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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혁명 기념일 지정, 숙고 바란다

▲ 박문희 신태인중·고등학교 이사장
선대부터 동학과 맺어진 인연으로 녹두장군 전봉준은 물론 김개남과 손화중 등 주요 지도자들이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동학농민혁명을 일으켰다는 말씀을 들었다. 그런 까닭에 오래전부터 신태인중 ·고는 ‘동학농민혁명 정신 계승 및 선양’을 특색 사업으로 선정했고, 학생들이 그 정신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만민 평등과 민주사회, 인류평화를 염원한 동학농민혁명은 프랑스 대혁명에 비견된다. 이를 선양하는 사업은 특정인이나 특정 지역에 국한될 일이 아니라 마땅히 국가에서 해야 할 일이며, 국민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인류 정신문화유산으로 정립해야 한다. 그 방법의 하나가 국가기념일 제정이다.

 

기념일 지정은 2004년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공포되면서 본격화되었다. 그 후 10여 년 넘게 기념일이 제정되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아쉬운 일이다. 혁명 정신을 올바르게 계승, 발전시키려면 지난 과정을 냉철하게 알고 또 반성해야 한다. 그래야 미래 희망이 있다.

 

그동안 거론된 국가기념 지정일은 정읍 고부봉기일(2월 14일), 고창 무장기포일(4월 25일), 전주화약일(6월 11일), 우금치전투일(12월 5일)이다. 문제의 핵심은 바로 국가기념일 지정을 추진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지정일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가장 중요한 날 중의 하나인 백산대회일은 처음부터 배제되었고, 시작일을 기념일로 지정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정작 고부봉기와 무장기포에 대한 역사적 사실 검증은 무시됐다. 10년 동안 단 한 차례도 추천된 바 없는 ‘전주화약일’과 ‘논산대회일’을 느닷없이 제시하였고, ‘전주화약일’에 대한 공개토론회는 한 번도 열지 않았다. 지난 해 ‘전주화약일’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기념일 지정을 반대해 온 정읍시민과의 대화는 고사하고 철저하게 비밀주의로 일관하더니 다시 ‘전주화약일’을 추진하고 있다.

 

본인은 동학농민혁명 전문연구자가 아닌 촌로이다. 그래서 공신력 있는 자료를 구해서 1894년 6월 11일을 전후하여 전주성에서 벌어진 일들을 살펴보았다. 전주성 점령 이후 수세에 몰렸을 뿐 아니라 청·일군의 상륙소식을 전해 들은 동학농민군은 훗날을 기약하며 ‘폐정개혁안 국왕 상신 약속’이라는 명분을 만든 후 전주성에서 철수했다. 정부군은 동학농민군의 전주성 철수를 무력으로 진압했다는 전공을 만들었고, 자신들이 불러들인 청군과 일본군의 철수 명분으로 삼으려 했다. 이러한 날이 동학농민혁명을 상징하는 날이 될 수 있는가. 전주성 점령과 철수, 그리고 전라감사 김학진과 전봉준이 관민상화의 합법적인 집강소 설치를 약속한 날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사건별로 엄밀하게 규명한 후에 기념일 지정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

 

지난해 정읍시 관련 단체와 의회는 전주화약일의 기념일 지정을 반대했다. 추진한 절차와 과정이 비민주적이었고, ‘전주화약’에 대한 역사적 사실 검증과 공개토론회 개최 요청이 묵살됐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민주적 절차를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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