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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을 낳는 거위

5월 가정의 달 맞아 가족에 대한 사랑과 가정 행복 되새기자

▲ 신항균 서울교대 총장
5월은 여러 기념일들이 많은 달이고, 특히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있어서 가정의 달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가족 간에 사랑과 정이 넘쳐흐르기보다는 대화와 관심은 적어지고 지나친 기대와 욕심으로 서로의 불편함과 불평이 자주 표출되는 것 같다.

 

신문 보도에 의하면 한 초등학교 학생의 동시를 발간한 동시집의 한 작품인 ‘학원가기 싫은 날’에는 “학원에 가고 싶지 않을 땐/ 이렇게// 엄마를 씹어 먹어/ 삶아 먹고 구워 먹어”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일자 급기야 해당 출판사에서 그 동시집 전량을 회수하여 폐기 처분하였다고 한다.

 

필자는 여기서 해당 출판사가 밝힌 “어린이가 자기의 이야기를 쓴 책이기 때문에 가감 없이 출간했다. 이것을 보고 시대의 슬픈 자화상을 발견하고 어른들의 잘못된 교육에 대해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는 말을 통하여 부모의 자식에 대한 지나친 욕심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동화 중 하나인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욕심에 눈이 먼 나머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는 부부 이야기로 대강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난한 농부가 어느 날 집에서 기르던 거위 둥지에서 번쩍거리는 황금알을 발견한다. 깜짝 놀란 농부는 이 황금알을 이리저리 살펴본 뒤 이 황금알이 진짜 순금인 것을 알게 된다. 농부는 황금알 하나를 얻어 가난을 면하게 됐다. 다음날 이른 아침 반신반의 하면서 거위우리로 들어갔는데 거위는 두 번째 황금알을 낳았다. 농부는 하늘로 올라갈 듯 기뻤다. 행운을 차지한 농부는 빨리 부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분명히 황금알을 낳는 저 거위의 뱃속은 황금으로 가득 차 있으리라는 상상 속에 빠진다. 결국 거위 뱃속에 들어 있는 모든 황금을 한꺼번에 손에 넣기 위해 거위를 죽이기로 했다. 그러나 거위의 배를 갈랐지만,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뱃속은 황금알이 하나도 없었고 일반 거위와 다를 바 없었다.

 

우화(寓話)는 인격화 시킨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그들의 행동 속에서 풍자와 교훈을 보여 주는 짧은 이야기가 특징이다. 누구나 이 동화를 읽었을 때 저렇게 멍청하고 어리석은 짓을 저지를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겠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는 매일 그러한 어리석음을 저지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식은 그 존재만으로도 부모에게 커다란 축복이고 행복을 가져다주는 신의 선물이다. 하물며 자녀가 지닌 장점 하나 하나 가령, 예의가 바르다든지, 건강하다든지, 성실하다든지,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다든지 등등이 생각해 보면 하루하루 거위가 황금알을 낳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 공부를 더 잘 하라고, 다른 아이와 비교하여 부족한 것을 채우라고 내모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욕심이 지나쳐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일과 비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을 학원으로 내몰고 선행학습을 강요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그 선행학습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으며 한 전문가의 말에 의하면 선행학습을 받아들일 수 있는 학생들은 정말 소수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러한 폐해가 커지자 급기야 나라에서는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법을 만들기까지 했다. 얼마나 학원에 가기 싫었을 때가 많았으면 어린 학생이 그런 동시를 썼을까 생각하면 어른으로서 미안하고 우리 모두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어리석음을 부지불식간에 저지르고 있다는 자책감에 사로잡힌다.

 

어디 부모가 자식에 대한 일만 그런 어리석음이 있겠는가? 부모에 대한 쓸데없는 원망이나 배우자에게 바라는 지나친 욕심 등도 같은 맥락에서 비유될 수 있지 않을까?

 

5월이 가기 전에 우리 모두 가족에 대한 진정한 사랑과 가정의 행복을 다시 생각하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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