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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상학 극복과 내발적 발전전략

▲ 김인태 전북도 문화체육관광국장
서양 철학역사를 보면 2000년 이상을 지배해 온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의 이데아 역사라 할 수 있다. 그리스의 뿌리깊은 퓌지스 정신이 이들 셋을 거치면서 존재자의 근원인 존재자성 즉, 이데아나 우시아의 정신으로 이어졌고, 이러한 정신은 중세시대에는 존재자 중의 최고 존재자인 신으로 이데아가 현출하게 됐다.

 

시대가 흘러 근대 계몽주의 시대에는 이성을 중심으로 한 인간 주체성으로 이데아가 나타나게 되었고, 인간 이외에는 모두 객체에 불과한 존재자로 눈앞에 선 자가 됨으로써 모든 자연은 인간의 지배를 받는 대상으로 전락하게 됐다. 이러한 역사가 현대시대까지 이어져 기술과 물질 만능주의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는데, 이는 어찌보면 플라톤까지 소급하게 되는 서구 정신문화의 필연적 귀결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은 처음에는 동양이나 서양 모두동물과 마찬가지로 자연 속에서 적응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서양의 창세기를 보면 ‘자연을 지휘하는’인간이 보여지고, 동양의 도덕경을 보면 ‘자연을 본받는’인간이 그려진다. 이렇듯 2500년 전부터 이미 동서양은 자연을 달리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서양사상이 세계를 주도하게 되면서 이성중심의 서양식 사고가 세계를 장악하게 되었고, 이러한 서구적 합리성 전통을 바탕으로 한 기술과 과학중심의 사회가 전 세계의 화두가 되면서 오히려 기술이 인간을 지배하는 인간성 상실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현대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기술문명의 근원을 쫓아가 보면 서구 형이상학을 필연적으로 만나게 된다. 결국 지구 곳곳에 널리 퍼진 인간성 망실, 황금 만능주의, 환경오염 등은 유럽 형이상학적 사고의 필연적 귀결이라 할 수 있다.

 

인도 철학자 타고르는 “오직 하나의 문화나 철학만이 모든 곳에 차고 넘친다면, 신은 그 곳 피조물들을 구하기 위해 두 번째 노아의 방주를 보낼 것이다”라고 하였고, 독일 실존 철학자 하이데거는 “동양사상이 서양사상의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를 지니고 있다”고도 하였다.

 

우리가 서구 물질문명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까지의 서구적 발전전략을 되새겨보면서 계승해야 할 부분은 계승하되, 이제까지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최근 전라북도의 내발적 발전전략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전라북도는 비록 산업화 시대에는 뒤떨어 졌지만, 전통 문화자원과 청정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한 관광산업과 농식품산업 그리고 자연 친화적이고 완벽한 물질인 탄소를 기반으로 한 탄소산업 등 전라북도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있다. 이러한 내발적 발전전략은 다른 지역과 똑같은 획일화를 거부하고 전라북도의 차이와 전통 속에서 ‘세계화속 한국화, 한국화속 전북화’의 꽃을 피우는 준비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년간 전라북도는 자연과의 공존속에서 전북만의 독특함, 전북만의 색깔을 찾아 새로운 길을 모색해 왔다. 이러한 전라북도의 내발적 발전전략이 가시화 된다면 서구적 형이상학의 획일적 발전모델을 극복한 지방자치의 좋은 사례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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