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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화가'와 고창

▲ 정환석 고창군 문화관광과장
우리 곁에 오래도록 머물러 있기를 갈망하였던 찬란한 봄의 향연도 찰나에 지나가 버리고 벌써 여름철로 접어들었지만, 지금 고창에서는 새롭고 신명나는 봄꽃 잔치가 한창이다. 바로 고창농악보존회가 지난달 30일부터 9월 19일까지 매주 토요일마다 고창읍성 앞 한옥체험마을에서 펼치는 버라이어티 감성농악 ‘도리화 귀경가세’가 그것이다.

 

이는 금년도 전라북도 한옥자원활용 야간상설공연 공모에 선정된 작품으로 판소리 여섯마당을 정리한 이론가이자 동양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동리 신재효와 고창 심원출신으로 조선 최초 여류명창이었던 진채선과의 아름답고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우리 농악을 중심으로 판소리와 인형극, 사자춤, 북춤 등이 어우러지는 다양한 볼거리로 엮어내어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불러오고 있다.

 

‘스물 네 번 바람 불어 만화방창 봄이 되니 구경 가세 구경 가세 도리화 구경 가세’로 시작되는 ‘도리화가’가 이번 공연의 모티브가 된 것이다. 고창읍성 앞 동리정사(동리 신재효고택)에서 진채선은 신재효의 제자가 되어 소리 실력을 쌓게 되고, 경복궁 경회루 낙성연이 열릴 때 흥선대원군 앞에서 소리를 한 것이 계기가 되어 그대로 궁에 남게 된다. 안타깝게도 신재효는 사랑하는 제자를 궁궐에 보내고 나서 오매불망 기다리며 도리(桃李), 곧 복숭아꽃과 오얏꽃(자두꽃) 피어있는 화사한 봄날에 제자에 대한 그리움과 연민의 정을 담아 ‘도리화가’를 창작해 낸 것이다. 고창은 신재효와 진채선 외에도 만정 김소희, 김창록, 김수영, 김찬업, 김여란, 김이수 등 많은 명창들을 배출하였으며, 전국에서 유일한 판소리박물관과 동리국악당, 판소리 전수교육관 등을 갖추고 있는 판소리의 성지라고 할 수 있지만, 정작 우리지역이 소외된 느낌을 받고 있다면 이는 혼자만의 생각일까.

 

얼마 전 고창을 찾은 문화관광 전문가들에게 고창과 판소리의 관계를 소개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분들의 얼굴에서 왜 우리지역에서 판소리를 언급하는지 의아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행히 설명이 끝날 때 쯤에는 이해를 하는 모습이었지만 내심 씁쓸한 기분이었다.

 

고창군은 판소리 성지로써 위상을 찾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민선 6기 박우정 군수 공약사업으로 추진 중인 주말 상설공연을 활성화 하고자 한옥자원활용 야간상설공연을 비롯하여 동리국악당 상설공연 ‘동리를 찾는 풍류객’, 맞춤형 판소리 체험공연과 찾아가는 국악공 연 등을 펼치고 있으며, 오는 6월 28일과 10월에는 ‘KBS 국악한마당’공연도 준비되어 있다. 또한 고창읍성 주변 대표관광지 육성사업으로 판소리 여섯마당 테마공원조성과 동리대상 수상자 명창거리조성, 옛 동리정사를 재현한 판소리전수마을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활용한 홍보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때 맞춰 다음 달에는 ‘도리화가’가 영화로 제작되어 개봉될 예정이라고 하니, 이를 기회로 고창의 명품 문화와 판소리가 더 크게 주목받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창 복분자와 수박이 탐스럽게 익어가는 이 좋은 시절에 고창을 찾아서 이곳저곳 아름답고 청정한 경관도 둘러보고 판소리 가락에 어깨춤도 들썩거려 보면 저절로 힐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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