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균 사단법인 한민족 대외관계사 연구소 이사장
그리고 4강 진출 신화의 뒤편에는 네덜란드 출신의 ‘거스 히딩크’라는 감독이 있다. 그와의 인연이 좋은 만남이라면 350년 전의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선박의 선원이었던 ‘헨드릭 하멜’과의 조우는 기연(奇緣)이라고나 해야 할 것 같다.
하멜이 그의 일행 62명과 함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출발해서 일본 나가사키 항구를 향해 가던 중 대만 해협에서 태풍을 만나 표류하다가 제주도에 떠돌다 뭍에 닿았으나 생존자는 하멜을 포함하여 36명이었다. 제주도에서 하멜 일행의 통역을 맡은 사람은 공교롭게도 오래전에 조선에 귀화했던 같은 네덜란드 출신의 ‘안 얀스 벨테브레이’로써 우리에게는 ‘박연’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그도 처음에는 모국어를 잃어버려 통역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하멜 일행은 조선의 관례에 따라 서양인은 화포를 잘 다룬다는 전제하에 훈련도감에 배속시켜 일정한 월급도 지급했다.
그러나 그들이 별다른 기술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평범한 외국인으로 취급하였다. 조선은 그때까지만 해도 남의 나라에 알려지는 것을 극히 꺼려 조선에 떠돌다 뭍에 닿은 외국인에 대해서는 본국으로의 송환을 금지하였다.
조선이 ‘은둔의 나라’로 알려진 이유가 바로 이런 소극적인 대외 자세에 있었다. 하멜 일행은 지금의 전라남도 강진군 병영면에 배치되었지만 배고픔과 전염병으로 11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그 후 여수 순천 남원에 분산 배치되었다가 조선에 떠돌다 뭍에 닿은 지 13년 만에 하멜 일행 7명이 어렵게 산 허술한 돛단배를 타고 일본 나가사키로 탈출하는 데 성공하였다. 하멜 일행이 본국으로 돌아간 후 그들이 조선에서 겪었던 경험담을 책으로 발간한 것이 ‘하멜 표류기’이다. 이 책은 미지의 나라에 대한 이야기이므로 당연히 인기 도서가 되었다.
이 책에서 하멜은 말하길 조선인들은 절도와 사기 그리고 거짓말을 잘한다는 것이다. 또 조선인들은 유약해서 곤
경에 빠지면 용기와 결심을 내지 못해 비겁한 짓을 수치로 생각하지 않으며 당연히 싸워야 할 때도 불행을 한탄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선인은 전 세계는 단지 12개국이며 이들 국가가 중국에 조공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하멜이 다른 나라의 이름을 대면 조선인들은 오히려 하멜 일행을 비웃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하멜이 본 조선인의 협소한 대외 인식보다 이미 일본은 나가사키 앞바다에 ‘데지마’라는 인공섬을 조성하여 네덜란드 문물을 통해 세계에 대한 지식을 넓혔으며 결국 일본은 서양의 선진적 지식을 토대로 ‘메이지 유신’을 성공시켜 부강한 나라를 만들어 조선을 식민지화했다.
우리는 지금도 협소한 대외 인식을 못 벗고 중국 미국 일변도의 대외무역을 하다 보니 우리 안보 전략에도 유연성이 모자라 사드 배치 문제만 해도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에 부닥쳐있다. 조선은 하멜의 국제 지식을 놓쳐버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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