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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미안하다

▲ 김경희 수필가
오늘도 새벽 창가에서 들려오는 새 소리를 듣습니다. 밥벌이하겠다고 외국으로 떠난 아들 넋이 새 되어 날아와 거실로 들어오고 싶어 내는 소리인가 하는 생각에 가슴은 착 가라앉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떤 새가 내 집 3층 아파트 창턱까지 날아와 소리를 하고 갈 까닭이 없지 싶어서입니다.

 

지난 5월 28일 전북대학교에서는 전라북도 고교생 백일장 행사가 있었습니다. 나는 그때 학생들에게 특강을 하게 되어 있어 학생들 앞에 섰습니다. ‘젊은 추녀 없고 늙은 미인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이 든 사람으로서 여러분들 젊은 영혼을 어떤 말로 위로하고, 거짓 없는 진실만으로 채워드릴지 걱정된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 무렵 지령 20034호를 낸, 전북의 모 신문 머리기사에는 ‘20대 하루 32명꼴 ‘탈 전북’이라고 새겨져 있었습니다. 나는 이 기사를 보고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는 느낌이었습니다.

 

20대 청년들 그 싱그러운 영혼들이 밥벌이할 곳이 없어서 버리고 간 땅, 전라북도! 그들이 찾아갈 곳은 도대체 어디인가? 일제 강점기 때 같은 만주 벌판이나 중국 영토가 아니다. 돈벌이가 되고 직장을 구할 수 있다는 서울이요 부산이며, 경기도나 경상도 어디일 것이다. 하루 32명이 떠난다고 보면 ‘32명 곱하기 30’이면, 아니 곱하기 365일이면? 전북에는 이렇듯 삶의 문화 속에 미지의 폭탄이 터지고 있는 땅으로서 떠난 자가 많다는 데 놀라웠습니다. 그런데도 그 어떤 지식인도 교육자도 애향인도 정치인도 시정의 책임자도. 10년 넘게 시정과 도정을 지휘했던 분도 미안하다거나 부끄럽다는 말 한마디 한 분이 없습니다. 아마도 일자리 찾아 떠나는 그런 자식은 최소한 우리 집 일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이겠지요.

 

요즈음 신문의 정치 사회면 기사는 거의 지뢰밭이요 악한 사건들로 악귀다툼 하는 것 같습니다. 국내 최대 재벌 삼성이 새만금에 투자 약속을 했다 거뒀다는 기사는 꼭 가난한 집 처녀를 데리고 놀다 버리는 것 같습니다. 대우조선의 눈 먼 돈을 들짐승 같이 뜯어먹고 나눠 가진 뒤 손 터는 꼴을 보면, 언제 이 땅에 정직 성실 근면이라는 교훈이 있기나 했던가 싶습니다. 교육감이 어린이집 지원할 예산관계로 어린이집 원장들에게 못 당할 일을 당한 기사를 보면, 그 어린이들이 남의 나라 아이들이요. 미래세대의 주인이 아니란 말인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그러면서도 아기 낳으면 돈을 주겠다고 인구 걱정을 하는 지자체가 있다는데 쓴웃음이 나옵니다. 힘없는 어린이들과 노인 일자리 예산이나 칼질하는 나라가 경제 대국이요, 창조경제를 부르짖는 박근혜 대통령 나라가 맞는가 묻고 싶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일자리 찾아 다른 도시와 김포공항으로 떠나고 있는 아들과 아들 같은 젊은이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나도 혀가 빠지게 뒷바라지 했건만, 일찍 다른 고장으로 떠나지 못하고 평생을 너희에게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 것과 개미 한 마리도 밟지 말라고 가르쳤던 것이 오히려 후회스럽다고. 염치를 모르는 사람만이 승자가 되고 부유해지는 사회에서 희망을 거세당한 너희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다고. ‘아들아 아비가 미안하다. 그리고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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