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2 07:26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기고
일반기사

청소년들에게 비춰진 남원

▲ 박문화 남원시의회 의원
‘청년들은 판단하는 것보다는 생각해 내는 것이 어울리고 타협보다는 실행이 적합하며 안정된 직업보다는 새로운 기획이 더 잘 어울린다.’

 

근대 경험론의 창시자인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 청소년들의 새로움에 대해 이런 말을 했다. 가끔은 어른들은 할 수 없는 대담한 생각을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청소년들을 자주 만나려 하고, 그들의 의견을 귀담아 들으려 한다. 또한 어떤 때는 나의 청소년 시절 했던 생각과 감각과 마주할 때도 있어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기도 한다.

 

물론, 남원시의회 의원으로서 청소년과 의회의 역할에 대한 주제로 만나 얘기 하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청소년 운영위원회와 청소년 참여위원회에 소속된 청소년들과 만나게 되면 남원시의 발전을 위해 의회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볼 기회를 얻게 되어 고맙게 생각한다.

 

청소년 운영위원회는 청소년활동진흥법에 따라 청소년 수련시설(청소년 수련관, 청소년 문화의 집 등)에 설치된 청소년 자치기구이며, 청소년 참여위원회는 청소년들이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및 사업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토록 함으로써 청소년 시책의 실효성 제고 및 권익증진을 위해 만들어진 단체이다. 이들과의 대화에서 나온 의견들은 참으로 다양했다. 이미 다른 도시에서는 보편화 된 자전거 길과 벽화 길을 통해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자전거 길을 활성화 시키자는 의견부터, 관리가 되지 않아 거미줄과 쓰레기가 가득한 사직단의 관리 가 필요하다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지적하기 쉽지 않은 일들에 대한 의견도 들을 수 있었다.

 

학교의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면 길이 캄캄해서 걷기 무섭다는 의견부터 학생들의 통학 편의를 고려한 버스 노선 개편부터 하교시간이 늦어질 경우 버스 시간이 끊겨 어려움을 겪게 하지 말아달라는 생활과 직결된 의견도 있었고, 아르바이트를 해도 힘이 없어 최저임금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우리사회의 어두운 면을 꼬집은 날카로운 지적도 있었다.

 

청소년 문화공간의 부족으로 동아리 활동의 부족을 호소했으며, 크루져 보드를 비롯해 다양한 아웃 도어 스포츠를 즐기는 남녀 청소년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안전하게 모여서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청소년들이 PC방에만 몰리게 되는 현실을 한탄하기도 했다. 이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던 나에게, 마지막으로 나온 청소년들의 의견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바로 투표권을 18세로 낮출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흔히들 10대, 20대를 가리켜 정치에 무관심한 세대, 경제적 문제 때문에 사회 문제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는 세대라고 일컫는다.

 

하지만, 투표권의 행사 연령의 하향을 원하는 이들의 눈빛에서 나는 대한민국의 미래와 남원시의 밝은 내일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가볍게만 여겼던 청소년들과의 만남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

 

청소년들은 결코 미성숙하지 않다. 오히려 이들은 우리 생각보다 더 깨어 있으며, 진지하고, 참여를 원하고 있다. 이들과의 만남이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만남이 되기를 희망하며, 대화를 마친 나는 이들과 만나기 전보다 무거워진 어깨를 느낄 수 있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