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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 속의 금강산, 다시 현실로 데려오자

금강산 관광 재개 위해 / 북한 변화 이끌어내야 / 쉽지 않지만 해야할 일

▲ 이석현 국회의원

전북에서 으뜸으로 치자면 변산 만한 것이 없다. 얼마나 절경이었으면 금강산에 견주었을까. 육당 최남선은 “쳐다보고 싶은 것이 금강산이고, 어루만지고 싶은 것이 변산”이라고 하였다. 변산의 옛 이름도 금강산과 관련된 것이 많다. 작은 금강산이라고 ‘소금강’, 남쪽의 금강산이라며 ‘남금강’이라 불렸다.

 

익산에서 나고 자란 필자는 소풍이나 나들이로 변산을 종종 들렀다. 참 자랑스러웠다. 전북의 변산이 금강산에 견주다니 얼마나 대단한가. 생각해보니 오묘한 일이다. 정작 금강산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본 적도 없으면서, 금강산에 견주었다고 자랑스럽다니.

 

금강산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우리 민족의 로망이었다. 어릴 때는 금강산 호랑이 이야기를 듣고 자라고, 노년에는 금강산 유람을 꿈꿨다. 한반도 최고 명산으로 꼽히는 금강산은 대대로 우리 민족의 보물이다. 필자가 자랑스러웠던 까닭은 이 때문일 것이다.

 

남북분단은 금강산을 환상으로 만들었다. 금강산 호랑이 이야기는 여전히 듣고 자라도, 금강산 유람의 꿈은 거세된 것이다. 발 딛는 것이 불가능하다 보니 신화 속 무릉도원 같은 이미지가 되었다. 금강산은 분명 실재하건만, 그 자체로 환상이 되고 말았다.

 

1998년, 금강산은 환상에서 현실로 나오게 된다. 관광이 가능해진 것이다. 일반인이 금강산에 가고 북한사람과 대화를 한다는 것은 굉장한 충격이었다. 당시 신문에 실린 사진이 인상적이었다. 금강산 관광을 신청한 실향민들이 입고 갈 옷을 사려고 백화점 쇼핑을 하는데 참으로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 고향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는 실향민들의 설렘은 오죽했겠는가.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2008년까지 10년 동안 약 200만 명의 우리 국민이 금강산 유람을 다녀왔다. 우리의 경제적 효과도 최소 2,000억 원이라고 한다. 특히 먹거리 부족한 강원도 경제에 큰 역할을 했는데,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고성군에 발생한 경제적 피해는 3천여억 원에 이른다. 북한 주민에 시장경제와 우리의 체제를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무형의 효과도 컸다.

 

무엇보다 금강산 관광이 우리에게 준 것은 희망이었으리라.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남북의 평화적 교류가 현실이 된 것이다. 이렇게 하다보면 불가능할 것 같던 통일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본 것이다. 환상 속에만 있던 금강산이 현실로 온 것처럼.

 

그렇게 현실로 다가오던 한반도 평화와 통일은 지난 9년 동안 다시 저 멀리 환상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다시 현실세계로 데려와야 한다. 남북의 평화적 교류가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우리 국민과 세계에 보여야 한다.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어야 하는 이유다.

 

물론 금강산 관광을 중단하게 된 불행한 사건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다시는 그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를 철저히 하는 것이 필수다. 또한, 금강산 관광을 통해 북한으로 유입된 자금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쓰인다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이는 주장일 뿐이며, 관련해서는 증명된 것은 없다. 북한 핵미사일 개발과 무관하다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에 대해 북한이 보인 반응이 나쁘지는 않다. “체육문화교류나 인도주의적 협력사업들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다행이다. 금강산 관광은 우리만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북한의 변화도 있어야 한다. 이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부터가 우리의 과제다. 쉽지 않지만, 해야 한다.

 

△이석현 의원은 익산 출신으로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20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이며 지역구는 경기 안양시 동안구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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