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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아 넘어가지 말자

▲ 이미숙 전주시의회 의원
어수룩한 사람을 놀려먹을 때 가끔 써먹는 재미있는 말장난이 있다. 놀리려는 사람이 놀려먹으려는 사람에게 이렇게 묻는다.

 

“길가 미루나무에 소를 묶어놓았는데 지나가던 화물차가 그만 소를 들이박고 말았어. 그러면 소가 넘어갈까? 화물차가 넘어갈까?”

 

그러면 그 사람은 망설임 없이 “소가 넘어가지.” 이렇게 대답한다. 화물차가 소를 들이받았는데 소가 넘어가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그때 놀리려는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그래 당연히 소가 넘어가지. 그래, 넌 나한테 소가(속아) 넘어간 거야!”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어리석게도 이렇게 쉽게 속아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약삭빠른 사람이 벌이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잔꾀에 속아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무지하여 스스로 속임의 구덩이 속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더러 있다.

 

지금 최순실 사태로 인해 온 나라가 불확실성의 시절을 맞고 있다. 그 와중에 한 가지 참 우려스러운 사실이 있다. 언론이나 국회 청문회에서까지 이 사태를 최순실이 ‘호가호위’하며 국정을 농단했다고 정의하고 있다.

 

‘호가호위’란 여우가 호랑이를 뒤에 세워놓고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다른 동물들에게 거만하게 큰소리치며 경솔하게 행동 한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의 권세를 빌려 위세를 부림을 비유하는 말이다.

 

이 사태가 ‘호가호위’라면 여우의 농간을 간파하지 못한 호랑이의 어리석음을 탓할 수는 있겠지만 호랑이에게 죄를 물을 수는 없다. 그래서 호랑이에게는 죄가 없고 호랑이 역시 피해자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최순실 사태는 ‘호가호위’가 아니라 ‘창탈호권’이다. 창탈호권이란 창귀가 항상 호랑이와 함께 다니며 앞길을 인도하므로 호랑이가 창귀의 말에 따른다는 뜻이다. 창귀는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사람의 귀신을 말한다.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창귀는 복수를 하기는 커녕 호랑이의 권력을 휘두르는 앞잡이가 되어 다른 사람을 잡아먹게 인도한다. 이것은 창귀가 호랑이의 권세를 함께 누리는 것이다. 그래서 호랑이에게 죄가 없는 ‘호가호위’와는 달리 창귀의 지시에 따라 해악을 끼친 행위를 한 호랑이는 ‘창탈호권’으로 피해자가 아니라 공범인 것이다. 일부 언론과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이 사태를 최순실이 ‘호가호위’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검증되지 않은 표현을 바탕으로 호랑이는 ‘옳거니’ 하며 자기는 공범이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라고 오리발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제발 본말을 전도하지 말고 바로 보자. 사생활이나 사소한 것을 부풀리는데 끌려가지 말고 사태의 본질을 꿰뚫고 밝히는데 집중해야한다. 국정농단이 ‘호가호위’로 인정되면 호랑이에게 국민이 지게 될 것이고 ‘창탈호권’이 된다면 이길 것이다.

 

화물차가 소를 들이 받아 소가(속아) 넘어가듯 이 사태를 ‘호가호위’로 몰고 가려는 호랑이의 얄팍한 술수에 속아 넘어가지 말자. 복도 지은 대로 받고 죄도 지은 대로 받는 게 정의사회다.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을 근거로 진실을 파악하여 반드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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