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2 03:07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기고
일반기사

병원체와 인류의 전쟁

▲ 명진종 전북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톰과 제리’는 미국 MGM 사에서 1940년 대에 만들어지기 시작해서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필자도 어린 시절 꾀 많고 재기 발랄한 생쥐 제리를 응원하면서, 힘만 쓰고 우둔하며 다소 폭력적이고 감정적이기까지 한 고양이 톰의 수난을 통쾌하다고 박수 치며 보던 기억이 난다. 처음 미생물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고등학교 시절 이후, 최근까지 20년 가까이 바이러스와 면역 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하면서, 병원체와 인류의 싸움이 톰과 제리의 살벌하고도 우스꽝스러운 싸움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류는 질병에서 벗어나고자 신약과 백신이라는 덫을 만들고 기다리지만, 병원체들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변화 시켜 유유히 인류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인류의 건강과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 싸움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톰과 제리에서처럼 패자의 모습이 귀엽고 우스꽝스럽기만 하다면 우리는 이 싸움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을 지도 모른다. 그 싸움의 종말은 우리가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어둡고 처절할 수도 있다는 것이 현재 우리가 당면한 현실이다.

 

지난해 9월 전라남도 영암군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이 당국의 지속적인 방역 방제 노력에도 제어되지 못하면서 90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폐사되었다. 다행히 조류독감은 아주 드물게만 사람에게 감염되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는 거의 전염되지 않아서, 일반의 공포에 비하면 전 세계적으로도 인류에게는 아직 위협적인 수준은 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우리의 바람과 반대로 불행한 변이를 한다면 어찌할 것인가? 영화 ‘감기’나 ‘컨테이젼’과 같은 대재앙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바이러스의 유전체는 한 번 증식을 할 때마다 한 두 개의 변종을 만들어 낼 만큼 유연성이 크다. 학계에서는 바이러스만큼 다윈의 진화론과 적자생존 이론이 잘 맞는 생명체가 없다고 할 정도이다. 조류 독감 바이러스의 유전자와 물개 독감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재조합되어 생성된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에 유럽 인구의 절반 가까이 희생된 지가 백년도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만의 한 번의 확률도 너무 높다. 단 한 번의 재앙도 너무 많다고 말하는 것이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가진 힘을 사용할 줄 모르는 고양이 톰이 될 것인가 아니면 약아 빠진 제리를 잡을 용맹하고 지략이 넘치는 고양이가 될 것인가?

 

대답은 자명하다. 현대 과학과 의학의 눈부신 발전은 인류에게 병원성 바이러스에 맞설 수 있는 큰 힘을 주었다. 그 힘을 적재적소에 사용하고 하나로 모아내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재난적 질병 발생에 대비하기 위해 철저한 방역과 더불어, 병원체의 특성과 발병양상 및 제어 기술과 같은 기초연구를 진지하고 꾸준하게 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수준의 특수 시설을 갖춘 전북대학교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소가 고위험성 병원체 연구의 중심에 서서 싱크 탱크와 국내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의 허브로 성장해 간다면, 빠르게 변화를 거듭하면서 그물망을 빠져나가던 제리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충분한 물적 인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면, 누가 아는가? ‘톰과 제리’의 마지막 편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결말로 그려질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