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학교에서는 학년 초에 전교생 5%에 해당하는 기초학력 미달 학생 34명을 대상으로 ‘기초튼튼교실’을 개설하였다. 이 34명 중에는 학년, 성별, 지능, 학력이 각기 다른 아이,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아이, 특수반 아이까지 다수 포함되어 있다. 아이를 존중하고 교육에 열정을 지닌 외부강사 1명을 초빙하여 국어·수학 두 교과를 주 4회 ‘사다리학습’ 방식으로 지도하였다.
사실 ‘부진아 반’이라서 학부모나 해당 아이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까 봐 염려하였으나 그것은 기우였다. 2학기에는 참여 희망자가 63명에 이르렀고 아이들 모두가 열심히 공부한 결과 모든 아이들의 성적이 괄목할 만큼 신장되었다. 특이한 점은, 국어·수학 교과의 성적만 오른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성적에 변화가 왔다는 것이다. 한 3학년 특수반 아이는 책을 읽고 받아올림·받아내림이 있는 가감산을 곧잘 하는가 하면, 어떤 아이는 방과 후에 시간이 나는 대로 기초튼튼교실에 들르는 등 스스로 공부하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아이들의 굳은 표정이 밝게 변했고 꼭 다물었던 입가에 미소가 번져 아이들 특유의 생동감과 자신감을 되찾게 되었다.
이 아이들의 기뻐하는 모습과 공자의 논어 첫 장 첫 구절이 클로즈업된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라는 말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공부란 즐겁고 가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후학들은 학교를 배움의 기쁨보다 공부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주는 곳으로 만들어 놓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200을 배울 수 있는 아이에게 100을 가르쳐 정신과 역량에 여유가 있게 하면, 싫증을 내지 않고 스스로 깨우친다’는 이덕무의 주장을 교실 교육에 적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다리 학습은 기초·기본학력을 충실히 익힌 다음, 그 위에 새로운 지식을 차근차근 쌓아 올라가는 자기 주도적 학습방식이다. 스스로 학습 계획을 세워 학습하고 피드백한다. 그러기 때문에 한 명의 지도교사가 많은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다. 학교 교육에서 학포자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기초기본 학력이 정착되지 않는 아이에게 고차원의 학습을 일방적으로 강요하기 때문이다. 가감산을 모르는 아이에게 방정식을 가르친다든가, 알파벳을 모르는 아이에게 영문법 등을 교과서의 진도대로 가르치는 것은, 걸음마 배우는 아이 손에 무기를 들려주며 전쟁에 나가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알고 싶어하는 욕망을 갖고 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사다리 학습으로 충분히 증명된다. 공부하는 것이 기쁘고 즐거워야 한다. 그리고 학교는 이것을 일깨워 주는 보금자리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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