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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소감] "주마가편의 상…문청 자세 잊지 않을 터"

▲ 박이선, 1969년 남원 출생, 7회 대한민국디지털작가상, 전주덕진소방서 119대원

작년에 시골로 이사를 해서 겨울이면 땔감을 장만하느라 바쁩니다. 아파트에 살 때는 현관문을 꼭 걸어 잠그고 토끼가 굴속에 웅크리고 있는 것처럼 시간을 보내도 뭐라 할 사람 없지만 시골은 자질구레 신경 쓸 일이 많습니다. 눈이 많이 왔을 때 깜빡 잊고 늦장을 부리면 이웃집 영감님이 깨끗이 치워놓으니 여간 미안한 것이 아닙니다.

 

오전에 이웃집 영감님과 함께 복숭아밭에서 나이 든 나무를 잘라 땔감으로 만들고 돌아와 먼지를 털어내고 있을 때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든 전화기 너머에서 신문사라는 말과 함께 축하한다는 말이 들려옵니다. 순간 몸이 쩌르르 울렸습니다. 환호성을 질러야 할지 아니면 침착하게 응대해야 할지 혼란스러웠습니다. 헝클어진 정신을 가까스로 추슬러서 묻는 말에 간신히 대답을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처마 밑에 그대로 주저앉아 한참을 킥킥거리며 웃었습니다. 아마 누가 보았으면 저 사람이 실성했구나 싶을 정도로 그렇게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행운은 예상치 못했던 순간에 찾아오는 모양입니다.

 

그동안 소설을 쓴답시고 수차례 응모해보고 당선을 기다리며 당선되었을 때는 무슨 말을 할까 행여 속물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혼자 노심초사 마음의 준비를 해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순간 기습적인 전화를 받고 보니 공들여 준비했던 말은 한 마디도 하지 못한 채 전화를 끊고 말았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차분한 마음으로 당선소감을 쓰고 있으려니 말문이 막히는 느낌입니다.

 

이번 신춘문예 당선은 더욱 좋은 글을 쓰라는 의미에서 주신 주마가편(走馬加鞭)의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쓰는 것이 상에 보답하는 길이요 문청의 자세임을 잊지 않고 노력하겠습니다. 하늘의 어머니께 영광을 돌리고 졸작을 읽어주는 수고를 마다 않으신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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