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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닭이 운다

▲ 이미숙 전주시의회 의원
꼬끼오! 낮닭이 운다. 아침을 알리자는 것도 아니고 늦잠 자는 사람을 깨울 시간도 아닌데 닭이 운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더위를 먹어 사리분별을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닭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일까. 벌건 대낮에 닭이 운다.

 

닭에게도 입이 있다. 때 아닌 대낮에 소리를 내는 건 이 세상을 향해 할 말이 있다는 것이다. 억울함을 참다 참다 더는 못 참겠다며 나선 것이리라. 핏대를 세우며 소리치는 건 닭이 사람들에게 날리는 대성일갈이다.

 

조류인플루엔자가 왔을 때 어떠했는가. 잘못은 사람이 해놓고 그 탓을 닭에게 돌리며 무수히 많은 생떼 같은 생명을 무참히 매장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번에는 애꿎게 닭이 낳은 알을 문제로 삼고 있다.

 

닭이 무슨 죄가 있는가. 닭에게 죄가 있다면 좁은 공간에 죄수처럼 갇혀 살면서 주인이 원하는 대로 꼬박꼬박 일을 낳아준 죄밖에 없다. 그것이 죄라면 사람들은 함구하고 살충제 성분이 포함된 달걀을 먹어야 한다. 진드기를 제거하려고 살충제를 뿌린 것이 어디 닭의 가려움을 들어주기 위한 것이었겠는가. 사람이란 닭의 심정을 그 정도로 헤아려 줄 위인이 아니다. 닭이야 어떻게 되건 말 건 무난히 알을 낳게 하기 위한 방편이었을 뿐이다. 낳은 알에 살충제 성분이 들어 있다면 정작 닭의 몸에는 얼마나 많은 살충제 성분이 남아 있겠는가. 왜 그 문제는 아무도 헤아려주지 않고 알을 먹는 사람들만 살아보겠다고 아우성치고 있느냐 이 말이다.

 

사람이 죄를 지으면 교도소에 가둬 놓는다. 죄를 지은 죄인이지만 그래도 하루에 한 번씩은 운동시간을 주고 햇볕을 쬐게 해준다. 그런데 알을 낳는 닭은 아무런 죄도 없이 교도소 같은 공간에 갇혀있다.

 

한 번 갇히면 하루에 한 번은커녕 평생 햇볕 한 번 못보고 알만 낳다 생을 마감한다. 이 얼마나 불행한 생인가. 세상의 어떤 생명체건 간에 햇볕을 쬐지 못하면 면역력을 잃고 질병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닭의 몸에 붙은 진드기가 어떻고 살충제가 어떻고 떠들어 대봤자 무소용이다. 정책적으로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사육환경을 개선하지 않고는 조류인플루엔자나 살충제 달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알을 낳는 닭에게 교도소에 갇혀 있는 죄수처럼 하루에 한 번씩 운동 시간을 주어 모래목욕을 할 수 있게 하고 햇볕도 충분히 쬘 수 있는 사육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레 AI나 진드기 문제에서 해방 될 수 있을 것이다. 무분별하게 딱지 장사하듯 ‘친환경’마크를 붙여주지 말고 그런 사육환경을 제대로 갖춘 곳에서 생산된 달걀에만 친환경을 인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가격을 책정해주면 된다.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을 좋은 제품 높은 가격으로 만회할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정책도 필요하지만 사육자들이 욕심을 조금씩 내려놓아야한다. 어떤 것이 더 이익인지는 사육 가들의 셈이 더 빠를 것이다. 이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 열악한 환경에서 알만 챙기겠다고 욕심을 부리는 사육자가 있으면 이렇게 조언하고 싶다. 닭이 알을 하루에 한 개씩 낳기를 기다릴 게 뭐 있겠는가. 닭의 뱃속에 평생 낳을 알이 들어 있으니 배를 가르고 한 번에 다 꺼내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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