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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사단 장병들, 판소리 여가활동 응원

▲ 전성진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대표·前 전주 MBC 사장
며칠 전 우리 지역의 35사단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아들 셋을 둔 아비로, 그리고 셋째를 막 군에 보낸 이등병 군부모(軍父母)의 입장인지라 군인들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왔다.

 

35사단은 작년에 창설 60주년을 맞았다 한다. 초중고 학창 생활과 30년 넘는 직장생활을 전주에서 하다 보니 군복이 주는 딱딱함, 엄정함, 거리감에도 불구하고 35사단은 내 곁의 친구, 이웃이라는 느낌으로 스스럼없이 지내온 편이다. 창설 60주년 기념행사 때 치러진 부대석(部隊石) 제막식 사진을 보며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부대석은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최고의 명문대학, 군대(軍隊)” 하하, 스카이만 명문대더냐? 여기 35사단 명문 군대에서는 가정, 학교, 사회에서 배우지 못한 희생, 봉사, 인내심, 배려심, 나라사랑을 가르치고 함양하는 교육의 도장임을 선포한 것이다.

 

그날 방문 중에 35사단 장병들이 여가 동아리활동으로 판소리 한 대목씩을 배우고 익힌다는 얘기를 들었다. 예향 전북, 판소리의 본향 전북을 지키는 향토방위부대로서 지역에 가까이 다가가고 민군이 하나가 되려는 특별한 발상이자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이미 작년 60주년 기념행사에서 300명이 넘는 장병들이 단가 ‘사철가’를 떼창으로 노래하였다니 정말 뜻밖이었다.

 

그 사이 도지사님, 상공회의소 회장님이 100개씩의 북을 기증하고 그 북으로 장단을 맞추며 이제는 1000명의 장병들이 사철가 전 대목을 부를 수 있다 하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수년 전 제과업체 해태크라운 임직원 100명이 세종문화회관에서 ‘사철가’를 불러 화제를 모았고, ‘월드레코드 아카데미’로부터 세계기록인증을 받았는데 그 기록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예술경영을 주창하며 직원들에게 미술 활동, 음악 활동, 특히 국악 활동을 장려하는 해태크라운의 윤영달 회장께서 35사단의 이런 얘기를 전해 듣고 세계기록인증을 위한 비용까지 건네주며 격려하였다고 하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한다. 이런저런 사정이라 하는 것을 들어보니 군대가 전투력 증진이나 힘쓸 일이지 무슨 생뚱맞은 일인가라는 지적과 사병들의 휴식시간을 뺏어 귀찮게 한다는 비판이 부대 지휘관들을 고민케 하는 모양이었다.

 

군의 최고의 덕목은 무엇일까? 강한 정신력으로 최강의 전투력을 유지하는 것. 그와 함께 35사단처럼 후방 지역에 위치하는 부대는 지역사회, 지역민과 우호적이고 따뜻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

 

두 가지가 떠올랐다. 마약과 폭력, 총기사고가 끊임없던 곳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음악을 가르치니 협동, 이해, 질서, 책임감 등 공동체 가치를 공유하며 범죄율이 현저히 줄었다는 사례로 세계적인 관심을 끈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El Sistema)’와 중국의 병법서 황석공소서(黃石公素書)에 나오는 유능제강(柔能制剛)이다. 어느 조직이든 부드러움과 여유가 함께 스며있어야 부러지지 않는 강함을 유지할 수 있다. 여가를 내어 예향, 판소리의 본향을 지키는 부대답게 장병들이 판소리 한 대목을 익힐 줄 아는 부대원들에게 격려와 사랑을 보낸다. 지역과 지역민이 응원한다.

 

도전하시라, 1000명의 장병이 함께하는 판소리 떼창 ‘사철가’세계인증에! 이 또한 막강 우리 군의 지평을 넓히는 일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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