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유사한 경험을 하였던 사례로 대학살을 겪었던 유태인의 경우 아우슈비치 포로수용소의 기념비에 새겨진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라는 문구와,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의 로비에 새겨진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에서 보듯 당시의 수치스런 역사를 잊어서는 안되고 왜곡하거나 외면해서도 안된다.
사실 그대로가 역사인 것이다. 삼국시대 이후 금강의 입구에 자리하여 중부 서해안의 거점항구로 성장해온 군산은 제국주의시대 일제의 침략 앞에 수탈의 대표적 항구로 활용되었고, 그 아픈 역사는 오늘날 전국 최고의 근대문화 유산을 소유한 도시로 역사교육의 장이 되었다.
군산의 월명동 장미동 일대에는 수탈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건축물들이 산재해있다.
일본식 사찰인 동국사, (옛)조선은행군산지점, (옛)일본제18은행군산지점, 군산신흥동일본식가옥(일명 히로쓰 가옥), (옛)군산세관, 해망굴 등….
일부에서는 이런 건축물들을 일제 잔재물이다 하여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다 하여 치욕의 역사가 없어지겠는가?
오히려 이러한 건축물들을 허무는 것이 아니라 근대역사박물관, 근대건축관, 장미갤러리, 공연장, 미술관, 고우당 등으로 옛 건물에 담긴 스토리와 시대의 흔적을 원형 그대로 복원하여 우리 국민들과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일제강점기 산교육장으로 활용하기 위한 사업이 ‘근대문화도시 조성사업’인 것이다. 이 사업은 2009년부터 시작돼 올해 마무리 된다.
군산시는 군산항 개항 이후 경제행정 중심도시로서 성황을 이루던 곳이나 택지개발 등 도시가 외곽으로 팽창하면서 원도심에 공동화 현상이 발생되고 쇠퇴해 지역 내 산재한 근대문유산을 활용한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사업이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올해 5월부터 근대문화도시를 체험하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덕분에 침체됐던 원도심이 활성화 되고 근대 역사문화를 담아낸 도심재생사업이 그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해 대한민국 최고의 경관대상을 받은데 이어 올해에는 ‘2014 아시아 경관 대상’을 받는 도시가 됐다.
특히 올해 ‘미래로 행복을 연결하는 경관’을 주제로 진행된 아시아 도시경관 평가에서 근대문화와 역사를 담은 도심 재생으로 낡은 건물을 헐지 않고 건물에 담긴 스토리와 시대의 흔적 등을 복원한 점이 호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도 200억 원을 투자해 도시재생 선도사업추진과 지구단위계획 등 도시계획 재정비로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근대문화도시를 조성하게 된다. 이제 100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 근대역사박물관, 근대건축관, 미술관, 고우당 등 군산의 근대문화거리에서 일제시대 독립군의 가족이 된 마음으로 걸어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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