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정신을 바짝 차리고 현실을 직시하자고 자기 암시를 되풀이해본다. 때 이른 쌀쌀함이 멍한 정신을 깨우는데 도움을 주었지만 고약하고 고질적인 피부 건조를 다급히 몰고 와 정강이를 가렵게도 한다. 피부 건조를 다스리는 데는 찜질방보다 좋은 곳이 없다. 알고도 짓고 모르고도 지은 죄로 인하여 지옥 불에 떨어질 것을 대비하기라도 하듯 뜨거운 찜질을 하고 나니 가려움이 사라지고 몸이 한결 청량하여 절로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사랑했다는 그 말도 거짓말/돌아온다던 그 말도 거짓말/세상의 모든 거짓말 다 해놓고/행여 나를 찾아와 있을 너의 그 마음도 다칠까/너의 자리를 난 또 비워둔다/이젠 더 이상 속아선 안 되지/이젠 더 이상 믿어선 안 되지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
요즘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자꾸 흥얼거려지는 조항조의 ‘거짓말’이란 노래다. 자꾸 흥얼거리다 보니 이 노랫말이 왠지 낯설지가 않다. 퍼뜩 떠오른 작금의 현실과 연관을 짓고 보니 이 노래를 부른 조항조가 경이롭고 심히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가수 조항조는 이 나라 대통령이 최근에 와서 이 노래를 즐겨 부를 줄을 어떻게 미리 알았을까? 조항조가 어느 누구처럼 신기가 있는 큰 무당은 분명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현재 대통령의 심경을 점쟁이처럼 콕 집어내고 있다.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이 아닌 줄 알면서도 사실인 것처럼 말하는 것을 거짓말이라고 한다. 거짓말은 잘 사용하면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확률이 아주 높은 신비한 기술이다. 그래서 그런지 거짓말에는 지위고하도 없고 남녀노소도 없는 모양이다.
지금 우리는 이 나라를 이끌어가던 사람들이 벌이는 ‘거의 모든 거짓말’ 놀이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친한 친구에게 하는 착한 거짓말도 용서 받기 어려운데 감히 국민을 상대로 뻔뻔하게 거짓말을 해대는 이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속죄도 용서도 이젠 때가 늦어버렸다. ‘세상에 없는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들! 국민들이 그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이 가진 세상을 모조리 박탈하는 것 뿐이다. 그리하여 눈을 치뜨지 못하게 하고 더 이상 고개를 쳐들지 못하게 해야 한다.
국민들의 분노가 찜질방 참나무 아궁이보다 더 활활 타고 있다. 이 분노가 끓어 넘쳐 덮치기 전에 그들 스스로 참회하며 하루라도 빨리 자기들이 가진 세상을 내놓고 무릎걸음으로 내려와야 한다. 그런다고 국민들의 분노가 식을지는 알 수 없지만.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