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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그러진 초상, 지역분열

▲ 신기남 국회의원
정치에 들어와서 알게 된 것들 중에 하나가 정치인에게는 고향이 어디냐 하는 것이 지극히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정치에 입문한 시점인 1990년대 후반에 이미 지역을 기준으로 한 정치적 분열상은 극심한 상황이었다.

 

물론 바깥에서 보기에도 그런 현상을 어느 정도 짐작하고는 있었지만, 안에 들어와 체험해 보니 상상 이상으로 심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정당마다 강고한 지역기반을 가지고 있으며, 그 지역에서는 거의 싹쓸이를 할 정도로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한다.

 

합리적 경쟁 아닌 맹목적 편 가르기

 

수도권에서도 그 현상이 여전히 유지되어서 유권자는 인물이나 정책을 보지 않고 출신지역에 따라 정당을 선택한다. 정치가 합리적인 경쟁이 아닌 맹목적인 편 가르기 싸움이 되어 버린다. 국민이 지역적으로 나뉘어 편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현실적 이익 추종자인 정치인은 이 분열상을 치유할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부추겨서 반사이익을 보려고 한다. 국회나 지방의회의 의원들도 말로는 지역구도를 타파해야 한다고 하면서 사실은 이를 은근히 즐기며 주민의 지역감정에 편승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정치에 의해 분열되는 우리 국민은 정치의 희생자라고도 할 만하다.

 

지역분열은 기본적으로 경상도와 전라도의 대결구도에서 비롯되었지만, 다른 지역도 소외되지 않으려고 지역 나뉨에 동참하여 결국 나라 전체가 총체적으로 지역구도를 형성하기에 이른 느낌이다.

 

민족이 남북으로 갈린 것만 해도 서러운데 다시 동서로 갈리니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이런 현상은 시간이 지나도 변함이 없고 근래에 들어 오히려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경상도는 전라도 핑계를 대고 전라도는 경상도 핑계를 댄다. 저 쪽이 그렇게 하니 우리도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영남지역 사람들이 지나치게 보수적이 되었다는 점이다. 나는 선친이 젊은 시절에 대구에서 학교를 다녔고 처가 부산사람이기 때문에 영남지역에 갈 기회가 자주 있고 그 쪽에 알고 지내는 친지도 많은 편이다. 내가 만나는 영남 출신의 사람들 가운데에서, 내 눈에 그럴듯해 보이는 지식인들이 의외로 보수 일변도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경우가 무척 많다는 것을 알게 될 때마다 놀라고 있다.

 

과거에 영남은 그렇지 않았다고 알고 있다. 지금처럼 지역대결 구도가 형성되어 있지 않았을 때 영남은 이 나라 진보와 개혁의 기운을 이끌었다. 4·19 의거와 부마항쟁을 이끌어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민주화의 성지였다.

 

그런데 지역구도가 정착되면서 영남은 급속히 보수화 되어 버렸다. 보수를 표방하는 정당을 중심으로 사상이 결집되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영남 사람들이야말로 지역분열 구도의 진정한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흔히 지역구도의 피해자라고 일컫는 호남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다행스러웠다고 할 수 있다. 민주화, 서민, 통일 같은 화두를 비교적 활발히 내세워 온 진보적 정당을 지지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쪽으로 사상이 형성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동서로 갈린 나라, 방치해선 안 돼

 

이제 더 이상 방치해 둘 수는 없다. 선거제도를 개선하여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등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 사상이 지역주의의 볼모로 잡혀 있는 우리의 일그러진 초상을 하루 빨리 지워 버릴 때 비로소 우리 민주주의는 건강하게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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