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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움직인다

▲ 라승용 전북대 석좌교수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선인장 일종인 ‘후디아’, 중국이 원산지인 ‘팔각회향’ 언뜻 보기엔 낯설지만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다국적 제약사가 자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식물자원을 활용해 특허를 출원한 대표적인 예이다. 이중 후디아는 식욕억제제로, 팔각회향은 신종플루의 유일한 치료약인 타미플루의 원료자원으로 개발돼 막대한 이익을 창출했다. 하지만 정작 자원 보유국은 원료 값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이익도 나눠 갖지 못했다.

 

‘종자주권’이란 개념이 확립되기 전에는 다른 국가의 생물자원에 대해 자유로운 접근과 이용이 가능했다. 생물자원을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 인식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1992년 ‘생물다양성 협약(CDB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이 채택되면서 선진국의 일방적인 생물자원 이용에 제동이 걸렸다. 이 협약에 따르면 생물유전자원의 접근에는 사전 승인이 필요하고 자원의 이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공유해야 한다. 2010년 제10차 당사국 총회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확정하여 이른바 ’나고야 의정서 ‘를 채택했다. 나고야 의정서는 2014년 10월 12일자로 발효됐다.

 

‘나고야 의정서’의 국내 이행법률이 올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나고야 의정서는 자국의 생물자원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으나 해외의 유전자원 이용이 많은 국내 종자업계 입장에서 보면 제때 종자를 확보하지 못해 연구 개발에 차질이 우려된다.

 

자원 보유국들이 자국의 유전자원에 대해 로열티를 인상하고 나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제약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방법으로 국·내외 다양한 유용자원을 확보해 자원 제공국으로서의 위치를 다질 필요가 있다. 고부가가치 신품종을 개발할 수 있도록 육종 전문가와 연구시설의 확충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 및 농촌진흥청을 포함한 4개 부·청은 글로벌 종자 강국 도약과 종자 산업 기반구축을 위해 국가 전략형 종자 R&BD사업인 ‘골든시드프로젝트(GSP·Golden Seed Project)’를 추진하고 있다.

 

오는 2021년까지 총 4911억 원을 지원해 수출과 수입 대체 전략품종을 개발하는 대표적인 종자산업 육성 연구개발 프로젝트이다. 이 외에도 농진청, 각 도 농업기술원 및 시·군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병해충이나 바이러스 에 강하면서도 국민 건강을 고려한 기능성 품종 개발 연구에도 매진하고 있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거점지역으로 김제시 백산지구일대에 조성 중이던 민간육종연구단지가 지난해 11월에 완공됐다. 단지 내에 위치한 종자산업진흥센터를 통해서는 종자 기업이 경쟁력 있는 품종을 개발하고 연구 성과를 산업화 할 수 있도록 각종 서비스도 제공한다.

 

2021년까지 종자수출 2억 달러를 달성해 세계 15위권의 종자강국으로 진입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 야심찬 첫 걸음으로 기대되는 제1회 국제종자박람회가 오는 10월 26~28일까지 김제 민간육종연구단지 일대에서 열린다. ‘미래를 품은 씨앗’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하루 관광객 1만 명 이상, 국·내외 30여개 종자 기업 참여, 30억 달러 이상의 종자수출을 목표로 국내에서 처음 개최되는 종자관련 국제 박람회이다.

 

박람회 주제에 맞게 기술·품종 설명회, 세미나, 심포지엄 등의 행사가 열리고 농민과 도시 농업인, 종자기업 상호간 다양한 교류가 이뤄지도록 연관 프로그램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국내 연구기관 및 종자 기업이 개발한 품종의 생육상황을 관람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3ha의 노지 전시포도 조성된다.

 

흔히 자원외교를 ‘총성 없는 전쟁’에 비유하는데 그리 멀지 않은 미래, 종자를 많이 가진 나라가 세계를 움직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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