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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소통] 미등록 체류 이주아동

'이웃 아닌 이방인' 낙인…학교·병원 가기도 힘들어

“너무 감사해요. 좋은 일이 많이 생겨 너무 행복해요”

 

필리핀 이주여성 제빌린 씨(가명)는 요즘 걱정이 하나 줄었다. 딸 아영이(가명)가 일곱 살이 넘도록 불법체류 신분으로 살다가 이제 합법적인 신분으로 비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영이의 엄마 제빌린 씨는 아영이가 불법체류 신분으로 살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아영이가 아플 때마다 병원에 가야 하는데,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없어서 한번 아프기라도 하면 병원비와 약값이 큰 부담이었다. 일 자리를 구해서 일을 하려고 해도 아영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필리핀 반찬을 만들어 친구들에게 판매하는 일도 해봤지만 그것은 변변치 못한 일이었다. 가장 큰 걱정은 아영이가 불법체류 신분이 발각이라도 되면 강제추방 될까봐 조마조마 했었다. 그런데 이제 아영이가 합법적인 신분으로 비자를 받게 된 것이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력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얻은 아영이는 이제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할 수 있게 되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제빌린 씨는 그래도 마냥 행복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한국체류 외국인 200만 시대, 미등록체류 국제 아동도 2만명 추산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의 수가 2016년 6월 30일자로 200만을 돌파해 200만1828명이 되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3.9%에 해당하는 수치다. 국내 체류 외국인의 수가 2007년 100만 명을 돌파한 이래 불과 9년 만에 20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와 같은 추세가 계속 유지될 경우 향후 5년 내에는 체류 외국인의 수가 300만 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5.8%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인의 연령별 분포 현황을 보면, 20~29세가 51만4403명으로 26%를 차지해 제일 많고, 제일 낮은 것은 19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이 13만4060명으로 전체 체류 외국인의 7%에 해당하는 수치다.

 

합법적인 체류 외국인이 200만 명이지만, 제빌린 씨의 딸 아영이 처럼 합법적이지 않은 미등록 체류자도 21만1964명에 이른다. 법무부에 의하면 성인을 제외한 19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은 2015년 12월 말 기준으로 6293명에 이른다.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다양한 형태로 미등록 상태에 놓여 있는 이주아동은 2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혈통주의 원칙 국적부여가 아동을 미등록 체류자로 전락시키기도

 

한국은 이주아동의 국적부여에 있어서 속인주의 또는 혈통주의의 원칙을 가지고 있다. 국적에 있어서 속지주의를 지키고 있는 미국과는 달리 한국에서 태어난 자라도 국적을 부여하지 않고 국적을 가지고 있는 자의 자녀라야 한국 국적을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이 자녀를 출산하였다고 하더라도 국적은 외국인 신분을 가진다. 부모가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가지고 있지 못한다면 자녀 역시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한국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합법적인 체류자격을 부여받지 못한 자는 강제퇴거조치를 통해 한국에서 추방될 수밖에 없다.

 

미등록 상태의 아영이를 양육하고 있었던 제빌린 씨는 합법적인 체류자다. 제빌린 씨가 한국인 남편의 폭력 등의 이유로 이혼한 후 출생한 아영이는 엄마와는 달리 미등록 체류자일 수밖에 없다.

 

△전주시, 아동친화도시 만들기로…국제이주아동의 권리보호에 대해 논의

 

지난 16일 전주시지역아동센터연합회는 ‘아동친화도시 조성’의 목표 아래 아동의 다양한 권리보호에 대한 논의를 하였다. 이 논의 중에는 소수자로서 국제이주아동의 권리에 대한 논의도 포함되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2조에서는 ‘당사국은 자국의 관할권 내에서 아동 또는 그의 부모나 법적 후견인의 인종, 피부색, 성별,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의견, 민족적, 인종적, 사회적 출신, 재산, 장애, 출생 또는 기타의 신분에 관계없이 그리고 어떠한 종류의 차별이 없이 이 협약에 규정된 권리를 존중하고, 각 아동에게 보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 제28조는 아동의 교육권에 관한 조항에서 “당사국은 아동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며 그리고 기회 균등의 기초 위에서 이 권리를 달성하기 위하여 특히 다음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명시했다. 다음에 관한 명시의 내용은 초등교육의 의무적 무상제공, 일반교육 및 직업교육 등 중등교육의 발전 장려 및 무료교육과 재정적 지원, 고등교육의 기회를 능력에 입각하여 개방, 학교 정기출석 권장과 중퇴율 감소의 조치 등을 규정하고 있다.

 

불법체류자라는 미등록체류 이주아동은 보육시설을 이용함에 있어서 취약한 환경에 직면해 있다. 또한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도 어렵다. 필리핀 이주여성 제빌린 씨의 딸 아영이는 올해 다행히도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미등록 체류자에 대한 지원책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특별히 명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영이는 이곳 저곳에 근근이 손을 내밀며 동정적 호소를 해야만 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 교육권 보장을 명시하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는 교육과학기술부와 법무부장관에게 이주아동의 교육권을 보장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또 법무부는 2006년 9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3개월간 불법체류 아동이 일반연수(D4)자격의 합법적 지위를 받고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하고 부모에 대해서도 기타(G1)비자 자격으로 자녀가 학교의 학기과정을 마칠 동안 일시적으로 체류를 부여하고 했다. 그리고 미등록 체류 이주아동이 초등학교에서 학습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일정하게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불법체류자라는 낙인 속에 필요 입학서류가 까다롭고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입학 여부가 결정되기도 하며, 자녀에 대한 취학통지서를 받을 수 없어 이주아동의 교육권 보장의 문은 높기만 하다. 또한 중등과정과 고등교육과정도 국제이주아동보호협약에서 보장해줄 것을 명시하고 있지만, 중등과정과 고등교육과정으로까지 이주아동의 교육권은 확대되기 어렵다.

 

전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김동준 팀장은 “아동은 심리·정서적 안정이 무척 중요한데, 이주아동은 강제퇴거 대상이라는 공포 속에서 교육권과 의료권 등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며 “국제아동보호협약에서 명시하고 있는 교육권과 의료권 등이 한국에서도 제대로 보장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엔은 아동의 권리를 체류의 합법성 여부를 떠나 보장할 것을 선언하고 있다. 따라서 주요 선진국들의 아동에 대한 권리를 확대하는 것처럼 한국도 이주아동이 잘 보호받을 수 있도록 법과 정책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 이주아동 건전한 공생 대책은 "교육·의료·사회권 확대를"

 

어려서 미국으로 건너가 어려서부터 불법체류자로 살면서 현재는 대학까지 다니고 있는 한국인이 있다. 이 한국인은 ‘테렌스’씨로 미 서부 명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예일대 대학원에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불법체류자 신분의 테렌스 씨는 미국 내 미등록 이주아동의 체류권 보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지지하는 동영상을 만들어 인터넷에 공개 게시하기도 했다.

 

만약 한국에서 동일하게 외국인 신분의 이주아동·청소년으로서 이러한 동영상을 게시했다면 어떠했을까? 속단할 수는 없겠지만, 한국의 지금까지의 법 관례와 정서상 판단해 본다면 곧바로 강체퇴거명령을 받고 추방되었을 것이다.

 

또한 한국에서는 불법체류신분의 이주아동·청소년이 테렌스 씨 처럼 어려서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교육권을 보장받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지금까지 관례를 보면 이주아동이 불법체류자 신분이라면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 졸업할 때까지만, 또는 학기가 마칠 때 까지 정도 수준에서 교육권을 보장하고 있다. 상급학교에 진학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아동·청소년의 체류권이 학교과정 중에 보장이 된다고 하더라도 부모 한 명 만을 한국에서 체류할 있도록 하고 있어서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 명시하고 있는 아동의 권리보호를 위한 가족의 역할을 제한하고 있다. 세계 이주화 시대인 지금, 이주아동과 이주청소년을 위한 교육권과 의료권, 사회권 등의 확대 노력이 절실하다.

 

한국은 불법체류자를 강제퇴거 하는 것에 대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불법체류자들이 왜 한국에 체류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도 진지한 경청이 필요하다. 국가 간의 전쟁, 민족적 분쟁, 종교적 위협 등의 문제 등으로 인해 난민이 발생하고 미등록 체류자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강제퇴거를 통한 귀국만이 아닌 자진귀가를 위한 준비와 함께 미등록 체류자들에 대해 한국사회로 건전하게 정착하고 전문적 인력으로 성장해 한국사회에 기여하고 공생할 수 있는 진로의 확보에도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주아동이 성인이 될 때까지 교육권이 잘 보장된다면, 그들의 삶의 터전이 한국이기에 그만큼 한국사회에서 기여할 기회 역시도 더 크게 제공될 것이다.

▲ 이지훈 전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전라북도거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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