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구제역, 브루셀라, 메르스 등 잇따르는 각종 전염병이 가축은 물론 인간생명을 크게 위협하면서 세워진 게 2015년 8월 개소한 ‘전북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다. 연구소 설립이 본격 논의된 지 무려 9년 만에, 그리고 연구소 건물이 준공된 지 2년 만에 비로소 문을 열었다. 그러나 초라하기 그지없는 시설로 방치되고 있다. 연구소에 배치된 인력은 연구원 4명과 행정·관리원 2명 등 모두 6명에 불과하다. 정부가 예산을 제대로 주지 않으니 전문 연구인력과 장비가 태부족하다. 인수공통전염병 연구가 제대로 될 리 만무한 일이다.
정부는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를 전북지역에 짓기로 결정했지만 굉장히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않아 왔다.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를 전북에 짓고 싶지 않은 데 특정 정치인의 정치적 발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전북에 예산을 주어야 했던 것이 매우 가슴 아팠던 것 같다. 그게 정부의 본심이란 것을 스스럼없이 내보이고 있다. 지난 과정을 돌이켜 보면 정부의 그 떨떠름한 속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조류인플루엔자와 브루셀라가 발병한 2006년 12월 전북지역 가축전염병 현장을 방문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설립을 약속했고, 이 연구소를 전북대에 설립하기로 한 한나라당은 연구용역비 10억 원 지원을 확정하며 적극 나섰다. 전북을 독식하고 있는 야당이 못하는 일을 한나라당이 했다며 온갖 생색을 냈고, 우여곡절 끝에 국비 371억 원 등 모두 432억 원이 투입된 전북대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가 아시아 최대 규모의 동물실험 가능 연구소로 2013년 준공됐다.
하지만 맹탕이었다. 건물만 덩그러니 지어졌을 뿐 연구원과 연구 장비는 없었다. 그 2년 후 정식으로 개소했지만, 수백억 원이 투입된 ‘아시아 최대 인수공통 전염병 연구소’는 연구원 4명 등 고작 6명이 근무하는 살풍경 현장이었다. 인건비 정도 예산만 던져주고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전북은 연구소 인력 및 장비 확충을 위해 103억 원의 추경 예산 지원을 요구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는, 정권은 전북에 예산을 주고 싶지 않다는 속셈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정부에 묻는다. 전염병 연구소가 전북만의 이익을 위한 시설인가. AI, 구제역 등은 국가 재난이다. 그 피해가 엄청나다. 정부는 제발 인수공통전염병을 제어할 핵심 원천기술을 확보하겠다던 초심을 찾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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