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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명예퇴임하는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 "전북 교육 미래를 위한 봉사의 길 모색하는 중"

지역 낙후 악순환 고리 차단…초·중등교육 내실 다져야 / 학력신장·교권 바로세우기…지역사회·교육주체 협력을

▲ 오는 31일 명예퇴임하는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이 그동안의 소회와 전북교육 발전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박형민 기자

서거석(63) 전 전북대 총장이 35년 동안 몸담았던 대학 강단을 떠난다. 국립대에서는 드물게 직선 총장을 연임하고,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돌아와 강단에 섰던 그는 정년을 2년 남겨놓고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퇴임일은 오는 31일이다.

그는 지난 2006년 12월부터 8년 동안 전북대 제15, 16대 총장을 지내면서 대학을 반석에 올려놓았다는 평을 받았다. 총장 재임 중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과 전국국공립대학 총장협의회장 등을 맡아 우리나라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서도 열정을 쏟았다.

퇴임을 앞둔 서거석 전 총장을 지난 25일 대학 연구실에서 만나 그동안의 소회와 지역 교육, 그리고 앞으로의 활동 방향에 대해 들었다.

- 35년 교수 생활을 마감하고 총장으로 재직했던 대학을 떠나시는데, 소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전북 도민의 관심과 사랑 속에 지역 대학 발전을 위해 노력했고, 끊임없는 혁신으로 괄목할만한 성장도 이뤄냈습니다. 대학 구성원과 도민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물론 올해 개교 70주년을 맞은 전북대가 지역사회와 함께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열정의 끈을 놓지 않을 생각입니다.”

 

- 총장 재임 시절 ‘세계 100대 대학 도약’이라는 목표를 내세웠고, 실제 전북대 도약에 큰 성과를 냈다는 평을 받았는데요.

 

“지난 2006년, 총장으로 취임하기 직전에 전북대는 총체적인 위기였습니다. 대학평가에서 추락하고 일부 교수들이 비리에 연루되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대학 구성원 모두와 소통하며 위기 극복에 노력했습니다. 잘 가르치기 위해 강의평가를 강화했고, 교수 연구력 향상을 위해 연구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그 결과 ‘잘 가르치는 대학’ 1위에 오르고 각종 대학평가에서 국립대 1∼2위에 랭크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교육과 연구, 행정서비스 분야에서의 소통과 개혁이 전북대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고 생각합니다.”

 

- 평생 교육자의 길을 걸어오셨기에 지역 인재양성에 특별한 관심이 있을 텐데요.

 

“전북은 인구가 줄고 경제적인 낙후도 심각합니다. 국가 예산 배정에서 소외되고 인재발탁의 기회가 줄어들면서 우리 지역의 몫을 찾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우리 지역의 몫을 제대로 찾으려면 무엇보다 인재양성이 중요합니다. 초·중·고교 교육과 대학 교육이 균형적으로 발전해야 전북 인재를 국가 지도자로 길러낼 수 있다고 봅니다.”

 

- 그렇다면 지역의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우선 초·중등 교육이 정상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대학에서 교육을 하다 보니 대학교육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초·중등 과정에서 기초교육이 탄탄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전국 최하위권으로 떨어진 기초학력 수준을 끌어올리고, 우수 학생이 전북을 대표하는 인재로 커 나갈 수 있도록 수월성 교육도 강화해야 합니다. 또 지역 대학 간 협력교육 등 대학의 혁신도 계속돼야 합니다.”

 

- 대학과 함께 초·중등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셨는데요. 평소의 교육철학이나 소신을 말씀해 주신다면.

 

“모두가 공감하는 것처럼 교육은 사람을 열두 번 바꿉니다. 선생님의 따뜻한 격려와 부모님의 지속적인 관심이 있다면 우리 아이들이 지역과 국가를 이끌 미래의 동량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우리 전북을 살리기 위해서는 교육입도(敎育立道) 정책을 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초·중등 교육을 적극 지원해서 인재를 길러내야 합니다.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교권도 바로 세워야 합니다. 지역 정치권과 힘을 모아 그동안 불이익을 받았던 지방 교육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일도 시급합니다.”

 

- 최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북후원회장을 맡으셨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어린 시절 갑자기 가세가 기울어 중학교 때 신문 배달과 학교 매점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조달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어린이들을 돕고 싶었습니다. 전북지역의 경우 빈곤 가정 아동의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습니다. 아직도 지원과 배려가 필요한 아이들이 많습니다. 도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을 바랍니다.”

 

- 정년을 2년 앞두고 명예퇴직을 선택하셨는데,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주변에서 지역 교육발전을 위한 역할을 권유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35년 동안 거점 국립대에 봉직하면서 대학 발전에 헌신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게 돼 개인적으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지역사회에 감사의 마음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평생을 교육자로 살아왔고 무엇보다 지역과 국가발전을 이끌 인재양성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에 전북교육의 미래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많은 도민, 특히 일선 학교 선생님과 학부모님들로부터 고견을 듣고 있습니다.”

 

- 끝으로 전북 도민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철학도 현장에 제대로 접목되지 않는다면 공수표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저는 소통과 참여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교육현장에서도 여러 주체의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합니다. 전북 교육 발전을 위해서는 먼저 학생·학부모·교사 등이 적극적으로 소통·협력해야 하고 각 시·도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대학과도 유기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우리 전북인은 예로부터 강한 교육열로 온갖 고초를 이겨내고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번영을 이루는 데 앞장서왔습니다. 저는 전북도민의 도전정신을 믿습니다. 전북교육의 미래도 활짝 열릴 것으로 믿습니다.”

●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은

 

신문배달 소년서 국립대 총장까지…국공립대학 총장협의회장 등 중책도

 

“중학생 때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신문 배달도 하고, 학교 매점에서 근로 장학생으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힘들었지만 그때 길러진 백절불굴(百折不屈)의 정신이 인생에 큰 힘이 됐죠.”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은 스물여덟, 이른 나이에 전북대 법대 전임교수가 됐다. 그리고 지난 2006년 말, 50대 초반에 전북대 제15대 총장에 뽑혔고, 구성원들의 지지를 얻어 제16대 총장까지 연임하면서 8년 동안 대학을 이끌었다.

 

서 전 총장은 전주고와 전북대 법대를 졸업하고, 일본 중앙대(中央大)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대 후반에 전임교수로 임용돼 국립대 총장까지 지내면서 탄탄한 길을 걸었지만, 어린 시절에는 몹시 어렵게 공부를 해야 했다. 초등학생 때 부친이 사업에 실패하면서 가족이 친척집으로 뿔뿔이 흩어졌고, 이 때문에 서 전 총장도 직접 학비를 벌어야 하는 형편이었다.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특별한 인연도 이 같은 가정형편이 계기가 됐다. 전주 신흥중에 다녔던 서 전 총장은 당시 한 울타리 내 신흥고 학생이었던 정 의장과 함께 학교 매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청소년 시절, 서로를 위하고 격려했던 인연이 계속되면서 지금도 거리낌 없이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사이라고 한다.

 

그는 전북대 총장 재임 중 전국 국공립대학 총장협의회장과 전국 4년제 대학 총장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교육 분야 위원장 등 국가교육 관련 중책을 잇달아 맡았다.

 

대학과 국가 교육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국민훈장 목련장과 대한민국 창조경영인상, 글로벌 경영대상 등을 받았다.

 

지난 2014년에는 전북일보가 뽑는 ‘올해의 전북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31일 명예 퇴임 때는 청조근정훈장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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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표 kimjp@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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