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2 09:11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기고
일반기사

전주시 '첫 마중길' 유감

▲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얼마 전 전주역 앞 구부러진 첫 마중길 공사 현장을 친구와 함께 차를 타고 지나갔다. 운전하던 친구는 세금 60억원을 들여서 멀쩡한 도로를 파놓고, 직선 도로를 일부러 구부려 곡선화해 사고 위험이 커졌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화가 난 그에게 섣불리 반론을 꺼내기 어려웠다. 하지만 도로가 잘 뚫릴수록 차는 늘어난다며, 10년 전 서울시에서 청계천을 복원했듯이, 도로를 줄이고 공원을 늘리는 게 꼭 나쁘진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날, 전주역을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그 택시 기사님은 아예 이 길을 가지 않는다며 교통 체증과 사고 위험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이 길은 피해 다닌 다고 했다. 또 어느 일요일 밤 11시경 전주에 도착하는 기차를 탔다. 역에 내린 사람들이 택시 승강장으로 뛰어간다. 버스가 끊긴 시간이라 택시를 타고 집에 가야 하는데, 교대 시간에 걸린 택시의 수가 부족한 탓에 집에 가지 못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군대 선착순 기합을 받듯 뛰어다닌다.

 

택시를 기다리다 지쳐 포기하고 걷기 시작했다. 첫 마중길을 따라 걷다 보니 자연스레 솟구쳐 오르는 알 수 없는 감정을 마주했다. ‘걷기 좋은 도시’, ‘관광객 유치’, ‘전주시 생태도시 이미지 구축’. 차를 두고 걸으라는 첫 마중길의 취지는 좋으나 시내버스를 제대로 탈 수 있게 해 놔야 하는 것 아닌가. 도로를 줄이고 공원을 늘려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지만, 승용차가 없으면 불편하기 이를 데 없는 전주가 원망스러워졌다.

 

올해 2월 전주시는 시내버스 노선을 60년 만에 대대적으로 개편한다고 홍보했다. 장거리 노선이 줄고 기존에 닿지 못했던 지역을 이어주는 등 변화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시내버스에 관심을 가져온 필자로서는 전주시의 이러한 설명을 납득할 수 없었다. 필자가 사는 평화동은 가장 버스가 많은 동네 중 하나이다. 하지만 남부시장, 전동, 구시가지, 시청, 전북대에 가는 것만 편하다. 버스 노선이 개편됐으니, 다른 곳 가기 편하다고? 그렇지 않다, 여전히 신시가지, 서신동, 아중리, 중화산동은 가기 불편하다. 전보다 좋아졌다고 하겠지만, 자랑하기에 부끄러운 수준이다.

 

전주 시내버스 문제는 아주 오래된 문제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노선을 만들 순 없으나 지간선제, 마을버스 도입 등 적극적인 환승 정책으로 노선을 짧게해 배차 간격을 줄여 누구나 조금 기다리고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게 만드는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한 해 전주시가 시내버스에만 들이는 돈은 200억이 넘는다. 인근 완주군이 전주시 시내버스에 추가로 들이는 보조금을 합치면 이를 훨씬 웃돈다. 버스 한 대당 5000만원이 넘게 돈을 들이고 있다. 120개나 되는 복잡한 노선을 그대로 둔 채, 현재 수준의 노선 변경에 대해 ‘200억을 들이고 노선변경조차 하지 못하는 전주시’라는 비웃음을 면하지 못할 것이다. 전주시가 과연 200억 세금 운용의 주체로서 시민과 버스회사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의지와 실력이 있는지 의문인 대목이다.

 

도로를 줄이고 공원을 늘리고, 차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의 전제는 편리한 대중교통이다. 편리한 대중교통이 전제되지 않는 한 도로의 공원화, 자전거 도로는 ‘낯내기’에 불과한 전시행정일 뿐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