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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방 협력, 지방자치 발전 기대

▲ 황상철 법제처 차장
개옥개행(改玉改行)이란 고사가 있다. 옛날 중국 관리들의 신분이 높아지면 차고 다니는 패옥(佩玉)도 그에 맞게 바뀌고 걸음걸이도 바뀌어야 한다는 말로, 법을 바꾸면 그에 맞게 업무도 바뀌어야 함을 비유한 뜻이다.

 

헌법을 정점으로 법률, 대통령령, 자치법규(조례, 규칙)가 위임관계를 통해 톱니바퀴처럼 연결돼 있는 우리 법 체계에 빗대어 보자면, 상위법령이 제정되거나 개정되면 그에 따라 자치법규에도 관련 규정을 신설하는 등 정비해야 할 것이고, 그 상위법령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면 해당 취지에 맞춰 자치법규의 내용을 고쳐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할 것이다.

 

1995년 지방자치가 출범해 어느덧 성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는 조금씩 지역사회가 스스로 규율하고 복지를 책임지는 지방자치의 시대로 정착되고 있다. 그런데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자치법규는 법률 등 국가법령 수의 약 20배에 해당하는 9만 6000여건에 달하다 보니, 자치법규의 수가 늘어나고 그 중요성이 커질수록 보다 고품질의 자치법규 마련이 요구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 자치법규를 마련하는 작업은 그리 녹록치 않다. 일전에 전라북도에서는 농산물 관련 조례를 제정하여 지역 내 공공기관에 대해 주요 농축산물을 최저가격 이상으로 우선적으로 구매하도록 하는 의무 규정을 둘 수 있을지 여부를 검토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래서 법제처의 ‘자치법규 의견제시 제도’를 이용해 해결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 공공기관의 범위가 불명확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공공기관에 적용될지를 확정하기가 곤란하고 법률의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공공기관에게 우선구매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해 조례 속 숨은 규제가 될 뻔한 관련 규정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자치법규 의견제시 제도’는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 헌법이나 법률에 상충될 수 있는 사항을 미리 검토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널리 활용되고 있는 추세이다.

 

아울러, 자치법규와 관련해 보다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법제지원을 위해서는 법제처와 지방자치단체 간 교류·협업의 중요성도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법제처는 행정자치부와 협업해 지방자치단체에 정부입법 및 자치법규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파견하는 이른바 ‘법제협력관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2015년부터 운용되기 시작해 현재 전라북도 등 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법제협력관이 상주해 현장에서 바로 자치법규 입안 검토, 집행과정에 필요한 해석, 대안 제시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주요 정책결정에 대한 법제자문 역할도 담당함으로써 그 만족도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손자(孫子)의 구지편(九地篇)에서 유래한 동주공제(同舟共濟)란 말이 있다.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듯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것이고, 이는 보다 성숙한 지방자치를 맞이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법제처의 자치법규 지원 제도를 통해 품질 높은 자치법규가 만들어지고 제대로 지켜짐으로써 지방자치의 지속적인 발전에 기여함으로써,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소통과 협력으로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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