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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공공조달의 ‘갑문(閘門)’, 지역 기업 성장의 새 지평을 열다

김항수 전북지방조달청장

과거 바닷길이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던 시절, 운하는 대륙을 연결하고 물류의 흐름을 혁신적으로 바꾼 지혜의 산물이었다. 특히 서로 수위가 다른 바다를 연결할 때 선박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물높이를 조절하는 ‘갑문(閘門)’ 시스템은 운하의 핵심 장치다. 수위가 낮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배를 위해 물을 채워 올리고, 수위를 일정하게 맞춰주는 갑문의 정밀한 개폐 프로세스는 오늘날 조달청이 추구하는 공정하고 전략적인 공공조달의 역할과 매우 닮아있다.

현재 우리 지역 경제는 대내외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기초 체력과 자본력이 부족한 지역 중소기업들은 거대한 공공조달 시장이라는 넓은 바다를 앞에 두고도, 진입 장벽에 막혀 제대로 항해를 시작조차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조달청은 비수도권 기업 조달 우대방안과 과감한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공공조달 개혁을 단행하여 지역 경제의 실질적인 활성화를 위해 제도적 물길을 새로이 트기 시작한 것이다.

조달청이 추진하는 공공조달 개혁은 수위가 낮아 물길을 잡기 어려웠던 지역 중소기업들을 위해 조달의 갑문을 열고 든든한 물길을 채워주는 운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방우대 가점 체계를 대폭 개편하여 지역 제한 입찰의 실효성을 높이고,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의 기준금액을 확대하여 지역 기업의 판로를 넓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낙찰하한율을 상향 조정함으로써 과도한 저가 경쟁으로 인한 부실을 방지하고 기업들이 적정한 마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그러나 운하의 갑문이 모든 선박에게 무조건 개방될 수 없듯이, 공공조달의 갑문 역시 아무에게나 열려서는 안 된다. 물길의 흐름을 어지럽히는 무자격 선박이 진입하면 운하 전체가 마비되거나 먼저 가던 선박들이 큰 피해를 입게 된다. 공공조달 시장에서도 기술력과 생산 설비조차 갖추지 않은 채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나 브로커를 통해 무분별하게 입찰에 참여하여 공정한 경쟁 체제를 무너뜨리는 부적격 업체들은 시장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심각한 교란 요인이다.

이에 조달청은 철저한 현장 전수조사와 스크리닝 시스템을 도입하여 페이퍼컴퍼니의 진입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고, 적발된 기업은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고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등 엄중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성실하게 기술을 개발하고 고용을 창출해 온 건실한 중소기업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는 건강한 조달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다.

결국 공공조달 개혁의 본질은 자격이 없는 부적격 기업은 단호하게 막아서고, 묵묵히 지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지역 중소기업에게 더 넓은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갑문을 활짝 열어주는 데 있다. 들어와야 할 배와 막아야 할 배를 명확히 구분하는 공정하고 투명한 ‘조달의 갑문’이 확립될 때, 우리 지역 기업들은 차별 없는 공정한 뱃길 위에서 마음껏 역량을 펼치게 될 것이다.

지방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살고, 지역 기업의 성장이 곧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다. 지역의 중소기업들이 조달청이 닦아놓은 공정하고 안전한 물길을 따라 공공조달이라는 기회의 파도를 힘차게 넘어가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글로벌시장이라는 더 큰 바다로 당당히 순풍에 돛을 올리고 나아갈 수 있도록, 전북지방조달청은 언제나 든든한 조력자의 자세로 그 위대한 항해와 눈부신 도약을 기대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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