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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소통] 위기의 대학로- (하) 전북대 대학로 조성

"천천히 머무는 공간서 문화 꽃핀다" 보행환경 개선 주목

▲ 전북대학교 구정문 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보행환경 개선 공사.

학생들과 상인들의 자생적 노력뿐만 아니라 지역 산····관에서도 대학로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를 대변하듯 현재 전북대학교 구정문 일대에서는 대학로 조성과 관련된 공사도 한창이다. 이 같은 사업의 배경,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와 전망을 짚어본다.

 

△ 대학로 떠나는 대학생들

 

대학로의 문화공간 부족은 고질적인 문제이지만, 전북대학교 대학로 상황이 본격적으로 쟁점화된 사건은 ‘새날서점’의 폐업이었다.

 

지난 2002년에 사라진 새날서점은 당시 도내에 존재했던 유일한 사회과학전문서점이었다. 전북대 구정문 앞에 위치했던 새날서점은 학생운동과 관련된 상징적인 공간이었다. 그러나 변화한 시대와 학생들의 소비문화를 견뎌내지 못한 새날서점은 결국 폐업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비슷한 시기부터 지방에 위치한 대학의 학생들이 문화공간이 전무한 모교 대학로를 뒤로 하고 서울지역 대학로를 찾아다니는 일도 잦아졌다. 이 같은 일들이 겹치자 지역 내 싱크탱크들로부터 대학로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대학로 조성을 위한 과거의 시도, 소득은 전무

 

이 같은 고민 속에 지난 2005년경, 대학로 문화공간 조성사업이 진행된 바 있다. 당시 전북대학교 신정문 앞에 위치한 한 건물에 영화관이 들어선 것을 필두로 해당 건물 곳곳에 각종 공연 및 청소년대회를 유치하겠다는 사업이 민간자본으로부터 이뤄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영화관은 약 2년 만에 폐업했고 해당 건물은 현재 상가 건물로 변모했다. 기본적으로 전북대학교 신정문의 경우 차량통행이 많은 4차선 사거리, 즉 ‘흘러가는 공간’이라 할 수 있고 주된 대학로인 구정문 일대와도 동선상의 연결성이 없어 이곳을 필두로 한 대학로 조성은 환경적으로 한계가 컸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4개동으로 쪼개진 건물은 동선을 극도로 불편하게 만들어 학생들로부터 외면받고 말았다.

 

△제도권에서의 시도, ‘전북대 놀이터’

▲ 전북대학교 신정문 일대.

지지부진하던 전북대 대학로 조성사업은 지난 2012년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당시 덕진 지역구 국회의원이 ‘덕진희망만들기 8+5사업’을 공약으로 내걸며 그 일환으로 제시한 ‘전북대 놀이터’사업이 실현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전북대 대학로 문제는 제도권에서도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사업팀은 무엇보다 ‘보행환경’에 집중했다. 과거 신정문 일대에서의 실패 사례에서도 그렇듯이, 빠르게 흘러가는 공간이 아닌 천천히 머무르는 공간에서 문화가 조성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따라서 보행환경을 먼저 개선한 뒤에 구정문 일대에 비어있는 공간을 확보해 이를 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 최종적으로는 해당 공간에서 진행될 문화 소프트웨어까지 창출할 것을 계획했다.

 

이들이 초기 구상했던 보행환경 개선 사업안은 팔달로에서부터 전북대학교 구정문에 이르는 260m 가량의 공간상에 있는 도로를 전면 철거한 뒤 해당 공간 전체를 넓게 트인 인도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주민들의 차량 출입이 불가해지고 상인들의 상품 입고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현실적인 제한이 따르는 이유에서 일방통행의 좁은 도로를 트고 곳곳에 정차 가능한 블록을 설치한다는 조건으로 주민들 및 상인들과 협의하게 되었다.

 

사업은 주민·상인·학생·지역구의원·전주시 등 당사자들이 협력체계를 구축한 형태로 약 2년간 합의점을 도출한 뒤 지난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실행됐다.

 

전주시는 사업에 필요한 시비 5억에 교부세 5억을 추가로 확보해 (재)희망제작소에 용역을 맡겼다. 이후 기본계획 수립 등의 과정을 거쳐 올해 초 시공에 들어갔으며 오는 10월까지는 공사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 ‘하드웨어’만 있고 ‘소프트웨어’는 없다…반쪽사업 우려

 

政·官에 의해 대학로 조성 공사가 시행되었다는 자체만으로 그 의의를 둘 수 있겠지만, 공사 완료 이후의 사업은 불투명하다.

 

해당 사업을 공약으로 진행하던 지역구 의원이 연임에 실패함에 따라, 애초 계획했던 보행환경개선사업 이후의 단계들을 추진할 공식적인 싱크탱크가 해산되었기 때문이다. 전주시 차원에서 계획한 사업과 이를 위해 확보한 예산 역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사까지로, 이후의 어떠한 사업도 단언하기 어렵다.

 

해산된 사업팀은 개별적인 싱크탱크를 구성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제시해 나갈 계획이지만 이해 당사자들이 아닌 이상 큰 목소리를 내기에 제한이 따른다. 따라서 이들은 보행환경조성공사 과정에서 협력했던 당사자들이 앞으로도 해당 사업에 관심을 두고 지속적으로 이후 단계를 요구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고무적인 것은 지난해 출범한 ‘전북대 대학로 상인연합회’가 해당 사업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구정문 일대에서 진행되는 대학로 조성사업이 한풀 꺾인 대학로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학생들의 관심부족이다. 정작 대학로를 활용할 가장 큰 주체인 학생들의 관심이 미온하고 해당 사업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항시적인 조직도 없어 아젠다를 형성하기에 쉽지 않아 보인다. 이 같은 조건 속에서 사업을 진행한 전주시가 다음 사업에 어느 정도의 적극성과 관심을 보일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 '보행자 중심 대학로' 과제는 "교통 혼잡·주차 문제 해결"

▲ 전북대 구정문 앞 명륜길에 차량이 불법주차 되어있다.

전북대 구정문 앞에서 진행되고 있는 ‘보행환경 개선공사’ 완공 이후 해당 지역에 주차가 통제될 것으로 계획돼 있어 인근 도로의 교통 혼잡이 우려된다.

 

팔달로에서 전북대 구정문에 이르는 길인 명륜길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사의 주요 목적은 보행환경 개선이다. 이에 따라 공사가 완료되면 명륜길 일대의 도로가 일방통행으로 변해 주차가 불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간에도 명륜길은 1차선의 좁은 골목길로 주차가 금지된 지역이었으나 곳곳에 성행한 불법주차로 몸살을 앓았다.

 

명륜길 바로 위에 맞닿은 권삼득로의 경우 2차선의 비교적 넓은 길이나 상황은 다르지 않다. 좌우로 난 차선은 주차된 차들로 인해 통행이 여의치 않아 차들은 중앙안전지대를 아슬아슬 넘어 지나다니기 일쑤다.

 

이 같은 상황에서 명륜길에 주차가 불가해지면 그간 명륜길에 불법주차를 해 오던 주민들이 권삼득로 및 인근 골목길에 주차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차량난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번 사업에 참여했던 김인순 공간전문가는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은 상권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전주 종합경기장에 주차를 하는 것이며, 상권에서 주차권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의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종합경기장이 대학로와 큰 길을 끼고 건너야 하는 곳에 위치해 있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곳에 주차하고 대학로까지 넘어오는 수고를 할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인근에 주차타워를 건설해 해당 지역의 고질적인 주차난을 해소하는 방안도 고민해봤지만 예산문제, 그리고 전북대학교 측과 전주시 측의 책임소재 문제로 기약은 없다”고 전했다.

 

한편 일부 차량들은 새로 만들어진 인도지역 위로 턱을 넘고 올라와 주차를 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추후 공사가 완료되더라도 조성된 인도지역이 주차장처럼 활용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어렵사리 만들어 놓은 길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끔 직면한 주차문제 해결이 시급한 시점이다.

▲ 윤재량 전 전북대 신문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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