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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익산 솜리골 작은미술관에 가다

1930년 지어진 일본식 창고건물 개조 / 등록문화재 양식 존중…한계는 확대 / 지역민 눈높이 맞춘 동네미술관 기대

▲ 익산 솜리골 작은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그땐 그랬지’ 사진전.

몇 해 전 프랑스 여행 중에 봤던 광경 중 하나를 잊을 수가 없다.

 

철도역을 개조해 미술관으로 만들어 유명한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 긴 줄을 기다린 끝에 들어선 미술관 이곳저곳을 기울거리고 있을 때다.

 

북적거리는 인파들 사이로 작은 무리의 어린아이들이 보였다. 알렉상드르 카바넬의 ‘비너스의 탄생’ 그림 앞에 교복을 입은 채로 바닥에 주저앉아 각자의 노트에 열심히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그림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그걸 노트에 적고 아이들의 모습이 귀여워 한참을 지켜봤다. 한 시간 가량을 바닥에서 그림을 감상하던 아이들은 가방을 챙겨 다음 그림으로 가는 듯했다. 아이들의 표정은 전문 갤러리 못지않은 진지함이 묻어 있었다.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유명 화가의 그림을 제대로 감상할 줄 아는 아이들이 부러웠다. 그들에게 미술관은 놀이터처럼 보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다. 시립 미술관이 없는 도시들이 수두룩하고 평생 전시회를 가보지 못한 주민들도 많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 미술관, 음악관, 박물관 등 문화예술 시설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 솜리골 작은미술관 전경.

지난 21일 익산에 문턱을 낮춘 작은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대도시에 비해 문화예술의 기회가 적은 익산의 평화동(구도심)에 ‘SomRiGol 작은 미술관’이 생겼다.

 

‘SomRiGol 작은 미술관’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작은 미술관 조성 운영사업’에 전북에서 유일하게 선정돼 유휴공간인 창고 건물을 문화 공간인 ‘작은 미술관’으로 조성했다.

 

‘작은 미술관 사업’은 등록미술관이 없거나 미술문화 확산이 절실한 지역 내 주민 접근성이 높은 생활문화공간을 활용해 조성하여 운영하는 시각예술 공간이며, 전시와 부대 프로그램 등 콘텐츠 확보와 실행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 문화격차 해소 위해 생활문화공간, 주민자치센터 등을 작은 미술관으로 설치·운영 유도해 미술관 없는 지역의 생활문화공간을 활용한 작은 미술관을 시범 조성해 생활 속 시각예술 체험 확대하는 것이 사업의 취지이자 목표다.

 

‘SomRiGol 작은 미술관’ 큐레이터 김은미(41)씨는 “5살 꼬마부터 80대 어르신까지 친근하게 찾아올 수 있는 미술관으로 운영하겠다. 미술관은 어려운 공간이 아닌 언제 어느 때나 쉽게 찾을 수 있는 친근한 공간으로 만들겠다” 고 운영계획을 밝혔다.

 

미술관으로 개조된 공간은 1930년 지어진 일본식 건물로 옛 익옥수리조합의 창고로 사용되었던 건물로 등록문화재 181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다. 적벽돌을 쌓아 만든 조적식 슬레이트 건축물로 일제 강점기 역사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공간이다. 문화재 지정 이후 보존 상태가 양호해 지역민을 위한 생활 문화공간으로 조성해 다양한 시각 예술 체험을 확대하고자 이번에 작은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하게 된 것이다.

 

설계를 맡은 강미현 건축사는 “등록문화재의 건축 양식을 존중하고 작은 공간이 가지는 한계를 넘는 확장을 시도했다”고 한다.

▲ ‘그땐 그랬지’ 사진전 초대장.

현재 SomRiGol 작은 미술관 개관전으로 ‘그땐 그랬지’ 사진전이 10월 21일부터 11월 6일까지 개최되고 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37점이 전시되고 있다. 주민들이 추억의 앨범에서 꺼내 준 옛날 사진을 보며 과거 우리 부모 세대의 젊은 시절을 잠시 엿보는 것도 좋은 추억 여행이 될 것이다. SomRiGol 작은 미술관은 지역 어르신들이 자원봉사자로 돌아가며 도슨트 역할을 자처하며 관람객을 맞고 있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작은 미술관은 개관 이후 하루 150여명의 관람객이 꾸준히 찾고 있다.

 

우리 동네 미술관 ‘SomRiGol 작은 미술관’은 문화예술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다.

 

문턱은 낮추고 지역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누구나 가고 찾고 싶은 우리 동네 미술관으로 만들어가기를 바란다.

 

어려운 문화공간이 아닌 예술 활동을 통한 지역민들과 함께 할 수 있고, 누구나 마음껏 찾아올 수 있는 우리 동네 미술관 ‘SomRiGol 작은 미술관’.

 

우리 동네 미술관으로 발길을 옮겨 보는 건 어떨까.

▲ 김진아 익산문화재단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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