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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고창 상하면 장호어촌체험마을

명사십리가 해안사구와 더불어 펼쳐진 갯벌 / 반농·반어 마을 사람들 장대한 역사 살아와 / 장호어촌계 중심 체험형 공동체로 활로 찾아

▲ 학생들이 장호갯벌에서 갯벌생태체험교육의 일환으로 조개를 잡고 있다.

뭍은, 하루에 두 번, 제 몸 가까이 바다를 품었다 내어놓는다. 한 달에 두 번, 달이 살이 오르면 오를수록, 달이 몸을 부리면 부릴수록 바다는 뭍 깊숙이 스몄다가는 뭍으로부터 훨씬 더 멀리 달아난다. 그리고 드러나는 저 광활한 공간! 갯벌이다. 뭍도 아니고 물도 아닌, 혹은 뭍이기도 물이기도 한 겹쳐 있는 공간, 갯벌이다. 고창은 바다의 고장이다. 리아스식 서해바다의 특징 그대로 갯벌이 제 생태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갯벌의 축복이 깃는 고장이다. 덕분에 람사르 습지 인증은 물론, 유네스코로부터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인증 받았다. 이 갯벌이 그 핵심지역 가운데 하나다. 자연과 인간이 그토록 오래 소중하게 지켜온 약속의 현장. 그 갯벌에 기대어 새롭게 공동체 활력을 찾아가는 장호 갯벌체험공동체를 찾았다.

 

△체험형 공동체로 기지개 켜는 장호마을= “얼마나 미끄러운지 조금이라도 손에서 힘을 빼면 빠져나갈 것 같아요.”

 

커다란 임시 조형물에 가두어 놓은 개펄에서 고창 풍천장어를 찾아내고선 땀 가득한 얼굴로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고창군 심원면 일대에서 열린 ‘고창 갯벌축제 2016’의 한 장면이다. 축제는 갯벌의 생태문화체험, 음식문화체험, 수산물공예체험 등으로 휴가철 전 국민의 이목을 끌었다.

 

고창갯벌은 여의도 140배 가까운 새만금 갯벌이 사라진 뒤, 전라북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졌다. 고창을 이루는 14개 읍면 가운데, 부안면, 심원면, 해리면, 상하면이 바다와 접해 면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다양한 갯벌생태와 만날 수 있다.

 

선사시대부터 그 갯벌을 터전으로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이 바다 가까이 자리잡은 고인돌로, 소금 굽는 자염 벌막으로 남아, 고창갯벌의 유구한 이야기를 비치고 있다. 고창의 바다와 갯벌이 그동안 대를 이어 살아온 사람들의 손에서 ‘생산과 가공’을 통해 소비되었다면,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소비형태’가 진화하고 있다. 갯벌체험이다. 체험을 파는 갯벌은 심원면 하전리부터 심원면 만돌리, 해리면 동호리, 상하면 장호리까지 네 곳이다. 하전과 만돌이 일찍 체험형으로 활성화가 시작되었다면, 장호는 이제 마을공동체가 왕성하게 활동을 시작하며 체험형 공간으로 기지개를 켜고 있다.

 

△반듯한 해안선 가진 장호 갯벌= 장호의 갯벌은 앞선 하전, 만돌과는 판이한 형태와 생태를 가진 곳이다. 고창의 명물, 명사십리(明沙十里)가 해안사구와 더불어 4km가량 펼쳐져 있는 곳, 육지 가까이 모래갯벌이 단단해 걸어도 뛰어도 말을 달려도 거뜬하다(그래서 장호마을에는 승마장이 있다). 우리나라 서해의 지도 가운데 유일하게 일직선으로 반듯한 해안선을 가진 곳, 바로 장호 갯벌이다.

 

장호마을은 총 139가구에 290명이 마을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왔다. 60대 이상이 주민의 대부분인 초고령 마을이다. 갯살림 말고도 논농사며 고추, 땅콩, 복분자 농사를 짓는 대표적인 반농반어(半農半漁) 공동체이다. 갯살림의 대표적인 것이 청정갯벌에서 길어 올리는 노랑조개와 맛조개, 동죽, 백합 같은 조개류다. 특히나 해방조개, 개량조개라고도 불리는 노랑조개는 맛이 일품이다. 잘 다듬어 칼국수며, 부침개에 넣어 먹으면, 노랑조개칼국수, 노랑조개부침개로 특미를 보탠다.

 

△장호마을 표생원 이야기의 힘= 장호마을에 소금장수 표생원 이야기가 전해온다. 마을에는 바다일도 하고 소금장수도 하며 홀어머니를 정성껏 모시던 효자 표생원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소금 팔러 갔다 돌아오는 길에 사나운 맹수를 만나게 된다. 온 힘을 다해 도망을 치다 마을 어귀에 이르러 결국 기력이 다해 쓰러지고 만다. 득달같이 달려드는 맹수들에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이었는데, 기세등등하던 맹수들이 갑자기 피를 토하고 죽고 말았다. 마을을 지키던 당산 수호신이 효자 표 생원을 구해준 것이라 전하는 이야기다. 그 뒤로 정월보름이면 마을사람들은 함께 정성과 품을 보태 당산나무에 제를 지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야기는 마을을 이루고, 마을은 이야기를 낳는다. 마을을 하나의 협력하는 공동체로 만드는 것도 이렇게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지금은 장호마을을 어촌체험공동체로 이끄는 중심에 장호어촌계(계장 표재옥)가 있다. 1970년경 시작된 어촌계는 상근 사무국장 한사람(표안종)을 포함해 모두 43명의 계원이 힘을 보태 운영하고 있다.

▲ 해변승마 체험을 하는 학생이 말을 해변가로 끌고 가고 있다.

△다양한 갯벌체험 프로그램= 장호 갯벌체험공동체는 2012년부터 체험공간을 정비하고, 저 너른 갯벌을 가꿔 천천히 갯벌체험을 시작했다. 지천인 조개잡이 체험부터 바닷가에 100여 미터 긴 그물을 치고 양쪽으로 잡아당겨 물고기를 잡는 후릿그물 체험, 바다에 말목을 막고 그물로 고기를 잡는 어망체험, 새우잡이 체험, 사구의 동식물에 얽힌 이야기를 장호 사람들의 입말로 공부하는 갯벌생태체험교육을 비롯해, 철마다 다른 조개칼국수 만들기, 조개껍질 꾸미기, 해변승마 체험까지 다양한 체험으로 확장하고 있다. 너른 명사십리 백사장에서는 갯벌축구, 배구, 족구 같은 갯벌스포츠가 체험객들 발자국을 보태고 있다.

 

갯벌을 바탕에 둔 체험이라 철따라, 날씨 따라, 물 때 따라 제약이 많다. 후발주자인 탓에 인지도를 쉽게 끌어올리기 어렵다. 그래서 고민하는 것이 장호와 가까운 체험공동체들과 연대하는 것이다. 가까운 상하농원(매일유업 상하농장에서 운영한다)을 비롯해 염전, 농사, 음식체험 공동체들과 함께다. 도로가 닦여 숨을 죽이고 있는 사구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 방안도 찾는 중이다.

 

“농사부터 바다, 갯벌, 사구까지 장호가 가진 생태자원을 연결하고, 그 자원을 잘 가꾸어온 사람들이 서로 신뢰하고 협력하면 새로운 길이 열리겠지요?”

 

표재옥 어촌계장이 꿈꾸는 새로운 길에, 농업과 어업, 뭍과 물이 서로를 지탱하며 일구어온 장대한 역사의 흐름이 읽힌다.

▲ 이대건 책마을해리 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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