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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문화심장터 100만평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가장 인간적인 도시 / 가장 전주다운 문화 / 격렬한 창조의 과정

▲ 김승수 전주시장

도시는 사람을 담는 그릇이다. 그릇의 모양에 따라 시민들의 삶도 변화한다. 좋은 모양이어야 좋은 삶이 만들어진다. 그릇은 도시의 물리적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물리적 공간이 그릇의 ‘형태’라면 도시의 기억과 인간의 오감은 그릇의 ‘재료’이다. 결론적으로 도시는 물리적 공간과 도시의 기억, 그리고 인간의 오감, 이 세 가지의 총합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전주는 올해 ‘아시아 문화심장터 100만평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전주 구도심 아시아 문화심장터 100만평 프로젝트는 가장 인간적인 도시를 만드는 일이다. 지난해 전주는 ‘1년 안에 꼭 가봐야 할 아시아 10개 도시’ 중 홋카이도, 상해에 이어 3위에 선정됐다. 세계적인 여행 잡지 <론리플래닛> 이 선정하고 CNN이 전 세계에 보도했다. 조선왕조, 한옥의 군락, 곡선의 기와, 음식, 박물관, 장인, 찻집, 길거리 음식, 야시장 등이 전주의 매력요소였다. 화장한 전주가 아닌 그냥 전주를 본 것이다. 전주답다는 것이 얼마나 세계적인 것인가를 입증한 것이다. 가장 전주다운 문화가 있을 때 가장 세계적인 도시가 될 수 있다.

 

바로 그 전주다움을 오롯이 간직한 곳이 전주 구도심 100만평이다. 이 공간이 무자비한 계획도시가 아닌 것이 참 다행이다. 남겨진 것도 담을 것도 비어있는 것도 많기 때문이다. 전주천 상류 색장마을에서부터 치명자산을 거쳐 전주자연생태관, 한벽루, 자만마을과 문화촌, 기자촌과 선미촌, 기린로를 건너 전주시청에서 공구거리를 따라 전주초를 거쳐 전주천, 다시 전주천을 따라 다가산과 공원, 용머리고개와 초록바위, 서학동 예술마을과 산성마을, 국립무형유산원과 좁은목 약수터에 이르는 지역이다.

 

이 공간은 수없이 많은 전주를 품고 있다. 후백제 왕도로서의 전주, 조선왕조 발상지로서의 전주, 동학농민혁명사상의 구현지로서의 전주, 전주사고를 중심으로 한 기록문화의 정수로서의 전주, 근현대 건축자산과 시대를 잇는 골목으로서의 전주. 삶이 담긴 시장, 한정식과 길거리 음식, 영화와 영상, 막걸리와 수제맥주, 향교와 문학관, 선미촌과 기자촌 등 지난 시대의 흔적이 남아있는 전주. 근대 도청(전라감영)과 함께 행정수도로서의 전주, 판소리와 산조음악으로서의 전주, 한복으로서의 전주, 전주천과 함께 생태의 보고로서의 전주, 땅과 하늘과 산이 맞닿은 자연으로서의 전주.

 

‘구도심 아시아 문화심장터 100만평 프로젝트’는 이렇게 많은 전주를 하나의 생명체로 탄생시키자는 것이다. 단단한 뼈의 역할을 하는 전주, 탄력 있는 근육 역할을 하는 전주, 자유분방한 지방 역할을 할 전주, 피를 돌게 하는 전주를 야무지게 조직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바탕 위에 전주의 콘텐츠를 담은 가상(VR)·증강(AR)현실 기술을 접목시킨다면 전주는 4차산업의 혁명적인 변화 또한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전주는 오래된 미래도시와 더불어 첨단의 미래도시가 된다. 야무지고 담대한 문화의 짜임이 있을 때 강하고 지속가능한 문화도시가 된다.

 

문화가 도시의 파편으로 존재할 때는 그저 부스러기에 불과하지만 ‘문화가 도시 그 자체’일 때는 도시를 끌어가는 심장이 된다. 구도심 아시아 문화심장터 100만평 프로젝트는 문화가 심장으로 터를 잡는 치열한 몸부림이자 격렬한 창조의 과정이다. 심장은 멈추지 않는 가장 뜨거운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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