아 높고 낮은 분수를 지켜보며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은 삶을 즐기는 높은 품격이 느껴졌다. 즐길거리와 즐길 수 있는 환경과 공간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지방정부가 해주어야 한다.

 

전주한옥마을을 향한 발걸음과 느림의 미학이 살아있는 슬로시티 전주의 매력에 대중교통 전용지구가 더해진다면 바르셀로나 거리 못지않은 품격의 문화도시 전주를 느껴볼 수 있게 될 것이다.

 

모든 일의 중심에 사람이 있다. 인간존중의 정신을 담아 사람의 도시 전주는 하나씩 완성되어가며 시민들이 만족해하는 도시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십년수목 백년수인(十年樹木 百年樹人)’이라는 말이 있다. ‘나무는 10년을 내다보고, 사람은 100년을 내다본다’며 인재를 소중히 키워낼 것을 주문한다. 하지만 도시의 생명력은 몇 천 년을 이어 내려오고 있다. 전주의 생명력은 천년을 지켜가는 도시, 千年樹都가 되고자 지금 힘찬 용틀임을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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