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섬진강·만경강 물길, 새만금·전북의 앞날 밝힐 촛불·심지 역할 하길 기대
물은 생명의 원천이다. 따라서 물길의 발원지를 찾아가는 길은 경건함과 신비감이 함께한다. 전북에는 우리나라 5대 국가하천 중 금강과 섬진강의 발원지가 있다. 도내 하천 중 금강과 섬진강 외에 만경강과 동진강이 국가하천에 해당한다.
필자는 고등학교 졸업 후 30년만인 2014년 익산지방국토관리청장으로 발령받아 고향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지방청의 주요 업무 중 하나가 국가하천의 개·보수와 정비이므로 4개의 국가하천을 업무로서 접하게 되었다. 직업적 관심이 개인적 호기심으로 이어져 주말이면 이들 국가하천의 발원지와 인근 산들을 탐방하곤 하였다.
우리나라 강 중에서 3번째로 긴 금강의 발원지는 장수읍 수분리 신무산 자락에 있는 뜬봉샘이다. 명칭의 유래가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기도하던 곳 인근에서 봉황이 솟구쳐 비롯되었다니 임금의 출현을 예고한 것이 아니겠는가?
여기서 시작된 물줄기가 북상하여 충청도를 휘감고 흐르다 다시 고향인 전북으로 회귀하여 군산 앞바다에서 서해로 접어든다. 충청도로 진입하기 전 용담댐에 의해 저장된 물을 전주를 비롯한 전북지역에 용수로 공급하기 위해 21km가 넘는 도수터널을 건설했으니 인간의 지혜와 자연의 혜택에 숙연해 진다. 새만금지역이 본격 개발될 경우 필요한 용수 역시 용담댐에서 공급될 예정이며, 현재도 고산정수장을 거친 용담댐 물의 일부가 만경강으로 유입되어 수질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섬진강의 발원지는 진안군 백운면에 있는 데미샘이다. 봉우리를 뜻하는 지역 사투리 ‘더미’에서 유래했다는 데미샘까지 오르는 길은 산림휴양지의 모범을 보여준다. 등산로는 완만한데 울창한 나무들이 햇빛을 완벽하게 막아주고, 시원한 물길이 바로 옆에서 보인다.
섬진강은 남서방향으로 흐르다 섬진강댐에 의해 옥정호에서 모아진 후 동진강과 수많은 수로를 통해 반대편 호남평야에 귀한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이후 남동쪽으로 방향을 돌려 전남과 경남을 가르는 역할을 한다.
만경강과 동진강은 금강과 섬진강에 비해 길이가 짧지만 서쪽의 낮은 평야지대를 지나며 물을 적셔준 덕분에 그동안 농도의 중심지로서 전북을 있게 하였다. 지금은 새만금 방조제에 의해 새만금호에서 잠시 같이 머문 후 배수갑문을 통해 서해로 배출된다. 만경강의 발원지로 알려진 밤샘은 완주군 동상면 사봉리에 있는데 샘물이 빈약하고 인근 도로에서 너무 가까이 있어 발원지로서 신비감이 떨어지는 편이다. 새만금 개발활성화차원에서 밤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진강의 발원지인 내장산 까치샘은 접근하기가 제일 힘들었다. 내장산 자체가 높이에 비해 등산하기 힘든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까치봉까지의 등산로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눈이 쌓이고 계곡물이 얼어붙은 한겨울에 까치봉을 찾았으니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쌓은 셈이다. 까치봉과 연지봉 꼭대기 사이에 위치한 까치샘에서 시작된 물길은 내장저수지에서 다른 계곡물과 합류하여 정읍천을 형성했다가 신태인 부근에서 동진강 본류와 합쳐져 새만금호로 접어든다.
생각해 보면 인류문명은 물길에 의존하여 생성되었다가 점차 물길을 이용하는 수준을 넘어 물길의 자연적 한계를 극복하면서 발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전북의 물길도 문명의 이기로서 다양한 역할을 해 왔다. 현재 진행 중인 새만금사업이 전북의 앞날을 밝히는 촛불 역할을 한다면 그 심지는 당연히 금강, 섬진강, 만경강, 동진강의 물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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