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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지중화박스 설치 도시 미관 고려해야

전선의 지중화 박스가 도심지 곳곳에 주먹구구식으로 설치돼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다. 보행자가 통행하는 인도 한가운데를 점령하거나 비좁은 인도에 설치돼 통행을 방해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전선 설치 및 관리권자인 한국전력과 도로 관리자인 자치단체간 협력이 제대로 안 되는 데다 토지 소유자들의 이해가 맞물리면서다. 전선 지중화 사업 자체가 도시미관과 시민안전을 위한 목적임을 고려할 때 조금만 신경을 써도 개선될 수 있는 지중화 박스로 그 취지가 퇴색해서야 되겠는가.

 

한국전력 전북본부에 따르면 전선을 땅속으로 묻고 중간 변압기·개폐기 역할을 하는 지중화 박스가 도내 3755곳에 설치돼 있다. 전력공급과 차단 전압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지중화 박스는 보통 도로·인도·건물 구석자리에 위치한다. 문제는 지중화 사업을 담당하는 자치단체의 총괄부서가 없어 한전과 자치단체의 각 부서간 이해관계에 따라 제멋대로 설치되는 데 있다.

 

실제 전주시 효자로 롯데마트 전주점과 전북경찰청 인근에 설치된 지중화 박스 가운데 일부는 인도의 정중앙에 자리 잡아 인도를 걷는 시민들이 해당 기기를 피해야 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광고판을 연상케 할 정도로 광고물이 덕지덕지 붙어 미관을 해치고 있으며, 가로수들과 얽혀있어 인도를 더 좁게 만들고 있다. 거미줄처럼 얽힌 전선이 지중화 되면서 도심환경이 크게 개선됐지만 인도 정중앙을 점령한 지중화 박스가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하고 있는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가공전선로의 지중 이설사업 운영기준을 정해 교통장애나 상시 사람이 모이는 지역에 설치를 지양하도록 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설치규정이 아니어서 한전이 각 시·군 관계부서와 협의해 선정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한번 묻으면 옮기기 쉽지 않은 전선 지중화 작업의 특성과 도시미관과 안전을 고려한 지중화 박스가 설치될 수 있게 제도정비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지중화 기기 설치 이해 당사자 중 목소리 큰 쪽에 유리하게 설치되는 식으로 결정되어서야 될 말인가.

 

도시미관을 해치는 것이 물론 지중화 박스만은 아니다. 쓰레기통과 냉·난방 실외기가 어지럽게 널브러진 현장 등 도시미관을 해치는 사례들을 도심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도시의 미관은 이런 사소한 것부터 체계적으로 관리될 때 지켜질 수 있다. 한전의 전선 지중화 작업이 기왕 도시미관을 고려해서 추진하는 것인 만큼 지중화 박스 설치에 있어서도 세심한 주의와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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